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청풍운 - 竊聽風雲 (2009)

 
캐릭터 중심의 경찰 드라마

싱가포르에서 <절청풍운>(竊聽風雲, 영제: Overheard)이라는 홍콩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이 영화의 감독은 맥조휘와 장문강이고, 주연배우로는 유청운과 고천락 그리고 오언조 등이 나온다. 홍콩은 여전히 매력적인 영화도시임에 틀림없다. 오우삼과 왕가위를 뒤이어 두기봉은 홍콩을 굳건히 지키고 있으며, 많은 젊은 영화작가들이 꾸준히 영화를 만들고 있다. 단지, 한국에서 관심이 없을 뿐이다.

유청운과 고천락 그리고 오언조는 경찰로 나온다. 그들은 경제사범을 수사하는 경찰들로 한 회사를 감시한다. 주가조작과 내부거래 혐의를 받고 있는 회사를 24시간 감시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첨단의 도청장비와 감시 카메라가 동원된다. 이런 설정을 생각해보면, 이 영화는 경찰과 범죄를 일삼는 기업인 사이의 스릴 넘치는 대결 구도가 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그보다는 그 세 경찰의 내면적 갈등을 중심에 둔다.

일단 세탁소에 수사 감시 본부를 차리고 교대로 수사 대상인 회사의 사무실을 감시하는 일은 지겨울 뿐이다. 유청운은 동료의 아내와 사랑하는 관계이다. 그 아내는 그의 동료와 별거 중이고 이혼을 하려고 한다. 이것은 유청운을 애매한 상태에 놓이게 만든다. 고천락은 아이가 아프다. 그리고 그 역시 암에 걸렸다. 그는 가족들에게 많은 돈을 남기고 싶어 한다. 오언조는 부잣집 딸과 결혼할 예정이다. 부자인 장인은 그에게 경찰을 그만두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 세 경찰은 도청 중에 감시 중인 회사의 간부로부터 주식시장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얻게 된다. 그 정보를 이용하면 큰돈을 벌게 될 수도 있다. 과연 그들은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이 영화는 윤리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아무리 절박하다고 하더라도 경찰이 직무 중에 얻은 정보로 사적인 이익을 취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세상 일이 어디 규정대로만 되던가? 그들이 저지른 행동은 경찰 내부와 적이 되는 결과를 낳고, 살인을 쉽게 저지르는 기업인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고전적인 주제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런데 홍콩이라는 국제금융도시에서 주식시장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은 개연성을 갖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또 거기에 홍콩영화에서 많이 보아왔던 경찰 동료들의 뜨거운 ‘형제애‘가 강조된다. 아쉽다면 영화에서 강렬한 임팩트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감독들이 의도한 바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영화의 성격 때문에 한국에서 이 영화가 개봉될 일은 없을 것 같다. 영화의 엔딩은 홍콩뿐 아니라 중국정부에게도 불만을 가지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이 영화의 애매한 스타일은 관객에게 여러 종류의 판단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것은 이 영화의 장점도 되고 단점도 된다. 어쨌든 홍콩에서 이제까지 보아왔던 장르영화뿐 아니라 캐릭터를 중심에 둔 드라마도 제작되고 있다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주면 기다리고 기다리던 두기봉의 <복수>(復仇, Vengeance)가 싱가포르에서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