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사랑법>을 보고 (스포O)

박상영 작가의 동명 원작 소설은 같은 궤를 하고 있는 4편의 단편을 연작으로 묶었는데, 이언희 감독의 <대도시의 사랑법>은 그중 ‘재희’를 영화화하였습니다.
통통튀는 단편을 어떻게 장편의 호흡으로 각색했을지 궁금했는데, 영화는 20~30대의 나이를 챕터 삼아 나누어 극을 확장시켰습니다. 
더불어 호기심을 자극하는 현재 시점의 프롤로그로 영화는 과거로 거슬러올라가서 차근차근 인물들을 소개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밤길 위험하니 여자는 빨리 들어가라는 말에 남자가 일찍 집에 들어가야 여자가 안전해지지 않냐는 대사 같이 고리타분한 사회인식에 대한 재치있는 답변들을 합니다. 그만큼 유머의 질과 양이 뛰어납니다.

시종 유쾌한 톤과 낙천적인 코미디로 이질감이 들 수 있는 소재를 친화적으로 다가갈 수 있게 해서 진입장벽을 낮춘 것은 엄연한 성과임이 분명합니다. 꼭 퀴어가 아니더라도 재희처럼 남과 다르면 열등하다 취급하고 타인을 쉽게 판단하는 이 사회의 고루함에 대해 스피커로서 아웃사이더의 항변을 쉼 없이 쏟아내는데 용이하니까요.

앞서 말씀 드렸다시피 단편소설 하나를 장편 영화로 확장시킨 건데 크게 이질적인 부분이 없고, 단편에서 중요한 부분은 필수적으로 다루고 넘어갑니다. 영부인 사주 같은 능청스러운 유머와 클럽 몽타주로 활력을 띄면서요. 
물론 다루고 있는 텍스트가 텍스트인 만큼 쾌활하더라도 서늘한 무드가 공존하지만 호흡을 고루 잘 분배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성장 영화의 경우에는 대개 후반부 ‘가까운 인물의 죽음’ 같은 지나치게 우울한 사건이 벌어지고 이를 계기로 주인공이 성장하게 되는데, 이 영화는 다행히 그러한 클리셰는 없고 오히려 이마저도 코미디의 소재로 삼는 유머센스를 보여줍니다. 

아울러 명확한 기승전결을 가졌다기 보다 청승스럽게 준비한 에피소드들을 계속 나열하는 식이라 보는 이에 따라 극이 평이하고 매 챕터 매 씬 마다 핵심이 너무 강하게 두드러져 과한 인상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우려에 대한 돌파구로 원작의 강점인 활기와 코미디를 주로 삼은 것으로 보이고요.마블이 스탠리를 언급하듯 이스터에그처럼 원작자인 박상영 작가를 극 중 기사로 출연시키기까지 하죠. 

센스있게 말하는 영화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할 말이 많다보니 깊게 다루지 못하고 스케치 하듯 넘어가는 부분이 많아 아쉬움이 들긴 합니다. 원작에서 중요했던 낙태 에피소드나 영화에서 27살 챕터나 이러한 점들이 그저 수 많은 논제 중 하나로 취급되는 인상이니까요. 

확실히 김고은 배우는 동년배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원톱 배우임을 증명했고, 노상현 배우는 김고은 배우의 능숙한 서브를 살짝 어색하지만 리시브하는데 성공합니다. 로맨스 영화가 아님에도 어떤 우정은 사랑보다 빛난다고 말하는 이 영화에서 두 주연 배우의 티키타카 케미는 합격점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 별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