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느리고 어둡다고요?”
영화 ‘하얼빈’(감독 우민호)이 개봉 5일째 200만 고지도 훌쩍 넘으며 순항하고 있다.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까지 7일간의 고된 여정을 따라가는 이 작품은 나라를 구하려는 의군들과 ‘밀정’ 서사까지 섞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한다.
그러나 일각에선 상업영화 치고는 톤이 어둡고 속도감이 느린 것 아니냐는 아쉬운 소리도 흘러나온다. 또한 ‘밀정’에게 연민 어린 전사를 준 이유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오간다.
스포츠경향은 최근 만난 우민호 감독에게 ‘하얼빈’에 관한 편파적인 쟁점 세 가지를 던졌다.
■쟁점1. 일부러 클래식한 톤으로 잡았다?
‘하얼빈’은 전체적으로 묵직하고 어두운 톤으로 일관한다. 아름다운 풍광이 가득한 미장센을 보는 맛은 있지만, 상업영화로선 속도감이 느리다고 느껴지는 이도 있을 터였다. 우민호 감독은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내비쳤다.
“요즘은 숏폼도 성행하고 사람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것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에 고민을 하긴 했어요. 하지만 이런 시대이기 때문에 더욱 더 영화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고, ‘하얼빈’만큼은 굉장히 클래식하게 찍고 싶더라고요. 컷도 없고 클로즈업도 많지 않게요. 그럼에도 드라마틱하게 보일 거로 생각했어요. 그러면서도 의군의 마음을 신파로 풀고 싶지 않았고요. 담담하지만 숭고한 느낌으로 풀어지길 바랐거든요. 마음을 누르다 누르다 너무 깊으면 눈물이 안 나잖아요? 그런 마음으로, 들리지 않지만 보이는 통곡으로 연기해줬으면 좋겠다고 배우들에게도 주문했죠.”
■쟁점2. 의군의 배신을 미화한 건 아닐까
극 중 의군을 배신한 ‘밀정’은 누구인가 또한 이 작품을 재밌게 만드는 장치 중 하나다. 그러나 ‘밀정’의 정체가 드러난 이후, 그에게 일제가 가한 가혹한 고문 등과 같은 전사를 보여주면서 배신 행위를 미화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도 들었다.
“그렇다기 보다는 한때 같이 목숨을 걸고 싸운 동지지만 어쩔 수 없는 거대한 힘에 의해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지점을 그리려고 했던 거예요. 비상식적인 폭력을 당해 정신까지 지배당한 상태라면, 그게 나라면 그 신의를 끝까지 지킬 수 있을 것인가. 거대한 폭력에 두려워하는 밀정인데 연명하는 것 자체가 자존감 무너지는 것이 아닐까. 안중근(현빈) 장군이 그걸 알고 그 밀정에게 의군으로서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거고 믿어준 거라고 생각합니다.”
■쟁점3. 시국에 딱! 기가 막힌 대사에 대해
의도하진 않았지만 ‘비상계엄을 시도한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암울한 시국과 맞물려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다른 의미로도 해석되고 있다. 우 감독도 신기할 따름이라고. 특히 이토 히로부미가 “조선이란 나라는 어리석은 왕과 부패한 유생들이 지배해 온 나라지만 저 나라 백성들이 제일 골칫거리야. 받은 것도 없으면서 국난이 있을 때마다 이상한 힘을 발휘한단 말이지”란 대사는 화제가 됐다.
“이토 히로부미가 실제로 한 말이에요. 유생들이나 왕은 하나도 두렵지 않은데, 마차 타고 총독부를 갈 때마다 자신을 쏘아보는 민초들의 눈빛이 너무 서늘했다고요. 민초들에겐 두려움을 느낀 거죠. 그런데 지금 시대가 이렇다 보니 그게 또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게 돼 참 아이러니하고 서글프기도 하네요.”
https://sports.khan.co.kr/article/202412301508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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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완전 몰입하고 봤습니다ㅠ
나중에 포로 모아놓고 풀어주자는 씬 보면 독립군이나 포로나 진흙 하나 없이 마른 옷이여서 당황스러웠는데.........
인터뷰 내용 너무 좋네요
감독님 생각이 전적으로 동의하고 찬성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ㅎㅎ
실제 이토 말이라니..
확실히 인물은 인물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