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타노 타케시가 뒤틀어버린 일본 역사 이야기 <쿠비> 후기
정말 오랜만에 영화 후기를 올려보네요.
저는 일본 역사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전국시대의 대히트사건 <혼노지의 변>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던 터였습니다.
그러던 중에 그것을 배경으로 한 <쿠비>란 영화가 독창적인 맛깔로 유명한 키타노 타케시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일단... 역사물은 맞는데... 왜 그래야만 했을까? 하는 사건의 발단에 대해서는 완전 역사를 뒤집어버리는 똘기충만한 설정을 가지고 이야기를 합니다. 사실 놀라운 반전같은 드라마틱한 요소는 전혀 없습니다. 다만, 역사서에 기록된 인물들의 성격을 토대로 인물을 그리되 거기에 "동성애"라는 역사서에서는 절대 기록될 수 없는 소재를 집어넣어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그려냈습니다.
일본 전국시대는 "남색"이라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고, 많은 수의 다이묘나 무사들이 남색을 즐겼다고 알고 있습니다. 애초 오다 노부나가와 모리 란마루와의 관계부터가 그런 관계 아니냐는 학설들도 많다지요. 그런데 그것을 굉장히 엉뚱한 인물들에게까지 "혹시 그랬지 않았을까?"하는 마음으로 끼어넣습니다. 여기서 키타노 타케시표 독한 유머가 가미되는게 아닌가도 싶네요. 그래서 결국 일본 전국시대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되는 <혼노지의 변>과 그 중심에 선 인물들 오다 노부나가와 아케치 미쓰히데간의 "역사적 배신"의 원인에는 아주 개인적이고 은밀한 이유가 있었더라는 블랙 코미디같은 내용으로 다가옵니다. 어디선가 본 <쿠비> 영화의 캐치 프라이즈가 <사무라이의 연정>이었다고 하던데, 정말로 다 보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소재와는 별개로 영화는 키타노 타케시 특유의 피칠갑이 난무합니다. 제목이 목을 뜻하는 <쿠비>이다 보니 역시 목이 댕강 댕강 날아다닙니다. 목이 왜 중요하냐 하면 결국 수급을 통해 공적이 인정되던 사회적 배경과 함께, 각자의 이유로 정적을 제거해야 하는 증표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목이 필요했던 오다 노부나가와, 노부나가의 목이 필요했던 아케치 미쓰히데와, 미쓰히데의 목이 필요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사정을 극화하고자 했기 때문이라 보입니다. 그래서 마지막 엔딩 장면이 본 영화에서 가장 어이없으면서 유머러스한 장면이 되었네요.
솔직히 우와~할 수준의 영화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일본 역사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what if 느낌으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인 듯합니다. 더불어 역사를 모르더라도 얼굴 꽤나 유명한 배우들이 우루루 출연한다는 점에서 나름의 재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독특하고도 다루기 힘든 소재를 역사물과 짬뽕해서 만들어낸다는 것이, 과연 우리나라의 역사를 같은 소재로 버무리면 사회적으로 용납될까 싶은 생각도 들게 만드는, 괴상한 영화 <쿠비>였습니다.
pf. 역시 일본 역사물 중 최고의 what if 물은 구로사와 아키라의 <카게무샤>였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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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마나기사감독의 동성애영화.. 는 전장의 메리크리스마스를 말씀하시는?
150억으로 그 배우들 다 출연시켰죠;; 아마 우정출연수준이지 않았을까 ㅠㅠ
근데도 손익분기 못념겼죠 일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