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st Concert (1976) 신파조 멜로드라마의 모범적인 예. 스포일러 있음.
신파조 멜로드라마의 대히트작이다.
리차드라는 중년피아니스트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었지만, 손을 다친다.
더 안 좋은 것이, 그는 손을 다치면서 우울증과 좌절감에 빠진다.
모델이 라흐마니노프였다고 하는데, 과연 라흐마니노프도 신경쇠약에 우울증에 빠져 음악활동을 하지 못한
적이 있다.
그는 프랑스 어느 시골을 혼자 떠돈다. 이것이 이 영화의 시작이다. 우울하면서도 낭만적인 풍경과
그 속을 헤메다니는 중년의 피아니스트. 몽 생 미셸에서 찍은 화면인데, 참 낭만적이다.
촉촉히 젖은 색감의 프랑스 시골마을을 헤메다니는 남자와 소녀 - 이들은 어느
한적한 버스정류장에서 만난다.
영화가 대놓고 신파조에다가 센티멘털하다.
하지만 싼 티가 난다기보다 클래식음악풍의 음악이 흐르면서
촉촉히 젖은 유채색의 비감이 흐른다.
이 영화가 성공한 것은, 톡 톡 튀는 대사와 살아움직이는 캐릭터들 덕분이다.
손이 망가진 피아니스트가 혼자 프랑스 시골을 떠돌며 좌절 속에 푹 빠져 있다.
사실 누군가 의지할 사람을 속으로는 바라면서도, 겉으로는 사람들을 밀쳐낸다.
늘 무겁고 우울하고 혼자 고독한 중년 사나이.
그런데, 오월의 나뭇잎같은 청순한 소녀 스텔라가 다가온다.
상당히 발랄하면서도 청순하게 스텔라를 잡아냈다.
영화 제목이 스텔라이니까, 그녀를 중심으로 영화가 돌아간다.
청순하고 밝고 티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백혈병 말기로 3개월 정도 남은 시한부인생이다.
거기에다가, 가족을 버리고 애인과 도망간 아버지, 이미 돌아가신 어머니 - 누구한테 기댈 데도 없다.
파리에 산다는 아버지를 찾아 이탈리아에서 여기까지 왔지만,
새로운 가족과 너무도 행복하게 지내는 아버지를 먼 발치에서 보고 그냥 발길을 돌린다.
자기가 있을 자리는 거기 없다.
어디 멈추어설 자리가 한뼘도 없는 소녀는 여기저기 방황해 다닐 수밖에 없다.
죽는 것도 이미 절망스러운데, 어디 한 곳 멈추어서지 못하고 낯선 이국에서 방황하며 죽음을 기다린다.
절망적인 상황이란 상황은 다 직면한 소녀는, 겉으로는 밝지만 속으로는 자기 삶의 의미를 찾아다니고 있다.
이제 막 피어오르려는 소녀가, 벌써 인생을 정리하면서, 자기 삶의 의미를 찾아다니는 것이
슬프다.
죽음이 두려운 단계는 이미 지났고, 남은 것은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최고로 끌어올리는 것이 남은 목적이다.
그러다가, 붙잡은 것이 리처드다.
스텔라는 자기 남은 삶을 리처드를 재기시켜 훌륭한 음악을 만들게 하는 것에 바친다.
스텔라가 리처드에게 괜히 다가온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절박한 스텔라가 자기 삶의 의미를 찾아 그에게
매달리러 온 것이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리처드가 스텔라를 그저 밀쳐낸다.
둘이 옥신각신하다가 서로 사랑에 빠지는 장면이 아름답게 그려진다. 둘은 같은 방향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리처드는, 스텔라를 죽은 뒤에도 남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스텔라에게 바치는 음악을 작곡한다.
그들은 다투었다가 만났다가 한다. 하지만, 둘은 안다. 그들의 인생행로는 결국 하나로 합쳐지게 되어있다.
가난한 그들은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악전고투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리처드는 작곡을 하면서 그녀의 모습과 영혼을 하나 하나 음표 안에 아로새겨넣는 데 행복을 느낀다.
스텔라는 그런 리처드를 도와서 그가 예술의 절정에 오르도록 돕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
그냥 만났다가 헤어지는 수많은 사랑들과 달리, 그들의 사랑은 밀도가 높고 간절하다.
그들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다.
리처드는 스텔라를 위한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콘서트를 잡는다.
그리고, 오케스트라와 함께 피아노 콘체르토를 연주한다. 아주 길게 연주되는 아름다운 음악 속에
리처드는 스텔라에 대한 모든 것을 녹여넣는다. 그녀의 모습, 그녀의 영혼, 함께 지냈던 모든 순간들을.
죽어가는 스텔라는 이 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 마지막 힘을 낸다. 그런 그녀를 보며 주변사람들은 눈물을 흘리지만,
스텔라는 희미하게 행복의 미소를 짓는다.
리처드는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그녀가 눈앞에서 죽어가는 것을 본다. 다른 모든것, 다른 모든사람들이
사라진다. 둘은 영혼으로 마지막 대화를 한다.
이 음악을 통해서, 둘은 최후의 순간에 절정에 이르렀다.
스텔라가 죽고 나자, 스텔라는 리처드의 음악 속에서만 음악으로 존재하게 된다.
리처드는 음악을 그치고 싶지 않다.
그리고, 그 음악이 멈추지 않고 잔잔하게 울려퍼지는 속에서, 리처드는 처음의 그 파리 시골마을을 혼자
걸어다닌다. 지금은 절망 속에서가 아니다.
그는 스텔라의 모습을 찾아, 그녀와 함께 다녔던 곳들을 추억 속에 잠겨 걸어간다.
눈부신 햇빛이 그의 어깨 위에 조용히 얹힌다.
이 영화가 성공적인 이유는,
일단 음악이 너무 아름답다.
그리고, 스텔라역을 맡은 여배우가 너무 아름답게 그려졌다.
그녀의 얼마 안 남은 인생행로를 따라가다 보면,
석달 남은 자기 인생 동안, 자기 인생의 의미를 찾아 발버둥치는 모습이 참 간절하면서도
안타깝다. 그리고, 아름답다.
그러나, 죽어서도 리처드의 애절하고 아름다운 음악으로 남았으니......
둘이 옥신각신하면서 사랑에 가까와지는 과정이 잘 톡 톡 튀게 묘사되었고,
무엇보다도 그들의 심리의 결이 아주 섬세하게 묘사되었다.
스텔라가 죽어가면서,
리처드의 피아노소리를 통해 서로 대화하는 모습은 아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추천인 4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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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돼서 잘 생각 안나는데 스텔라는 자기가 죽을 운명인거 모르지 않나요? 여튼 스텔라를 위하여는 넘 아름다운 음악이었습니다.
백혈병에 대한 이상한 낭만을 심어준 영화로 알고 있습니다.;;
알고보니 일본에서 엄청 히트쳐서 한국까지 넘어온 거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