빅토리 - 20세기에 바치는 송가
필선(이혜리)과 미나(박세완)은 춤으로 뭉친 단짝 친구입니다. 거제에 살지만 언젠가 서울에 가서 유명 가수 백댄서가 되겠다는 꿈을 꿉니다. 하루는 사고를 쳐서 정학을 당해 한 학년을 더 다니게 됩니다. 학교에선 눈엣가시입니다. 댄스동아리도 해체되고 연습실도 없던 차에 서울에서 치어리더로 활동하던 세현(조아람)이 전학옵니다. 필선과 미나는 세현을 앞세워 댄스동아리와 연습실을 부활시키려 합니다. 마침 같이 전학온 세현 오빠도 거제상고 축구팀 스트라이커로 기대가 큽니다.
치어리딩-축구-조선소. 이렇게 세 가지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중심은 치어리딩이지만 축구선수들과 함께일 수 밖에 없습니다. 남과 여와 만나니 삼각관계, 러브라인이 빠질리가 없죠. 동시에 거제라는 지역적 특수성을 조선소와 묶어 사회성을 가미합니다. 여학생, 남학생에 이어 부모 세대까지 아우릅니다. 자식의 어릴 적 꿈과 지역산업에 묶여있는 부모의 삶은 '빌리 엘리엇'이 생각납니다.
자칫 청춘/학원/코미디물을 진지하게 만들 수 있는 사건을 너무 깊게 다루지 않은 점이 좋았습니다. 조선소, 부모와 갈등, 온전치 못한 가정 등. 이런 뒷 이야기를 더 깊게 보여주면서 '신파'로 흘러가게 놔둘 수 있는데 적절하게 끊습니다. 하지만 모른 척 하거나 피하지도 않습니다. 갈등은 굉장히 깊고, 캐릭터들 하루하루는 생사를 오갑니다. 코미디만큼이나 드라마 감정선이 좋습니다. 캐릭터도 각본도 서두르지 않습니다.
(어느 분 시사회 평처럼) '파일럿'이 배우 개인기에 의존했다면 '빅토리'는 각본과 점프컷, 그리고 진실된 이야기의 힘으로 영화를 끌고갑니다. 진실된 이야기의 양끝에는 덕선, 아니 혜리와 현봉식이 있습니다. 혜리는 보면 볼수록 존재 자체가 코미디라는 느낌입니다. 매순간 픽션과 다큐를 오고 갑니다. 걸그룹 출신 배우가 백댄서를 꿈꾸며 치어리더를 한다니. 영화를 위한 캐스팅인지, 캐스팅이 영화를 만든건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가장 놀랐던 배우는 현봉식. 극중 이름도 없었던-필선 아빠, 아니면 반장님 혹은 형님으로만 불렸던-역할이었지만 이야기 한축을 '단디' 잡아줬습니다. 이제부터 저에게 현봉식은 연기파 배우입니다.
이야기도, 캐스팅도, 그리고 다시 보게 된 배우들 모두 '빅토리'였습니다. 여러가지 의미에서 20세기를 거쳐온 모든 이들과 혼란했던 시대에 바치는 송가였습니다. '밀레니엄 걸스'는 84년 거제 섬마을에서 결성된 대한민국 최초 치어리더 팀 '새빛들'을 모티브로 했다고 합니다. 필선이라는 이름도 실제 리더 이름에서 그대로 따왔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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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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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실화모티브에 실존인물 이름이 필선이었군요
오늘 말복인데 영화 4편 보느라 못먹어서 내일 물회먹고 아카도 받고하러 2회차 갑니다ㅎㅎ
별로면 아카만 받아올랬는데 재밌더라구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