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정남녀] 90년대 홍콩영화에 대한 자기반영적 영화
![다솜97](http://img.extmovie.com/files/member_extra_info/profile_image/177/009/9177.jpg?20130703180651)
이상과 현실의 괴리.
산업에 투항한 동료를 힐난하고 예술의 지고지순을 논하지만,
10년 전 입봉 후 영화 2편을 말아먹고 반백수로 여자친구한테 얹혀사는 처지가 아성의 현실이다.
생활고를 타파하고자 두눈 질끈 감고 황색영화(소프트 포르노) 연출을 맡는데,
사장이 꽂은 낙하산 여배우의 연기는 형편없고, 현장은 개판이고, 제작자는 수시로 작품에 개입한다.
아성(장국영)은 자신의 세번째 영화 '색정남녀' 제작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색정남녀>는 여러모로 자기반영적인 영화다.
이동승은 아예 자신을 실명 캐릭터(유청운)로 등장시켜 자기연민 가득한 희화화를 하고(근데 내 기억으로 이동승이 완전한 영화작가도 아니었으며 흥행성적도 폭망은 아니었다. 지금도 활동하고 있지만 괜찮은 완성도의 상업영화 감독 정도), 그 반대편에 말도 안되는 영화만 찍는데도 찍는 족족 대박 흥행을 하는 왕정(황추생)을 역시 실명 등장시켜 극도의 상업주의로 망가진 90년대 홍콩영화 산업을 팩폭한다.
아성이 베드씬을 왕가위의 스텝프린팅 기법으로 촬영한 것이 압권(제작자는 이렇게 흘려 찍으면 여배우의 나체가 제대로 보여지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한다), 키득키득 웃음이 나온다.
또한 90년대 황색영화 장르의 붐을 일으켰던 '옥보단' 시리즈의 스타 서소강과 서기가 영화 속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도 재밌다.
장국영이 연기했던 캐릭터 중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 이 영화의 주인공 아성이 아닐까 싶다.
우여곡절 끝에 의기투합한 촬영감독의 집에 간 아성은 촬영감독이 (포르노 감독이 된 아성이 자괴감을 느낀 것과 달리) 수많은 레퍼펀스('변태가족, 형의 새각시'(수오 마사유키) 등 일본 로망포르노 걸작들)를 공부하는 등 이번 영화에 대한 열정을 가진 것을 보며 반성한다.
현장의 배우와 스탭들은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좀 더 나은 결과를 내기 위해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었던 것.
<색정남녀>는 영화와 영화제작 현장에 대한 페이소스 가득한, 비감어린 애정이 짙게 느껴지는 영화다.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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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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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프린팅.. 오랜만에 듣네요.^^;
요즘 중국영화엔 이런 낭만들이 사라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