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치 미츠루와 이토이 시게사토의 대담 - 9(최종)
1화 https://extmovie.com/movietalk/92581168
2화 https://extmovie.com/movietalk/92582301
3화 https://extmovie.com/movietalk/92583274
4화 https://extmovie.com/movietalk/92584040
5화 https://extmovie.com/movietalk/92585587
6화 https://extmovie.com/movietalk/92586720
7화 https://extmovie.com/movietalk/92588533
8화 https://extmovie.com/movietalk/92589661
9화 [정말 그리고 싶었던 것]
이토이: 아다치 씨의 만화는 뭉클하거나 심쿵하는 장면을 짧게 끝내 버리는 경우가 비교적 많습니다.
아다치: 왜 더 솔직하게 못 그릴까 싶은데 이쯤 되면 어쩔 수 없죠.
이토이: 그렇지만 저게 어른한테는 참을 수가 없어요. 범종의 여운이 아닌데도, 두드린 건 아까인데 아직도 울리고 있어요. 줄거리만 봐도 별 볼일 없는 만화인데.
아다치: 그야, 줄거리는 말이죠(웃음).
이토이: 근데 읽으면 다르구나 같은? 그거는 만화가 입장일 뿐이잖아요.
아다치: 『터치』 때는 정말 쫓겨다녔어요. 처음 몇 장만 콘티를 하고 그 뒤의 본방을 그려버리죠. 거의 애드리브 같은 느낌으로요. 그게 멋지게 만들어지면 기쁠 거예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전의 이것과 그것의 앞뒤가 맞아서 좋은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처럼 돼요. 그건 주간지 연재의 즐거움이었죠.
이토이: 프로들은 다 그런 시기가 있죠.
아다치: 그런 것 같네요. 캐릭터가 제멋대로 움직여 주는 느낌이 들고 저는 아무 생각도 하지 말라고 하죠. '아, 잘 됐어'가 겹겹이 쌓였네요. 그건 행복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이토이: 말하자면 손이 그리게 한다거나 마음이 그리게 한다? 머리가 아니겠죠?
아다치: 머리가 아니네요. 머리로 생각하면 저렇게 안 그려요. 지금 와서 냉정하게 생각하면 다른 방법이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만요.
이토이: 작가는 만화를 그리면서 동시에 감상도 하고 있는데, 돌아가서 다시 그리고 싶지 않나요?
아다치: 시간이 있으면 그렇게 되네요. 그 무렵에는 원고가 나오면 바로 편집이 가져가 버리고, 다음 주에는 책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거기서 후회해도 어쩔 수 없어서 이제는 점점 앞으로 나아갈 뿐이라고 합니다.
이토이: 오랫동안 해보지 않으면 맛볼 수 없는 묘미네요. '힘이 빠져버렸는데 왠지 모르게 그려져서 아주 좋은 게 생기네'라는 건요.
아다치: 항상 그런 식이고 싶은데요.
이토이: 밥그릇이나 공예품이나 장인의 일도 그런 것 같아요.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단계까지 이어지면 나머지는 ‘멋대로 된다’고 하죠. 그건 기쁜 일이겠지요.
아다치: 다만 요즘은 고민하면서 그리는 것도 있어요. 체력적인 것도 있지만 역시 집중력이 다르니까요. 그때랑은
이토이: 가장 줄어든 것 같은 것은 집중력인가요?
아다치: 네. 좀처럼 지속되질 않네요.
이토이: 만화가는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 기니까요.
아다치: 일단 책상을 떠나 버리면 다시 돌아가기가 힘들어져요. 머릿속이
이토이: 그것은 카피라이터가 단지 카피를 쓰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과 같네요. '3분이면 되잖아' 같은
아다치: 사실은 다르겠지요(웃음).
이토이: 다른 것을 하고 있는 시간도 사실은 거기에 포함되어 있지만, 이건 알기가 어렵습니다.
