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들의 로맨스 후기...괴짜는 없다(스포있음)
포스터에 "사랑의 세상 안에서 우리는 모두 괴짜"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이 말이 진실이라면, 과연 이 세상에 괴짜가 존재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사랑의 세상 밖에서도 괴짜인 존재들만 우리는 괴짜로 불러야 하는 것일까요?
이 영화는 강박증을 가진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천바이칭은 강박증 때문에 외부와 고립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계속 집을 청소하고 세균을 염려하여 완전무장한 채로 밖으로 나갑니다.
어느날 천바이칭은 자신과 같은 강박증을 가진 천징을 보게 됩니다. 강박증 때문에 연애라는 것은 자신의 인생에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이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는 최고의 파트너를 만난 셈이죠. 이들은 연인이 됩니다.
둘 다 강박증을 가진 자신을 싫어합니다. 가능하다면 강박증을 극복하고 싶습니다. 이들을 강박증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가지 도전을 합니다.
번역가에게 꼭 필요한 능력인 타이핑 실력이 부족한 천바이칭에게 뛰어난 타이핑 실력을 가진 천징은 업무적으로도 훌륭한 파트너입니다. 이에 둘은 동거를 시작합니다. 혼자살던 것에 익숙했던 천바이칭은 처음에는 동거 생활이 편안할지 우려했지만, 강박증이라는 동질성을 가진 둘의 사이는 좋아지기만 하고 동거 생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이러던 중에 갑자기 천바이칭의 강박증이 사라집니다. 천징은 천바이칭이 다시 강박증을 되찾기를 바랍니다. 강박증이 사라졌기에 따르는 두 사람의 관계의 변화를 우려했던 것이지요. 이에 천바이칭은 천징에게 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라는 약속을 합니다.
그러나 천바이칭은 점점 변해갑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출판사 편집자로 직업을 바꾸고, 출근을 시작합니다. 집안에서만 생활하던 것에서 벗어나 일반인과 같은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나 천징은 여전히 강박증을 지니고 있습니다. 예전과 같은 삶을 살아야 하죠. 천징은 점점 혼자가 됩니다. 결국 천바이칭은 다른 여자를 만나게 되고, 둘은 헤어지게 됩니다. 천징은 새로 생긴 연인과 같이 있는 천바이칭을 보게 되지만 천바이칭은 모르는 척 합니다.
여기에서 영화는 또 다른 시나리오를 보여줍니다. 천징의 강박증이 사라지고 천바이칭은 여전히 강박증을 가진 경우죠. 그 이전과 완전히 동일한 진행이 이루어집니다. 강박증이 사라진 사람만 달라졌을 뿐 완전히 같은 일이 벌어지죠.
여기 두 사람이 있습니다. A는 지극히 일반적인 사람입니다. B는 조금 특이합니다. 남들보다 온도의 변화를 10배로 느낍니다. 요즘같은 날씨에는 슬슬 두꺼운 외투가 필요합니다. A는 트렌치코트를 입고 외출합니다. B에게 지금 날씨는 한겨울 극지방 날씨입니다. 두꺼운 패딩에 목도리, 장갑을 풀로 장착하고 외출합니다. B는 괴짜인걸까요? 본인이 B와 같은 특이 체질이라면 A와 똑같이 트렌치코트를 입고 얼어죽을 것을 각오하고 덜덜 떨면서 괴짜가 아니라고 남들에게 보여주려 하겠습니까?
A도 B도 괴짜는 없습니다. A도, B도 체질이 서로 바뀌면 같은 선택을 할 테니까요. 사람의 본성은 같은데, 자신이 가진 조건이 다르고 주변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한 것 뿐입니다. 괴짜로 보이던 천바이칭도 천징도 자신이 가진 조건이 바뀌면 그 조건에 맞는 선택을 할 뿐입니다. 그 조건이 무엇이냐에 따라 누구는 괴짜로, 누구는 정상으로 보일 뿐입니다.
조건이 바뀌면, 환경이 바뀌면 사람이 변했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의 본성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조건과 환경에 의해 선택된 결과일 뿐인 것이죠. 직장에서는 좋은 사람이 가정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그 반대의 경우도 조건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죠. 현재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조건과 환경을 바꾸어 보세요. 그에 맞게 선택된 자신의 모습이 나오게 될 겁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판단할 때, 저 모습이 저 사람의 본성인지, 조건과 환경에 의해 선택한 결과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의외로 사람은 그렇게 착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또 그렇게 악하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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