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 잠수교가 보인다 (1985) 어리석고 혼란스러운 멜로드라마. 스포일러 있음.
"창 밖에 잠수교가 보인다"하는 제목부터 뭔가 벌써 중이병적인 탁 튀어 보이려는 치기가 느껴진다.
그리고 그런 영화 맞다. 저 포스터에 쓰인 횡설수설하는 문구들을 보라.
지금 와서는 주제가인 강변연가가 불후의 명곡으로 남았다. 당시에도 히트친 노래였는데, 명곡으로 남을 정도라고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당시 영화들이 좀 후줄근했는데, 그런 영화들 중에서도 뭔가 흠결이 강한 영화같아 보였다.
하지만, 두 비범한 배우들이 이 영화에 에너지와 힘을 부여한다. 대배우 김진규의 딸 김진아와
정승호다. 김진아는 아버지보다 어머니 김보애를 더 많이 닮았다.
당시 여배우들로서는 특이하다 할 정도로 퇴폐적이고 색기가 넘치는 그런 이미지였다 (실제 성격이야 어떻든 간에).
이 영화에서, 일본인이 서울에 둔 정부 역할을 한다. 정부 역할에 만족하다가 진짜 사랑에 눈을 뜨는
퇴폐미+순애보 역할이다. 사실 돈과 권력에 눈멀었던 세속에 찌든 여인이 순수한 사랑에 눈을 뜬다는
순애보적인 주제가 당시 왜 관심을 끌었는지 나 자신도 이해가 안간다.
아마 이 영화가 소프트코어 포르노처럼 선전되었던 탓이었을까? 주제가들이 히트침으로써 얻어진 선전효과들이었을까?
영화는 혼란 투성이다. 김진아 캐릭터 자체가 혼란스러운 인물이다. 서서히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뜨는 것으로
착 착 줄거리를 구축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횡설수설 두서 없이 김진아는 혼란스럽게
행동한다. (아마 구축할 능력이 없었을 것 같다.)
그러다가, 자기 스폰서를 살해한다. 자기를 억압하는 권력을 제거함으로써 자유를 찾는다는 식 결말이다.
그런데, 스폰서가 김진아를 납치해다가 감금한 것도 아니고, 김진아와 스폰서 관계는 돈 주고 받는 계약관계다.
김진아가 자기 스폰서에게 적의를 불태우며 살해함으로써 해방된다 하는 식의 결말은 좀 오버다.
그것도 스폰서가 막 학대하고 그랬던 것도 아니고, 살뜰하게 잘 보살펴주었건만 말이다.
김진아가 애절한 신파조의 표정으로 스폰서를 죽이는 장면이 무슨 순수한 사랑의 클라이맥스처럼
표현되는데 멍청하기 이를 데 없는 장면이다.
객관적으로 스폰서가 죽을 만한 놈인가, 김진아가 정신머리 없는 살인자인가?
어리석고 혼란스럽고 중이병적으로 튀어 보이려고 하는 것이 이 영화다.
"젊은 영화"를 만들겠다는 기치 아래 만든 것이 이 영화인가? 진짜 젊은 영화의 등장까지는 더 기다려야 했다.
이 영화의 주연 정승호는 연극배우 출신이다. 연극배우가 너무나 성공한 나머지 영화주연으로 당장 캐스팅될 정도는 정말 흔하지 않다. 무슨 말론 브란도 식으로 천재연극배우가 영화에 당장 주연으로 캐스팅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너무 연극적인 연기를 한다. 그가 성공을 거두었던 배역이 품바에서 거지역할인데,
좀 촐싹거리는 연기를 이 영화에서도 한다. 하지만, 배역 자체가 좀 촐싹거리는 역할이다.
지금 시청자들은 정승호를 조연배우 정도로만 생각하겠지만, 그는 아주 높은 평가를 받던 연기천재였던 시기가 있었다.
경박하고 덜렁덜렁하고 머릿 속에 뭐 생각하는 것도 없고 되는 대로 사는 백수에게 사랑에 빠진 김진아가,
진정한 사랑에 눈 떠 스폰서를 죽이고 자유를 찾는다 하는 내용의 영화다.
이 영화의 매력은 혼란스러움과 자기도 뭔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는 그것이리라. 1980년대의 시대적 특징과 이 영화의 특징이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김진아와 정승호라는 두 걸출한 배우들은, 좋은 시대에 태어냈더라면 더 큰 업적을 남겼을 배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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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가는 정말 익숙한데.. 영화가 있었네요.
유튜브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