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프킨 헤드

펌프킨헤드 (Vengeance: The Demon / Pumpkinhead, 1988)
미국 / 86분 / 스탠 윈스톤

여기 한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복수의 화신 '펌프킨 헤드'에 관한 전설이 있다. 누군가 살인같은 아주 질이 나쁜 악행을 저질렀을 때, 피해를 입은 자는 마녀를 찾아가 그의 복수를 부탁하게 된다. 그러면 마녀는 악마들 중에서도 가장 포악하고 악랄한 '복수'의 악마를 부활시킨다고 한다. 그것의 이름은 펌프킨 헤드..이 상태 안좋은 악마는 의뢰인의 복수가 끝날 때까지는 절대로 그 살인을 멈추지 않는다. 게다가 복수의 대상을 보호하거나 도우려는 자가 있으면 그 사람도 가차없이 죽여버리게 된다. 그를 막는 방법은 딱 한가지..의뢰인이 죽게 되면 악마도 함께 소멸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작은 산간 마을에 어린 아들과 단 둘이 행복하게 오손도손 살고 있는 에드 할리. 그에게는 아들이 세상의 전부다. 그런 그에게는 어릴적 아주 희미하게 남아있는 무서운 기억이 있다. 무시무시한 모습을 한 괴물이 이웃집 사람을 끔찍하게 죽이는 광경을 목격했던 것이다. 어쨌든 지금 그에게 있어 불행은 너무나도 자신의 처지와 거리가 먼 것이었다. 그 개양아치 도시 총각처녀들이 그의 일상에 찬물을 끼얹기 전까지는 말이다.

도시에서 산간 마을로 놀러 온 도시의 아이들...이 중 조엘이란 녀석은 첫인상부터 비열함의 극치를 달려 '저 인간 뭔 일 내겠다'는 섣부른 예상을 당연히 하게 만들어 버린다. 아니나 다를까...등장 10여분만에 에드의 어린 아들 빌리를 오토바이로 치어서 숨지게 만든 것이다. 모두들 당황해하는 찰나..이 썩을 인간 조엘이는 전과가 있다는 이유로 애인을 데리고 사고 현장에서 내빼게 된다. 아까의 예상이 딱 맞아 떨어짐을 느끼며 분노하는 소인...에드가 아니었어도 소인이 펌프킨 헤드를 부활시켰으리라...

여차저차 아들의 죽음을 알게 된 에드는 복수를 위해 마녀를 찾아 가게 된다. 여느 영화에 등장하는 숨어사는 늙은 마녀들이 다 그렇듯이 여기 나오는 마녀 역시 음침하고 재수없고 칙칙하고 뷁스럽다. 그년은 복수의 화신을 깨워주겠노라 하고는 나중에 후회하지 말라는 경고 역시 놓치지 않는다. 하지만 죽은 아들의 복수에 눈 먼 에드에게 그런 경고 따위가 먹힐리가 없잖은가? 펌프킨 헤드의 부활은 매우 순조로웠다. 곧 부활한 악마는 에드의 피를 마시고 복수의 여정을 떠나게 된다.

펌프킨 헤드는 에드의 피를 마시고 복수를 거행하는 복수의 화신이다. 따라서 복수의 대상이 아닌 자는 방해만 되지 않는 다면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악마에게 쫓겨 온 마을을 헤매고 다니는 도시의 아이들을 절대 도우려 하지 않는다. 정작 이들을 돕게 된 사람은 다름아닌 복수를 의뢰했던 에드였다.

영화에서 에드와 펌프킨 헤드는 두 개의 몸을 가진 하나의 인격체로 표현된다. 이 말은 즉..펌프킨 헤드가 살인을 저지를때면 에드도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되고, 에드가 다치거나 어떤 일을 겪으면 그 현상이 펌프킨 헤드에게도 동일하게 작용된다는 것이다.

그렇다...여기서 우린 펌프킨 헤드라는 괴물의 정체에 대해 다시 한번 씨부려보지 않을 수가 없다.그는 에드의 또 하나의 인격...(아들을 잃은 에드의 사악하고 잔인한 복수심을 가진 또 하나의 에드)인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이중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추악한 또 하나의 인격은 자기만이 알고 마음속에 고이고이 꼭꼭 숨겨놓았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는 것 뿐이다. 펌프킨 헤드의 살육 행위는 바로 에드 자신이 해나가는 것이다. 에드가 후에 직접 펌프킨 헤드를 막으려 한 이유도, 바로 이런식으로 드러난 자신의 추악한 면모를 도로 집어 넣기 위한 일종의 '양심'이 발동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복수심은 그 어떤 감정보다 더욱 더 무서운 것이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처럼..누군가에게 복수의 감정을 느끼게 되면, 그는 이미 그 대상을 산채로 잡아서 육신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악랄한 상상에 매료되어 버리게 된다. 악마의 부활이고 마을의 전설이고 자시고 뭐고 없슴이다. 이 영화의 교훈은 딱 하나..남한테 원한 살 짓은 애초에 하지 않는 게 좋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