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케이프 아테네
예전에는 영어 문장에서 조사는 생략하고 한국 제목을 짓는 일이 많았죠. [에스케이프 아테네]도 그런식으로 명명된 제목입니다. 이 제목의 오류는 한가지 더 있는데, 영어 제목을 잘 보면 Athens가 아니고 Athena라고 되어있습니다. 그리스 수도 아테네가 아니고 영화 속 배경이 아테나山(아마 가상의 지명인듯...)이라는 곳이거든요. '아테네 탈출'이 아니라 '아테나 탈출'이죠.
1944년, 그리스의 어느 섬(가상의 장소인듯. 실제로는 판과 디드리드가 사는로도스 섬에서 찍었다고 합니다.)에 있는 독일군 포로수용소. 독일군 수용소라도 그리스에 있으니 뭔가 다르네요. 여기서는 포로들이 고대 유적을 발굴하는 일을 하고있습니다. 골동품에 조예가 있는 소장은 상부 모르게 물건을 빼돌리고있습니다.
당연히, 포로들은 탈출하거나 반란을 일으킬 테고, 여기에 고대의 보물과 부패한 소장이 관련되어 있으니 보물찾기 소동이 벌어질 테죠. 그것만 해도 재미날 것 같은데, 거기다가 그리스 레지스탕스들의 활동, 독일군 잠수함 보급 기지를 둘러싼 공방에다 심지어 V2 로켓 파괴공작까지 벌어집니다.
한편의 영화에 온갖게 다 들어가 있죠. 그러니 뭔가 억수로 재미난 이야기가 될 것 같지만... 너무 많이 집어넣어서 소화불량을 일으켰는지 이야기가 원활하게 풀리질 않습니다. 거의 대충적당주의로 일관하고 있어요.
영화가 일단 내세우는 것은 출연진입니다. 데이빗 니븐, 로저 무어, 텔리 사발라스, 엘리엇 굴드,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 리차드 라운드트리... 어마어마 하죠. 이런 거물들을 모아놓고 만든 것 치고는... 영화가 너무 허술하단 말이죠.
근데 사실은 영화가 나왔던 79년 당시로서는 현역 제임스 본드이던 로저 무어 정도를 제외하면 전성기는 지나간 배우들입니다. 투자규모도 그리 크지 않고요.
무엇보다도, 감독인 조지 P 코스마토스가 예술영화 찍는 사람은 아니죠. 예 [람보2] 만든 바로 그 사람입니다. 이분은 작정하고 목돈 대주면 오히려 B급 동인지를 찍어버리는 양반인데, B급 규모의 예산을 받았을때는 B급 범위내에서 꽤 재미난 영화들을 만들었습니다. [에스케이프 아테네]도 그런 부류에 속합니다.
영국자본으로 찍은 영화이지만 감독의 고국인 그리스를 배경으로 해서 찍었으니 아마도 의욕이 남달랐을 것같아요. 그렇지만 그런 의욕을 영화의 내용에까지 기울이지는 않았죠
이 아무 생각 없는 영화는 진지한 소재조차 가볍게 다루고 있어서 특히나 요즘 전쟁영화에 익숙한 사람한테는 '뭥미'라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시대에 나온 영화니까요.
2차대전 소재 오락영화의 거의 끝물에 나온 작품이예요. 80년대가 되면 사람들의 관심이 2차대전에서 월남전으로 넘어갔고, 철학이 없이 재미만 추구하는 전쟁영화는 지탄받는 시대가 되니까요.
그러니까 뭐... 이 영화에서 무슨 심오한 의미를 찾으려 노력할 필요는 없을테고 그냥 B급 모험영화라고 생각하고 보고있으면 재미납니다.(뭐... [람보2]나 [코브라]를 본 사람이라면 내용에 뭔가 있을거라는 기대는 하지도 않겠죠.) 말도 안되는 장면은 웃어 넘기면 되고, 원래부터 웃자고 만든 영화이기도 하고요.
오래된 영화라 액션연출은 좀 촌스럽긴 합니다. 총소리나 효과음등은 구세대 영화라는 티가 확 나고요. 뭐 애초에 전 코스마토스가 총격전 연출에 그렇게 뛰어난 재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터라 거기 대해 크게 불만은 없었어요.
그렇지만 중간에 나오는 바이크 추격전은 아주 박진감있습니다. 코스마토스는 카레이스장면은 잘찍어요.([코브라]도 카레이스는 아주 좋았죠.) 그장면 하나만으로도 한번쯤 볼만한 가치는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로저 무어가 수용소 소장역입니다. 정상적인(?) 독일군 캐릭터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어색하죠.
satt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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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만 보면 007 영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