아다치: 콘티 짜는 걸 옆에서 보면 노는 거 아닌가 싶겠죠. 종이 위에서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아도 머릿속을 마구 휘젓고, 뭔가 쓸 만한 것이 굴러가지 않았는지 계속 찾거나 하고 있는 거예요. 그걸 계속할 집중력이 없어지면 못 찾는 사이에 잠들기도 하고요.
이토이: 그것은 거기에 맞는 표현을 다시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요?
아다치: 역시 시간의 사용법은 슬슬 생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해요. 앞으로 얼마나 작품을 남길지도 모르겠고, 무엇을 남겨야 제가 만족할 수 있을지. 뭐, 만족 같은 건 안 하겠지만 그런 건 막연하게 생각하기도 해요.
이토이: 뭔가를 하는 시간을 줄이고 싶다든가, 이것을 그만두고 싶다든가 하는 것이 있나요?
아다치: 줄였다고 할까, 시시한 것을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나 버린 것이죠.
이토이: 아~
아다치: 옛날에는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기 때문에 점점 앞서 갈 수 있었어요. 지금은 시간이 있으니까 곰곰이 생각해요. 이건 안 좋네요. 적어도 저의 삶의 방식에는 맞지 않아요. 곰곰이 생각하는 타입이 아니겠죠.
이토이: 곰곰이 생각한다는 건 굳이 말하자면 리듬이 줄어들죠. 아까 마감 그거도 리듬 얘기잖아요.
아다치: 그런 것 같아요. ‘정말 그리고 싶은 게 뭘까?’ 같은 생각을 하면 '어?' 이렇게 돼요.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는 이만큼 이름을 남겨 버렸으니 모두가 기대하는 것도 알 수 있어요. 거기에 응하려고 하는 저 자신도 있어요. 그러니까 그런 걸 다 빼고, '정말 그리고 싶은 게 뭘까'라고 자문자답을 해본다든가. 그런데 그런 걸 하다 보면 만화는 안 그리겠구나 이런 생각도 하고요. 그 주변을 맴돌면서 지금도 아직 만화를 계속 그리고 있습니다.
이토이: 허~
아다치: 뭐야 이 이야기는(웃음)
이토이: 아뇨아뇨
아다치: 잘 모르겠네요.
이토이: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살았던 시대가 굉장히 길기 때문에, 정신을 차려보면 '나는 공백이었을까?' 하고. 어떤 의미에서 만드는 건 만들었는데, '어, 내 욕심이 어디 갔어?' 같은.
아다치: 하하하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정말로 그리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그것을 세상이 요구하고 있는지 어떤지는 또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라고는 생각합니다만.
이토이: 오늘은 말하기 어려운 것만 저도 묻고 싶었고, 아다치 씨도 거기에 어울려 주셨기 때문에 이대로 끝낼까 생각합니다. 오늘은 소위 말하는 취재가 아니기 때문에
아다치: 즐거웠습니다. 이토이 씨와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토이: 오늘 같은 얘기는 친구들끼리 얘기하잖아요. 다들 사실은 그런 걸 듣고 싶을 거예요.
아다치: 군마 얘기를 더 할 걸 그랬나?(웃음)
이토이: 야끼만두 이야기라던가(웃음)
아다치: 하하하하
이토이: 저는 지금쯤이 되어 군마나 마에바시가 싫지 않게 됐어요. 요즘 가끔 가고 있어요.
아다치: 군마에 대해 힘이 되는 일이 있으면 다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이토이: 그럼, 군마의 이야기는 그 때 잔뜩(웃음). 아니, 오늘은 감사했습니다.
아다치: 감사했습니다.
(끝입니다)
원문
https://www.1101.com/n/s/adachi_itoi/2024-02-23.html
마지막에 군마에 힘이 될 일이 있으면 불러달라 했었는데
실제로 그거 때문에 며칠 전에 두 사람이 다시 대담을 했었습니다.
그동안 번역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