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역비룡
당계례의 감독 데뷰작입니다.
당계례는 액션영화쪽에서 거물급 감독이 된 현재에도 드라마나 배우의 연기지도 등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사람은 아니죠. 초짜이던 시절에 더더욱 그런걸 기대할 수는 없을테고....
이 영화는 무술지도 출신의 초짜 감독이 만든 영화에서 바랄 수 있는 그 정도의 기대를 채워주는 영화ㅂ니다.
영화의 장르는 70,80년대에 유행했던 (오지 원주민들을 괴물처럼 포장해서 팔아먹는) 정글 호러/액션 영화라고 볼 수 있고, 딱 그런 장르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투적인 요소들로 범벅해낸 딱 그런 정도의 영화ㅂ니다.
서양사람들이 동쪽을 미개하게 보는 딱 그런 시각으로 한중일 3국에서는 동남아지역을 깔보는 거죠.
영화의 스토리는 한마디로 말해 황당무계하고, 니 맘대로 하세요 식으로 진행됩니다.
대충 요지는... 정글에서 실종된 인물을 찾기 위해 대도시 처자들이 아무것도 모른채 정글에 뛰어든다... 정도가 기본 줄거리이고, 상영시간 대부분은 두명의 처자, 리지와 여소령(여소룡 아님)이 정글 속에서 (이런 영화에서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뻔한) 여러가지 상황을 겪으며 망가지는걸 보여줍니다.
원주민의 습격을 받기도 하고 야생의 맹수들을 피해 도망다니고 발 잘못 딛어 구르고 먹을것 때문에 고생하고... 기타등등.
앞 뒤 인과관계 생각 안하고 그냥 두 처자들이 망가지는걸 보고 즐길 요량이라면 나름대로 재미있습니다.
홍콩 영화니까 당연히 빠지지 말아야할 요소가 있겠죠.
주인공들에게 몸싸움을 시킬 구실을 만드는 역할로 영화속에는 정체불명의 보물(영화 다 보고 나도 도대체 뭐였는지는 알 수 없는)을 찾는 악당들이 나와서 주인공들의 앞길을 가로막습니다.
여주인공들 중 여소령이 극중에서도 액션영화 여배우로 설정되서 나름대로 열심히 몸을 쓰고 있지만 혼자서 영화 전체를 커버하기는 역부족이었던지, 액션을 책임지는 역할로 번소황이 출연하고 있습니다.
번소황은 이상하게도 영화쪽으로는 출연운이 없어서 그다지 이름이 알려지지 못했지만 (기껏 알려진 주연작이래야 무술실력을 자랑할만한 내용과는 거리가 먼 [역왕/신북두신권] 정도니...) 무술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은근히 실력자로 소문이 난 사람이죠.
설정상 동남아 정글에서 자라서 중국말을 전혀 못하는 친구로 나오기 때문에 대사연기는 할 필요가 없고 오로지 몸만 쓰면 되는 역할입니다(동남아 원주민들하고 자라서 중국말도 못한다는 친구가 중국 무술은 어떻게 배웠는지 따위를 굳이 따질 필요는 없겠고...)
몸만 쓰면 된다는 그점이 문제긴 합니다. 액션은 곧잘 하고 있지만 캐릭터 자체가 기억에 안남거든요. 열심히 망가지는 두 처자들에 비하면 남자 주인공 쪽은 전혀 인상에 남질 않습니다.
뭐... 어쨌든... 당계례의 영화답게 무술 액션은 꽤 잘 뽑혔습니다.
전반적으로 밸런스 조절에 실패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별 생각 없이 시간 때우는 용도로는 그런대로 쓸만한 편입니다. 어차피 홍콩 액션 영화에서 내용같은 거 따지고 있어봐야 시간 낭비인 경우가 더 많은거고....
제목 밑에 Girl with the... 어쩌고 하는 영문문구는 다른 영화의 영어 제목을 잘못 적은 겁니다. 오션쇼어라는 회사가 원래부터 수상쩍은 곳이니...
ㅋㅋ 정글에 저렇게 한껏 차려입고 가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