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피로연> 윤여정 & 조안 첸 인터뷰

배우 윤여정과 조안 첸이 영화 <결혼 피로연> 리메이크작에서 처음으로 함께 호흡을 맞췄다. 두 전설적 배우는 각기 다른 문화권의 부모 역할을 연기하며 영화 속에서 마주 앉아 진심을 나누는 저녁 식사 장면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두 사람은 이번 작품에 대한 소감부터 서로에 대한 애정, 그리고 각자의 영화 경력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Q. 서로의 캐릭터에 얼마나 공감하셨나요? 조안 첸 배우님의 캐릭터는 시선집중형이지만 굉장히 사랑스럽게 느껴졌어요.
조안 첸
저도 엄마이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의도로도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런 면에서 공감이 갔죠. 하지만 제 성격은 극 중 인물과 완전히 달라요. 그래서 연기하는 게 더 재미있었죠. 그녀는 완전한 디바예요. 모든 게 자기 중심이에요.
Q. 윤여정 배우님은 원래 신랑의 어머니 역할이셨다고 들었는데, 할머니로 바꾸자고 제안하셨다고요?
윤여정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땐 아들이 30대 중반으로 설정돼 있었어요. 그래서 어머니 역할도 가능하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나중에 한기찬 배우로 캐스팅이 되서 “앤드류, 이건 안 돼요. 내가 저 아이 엄마로 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아요. 차라리 할머니로 바꿉시다”라고 제안했어요. 가족의 세대 간 역사가 더 깊어지는 효과도 있다고 생각했고요. 결과적으로 잘 된 것 같아요.
Q. 이 캐릭터에 공감하신 이유 중 하나로, 아드님의 정체성과 관련된 개인적인 경험이 있었다고 하셨죠.
윤여정
네, 맞아요. 한국은 여전히 이런 문제에 대해 굉장히 보수적인 나라예요. 그래서 이 역할은 제게 정말 개인적으로 다가왔어요. 감독 앤드류와 이 부분에 대해 솔직하게 대화를 나눴고, 극 중 손자에게 “넌 내 손자야”라고 말하는 대사는 그 대화를 바탕으로 함께 쓴 대사예요. 실제 제 삶에서 나왔던 말이기도 해요. 이 장면이 누군가에게 용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조안 첸
저는 YJ(윤여정)에게 계속 말했어요. 정말 멋진 연기였다고요. 그녀는 감정의 무게와 진정성을 전해줘요. 배우로서, 또 동료로서 정말 인상 깊었어요.
윤여정
조안, 당신도 훌륭했어요. 특히 딸과의 장면, 그리고 나와의 식사 장면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줬어요. 고마웠어요.
Q. 영화 후반부, 두 분이 단둘이 마주앉는 저녁 식사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어떤 촬영이었나요?
조안 첸
함께한 장면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이 장면을 굉장히 고대했어요. 긴 하루를 마무리하며 마지막에 찍은 장면이라 둘 다 좀 피곤했죠. YJ는 굉장히 독특한 유머 감각이 있어요. 촬영 후 감독이 “너무 좋았어요, 한 번만 더 찍어볼까요?” 하면, YJ는 “그렇게 좋았으면 왜 또 찍어요?”라고 말하곤 했죠. (웃음)
윤여정
테이크가 정말 많았어요. 그래도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조안과는 이번 영화에서 처음 만났지만, 저는 <마지막 황제> 때부터 그녀를 봐왔기 때문에 왠지 익숙한 느낌이 있었어요.
Q. 조안 첸 배우님이 윤여정 배우님 연기를 도와줬다고 하셨는데, 어떤 방식으로였나요?
윤여정
조안도 공감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연기는 마치 저울 같아요. 저는 B 학생이지만 A+ 학생과 함께하면 B+가 될 수 있는 거죠. 그녀는 저를 끌어올려 줬어요.
조안 첸
정말 동의해요. 좋은 연기 파트너가 있다는 건 너무나 중요하죠. YJ와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뻤고, 그녀가 같은 마음이라니 영광이에요. 어떤 분은 “그 식사 장면만으로 영화 한 편 만들 수 있겠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다음에 또 함께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윤여정
근데 우리가 좀 서둘러야 할 거예요. 나 (조안보다) 나이가 훨씬 많아서 곧 죽을 수도 있어요. (웃음)
Q. 이번 작품에는 새로운 세대의 배우들과도 함께했죠. 어떤 인상이었나요?
조안 첸
켈리 마리 트랜은 처음 만났지만, 그녀의 작품들을 봐왔기 때문에 낯설지 않았어요. 첫 촬영 때부터 좋은 기운이 느껴졌어요. 켈리는 감정이 풍부해서 첫 씬부터 눈물이 흘렀어요. 앤드류 감독은 부드러운 스타일인데 그 장면을 여러 번 찍었고, 7번째 테이크에서도 그녀는 여전히 몰입하고 있었어요.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윤여정
테이크가 정말 많았어요. 그리고 감독은 항상 “정말 좋았어요!”라고 말하곤 했죠. (웃음)
Q. 한기찬 배우는 첫 영화였죠? 긴장했을까요?
윤여정
처음 만났을 땐 나를 무서워했을 거예요. 내가 연장자인데다가 그를 시험해봤거든요. 촬영 전에 우리 집에 인사하러 왔는데, 들어오자마자 “대본 읽자”라고 했어요. 분명 무서웠을 거예요. (웃음)
(조용히 손짓하며 매니저인 아들 조얼에게 시선을 돌린다.)
조얼
제가 옆에 있었는데요, 한기찬 배우가 들어오자마자 엄마가 “대본 읽자” 하고 시작했어요. 그런데 잘하더라고요. 시험에 통과했어요.
윤여정
영화 보고 나서 “정말 잘했어”라고 칭찬해줬어요. 정말 잘했어요.
Q. ‘SNL’ 관련 이야기도 있었나요?
윤여정
첫째 아들이 SNL 광팬이에요. 보웬이랑 함께 나오는 걸 정말 좋아했죠. 테이프도 몇 개 보내줬어요.
조얼
보웬이 엄마에게 SNL 호스트 제안했냐고요? 그런 건 없었어요.
윤여정
안 돼요, 늙은이라 너무 늦게까지 하는 프로그램은 힘들어요. (웃음)
조안 첸
보웬은 정말 멋져요. 우리 딸도 팬이에요. 이번 달에 뉴욕대에 다니는 딸이 SNL 녹화 보러 간대요. 엄청 기대하고 있어요.
Q. 미국과 다른 나라에서 영화 작업할 때 가장 큰 차이는 뭔가요?
윤여정
한국에선 거의 60년 넘게 일했고, 다들 나를 알아서 좀 버릇이 생겼죠.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다 알아요. 난 테이크 여러 번 하는 걸 안 좋아해요. 세 번 이상은 싫어요. <미나리> 찍을 때도 프로듀서 더글라스 석에게 “너 친구 좀 말려줘, 날 죽이려는 것 같아”라고 했어요.
Q. 그 이후로 테이크를 줄였나요?
윤여정
네. 그리고 미안하다고 떡도 가져왔어요. (웃음)
조안 첸
저는 14살 때부터 중국에서 일했고, 지금까지도 헐리우드와 병행하고 있어요. 처음엔 미국 시스템이 더 좋다고 느꼈어요. 왜냐하면 예전 중국은 필름이 비싸서 한 번에 찍어야 했고, 대사 없이 리액션만 찍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점점 비슷해졌어요. 다만 제가 맡게 되는 역할은 조금 달라요. 중국에선 제가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에 대해 더 잘 이해해주는 것 같아요. 그래도 이렇게 다른 문화에서 연기할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축복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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