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달 동안 꽃게잡이 배 탄 썰..
요즘 익무에 새우잡이배 이야기가 핫(?)하네요 ㅋㅋ
그래서 생각난 약 10년전, 꽃게 잡이 배 탄 썰을 풉니다.
시작은 이렇습니다..
하던 일에 슬럼프도 오고..
빚은 있고...
이렇게 저렇게 삶에 훈수 두는 사람들도 많고...
너무 지긋지긋 했습니다...
그래서 결심을 합니다....
그래...극한으로 힘들어지고.. 돈도 벌고..
사람들하고는 단절되는...배를 타자!!
(물론 굉장히 오만한 생각 이었습니다...)
배를 타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포털에서 검색을 하면
다양한 어선 전문 인력 사무소가 나옵니다.
저는 바로 한 업체를 선정하여 방문을 합니다.
친절한 소장님이 나오셔서.
"그래 뱃일 하려고?"
"네"
리스트를 훑어 보시면서
일단 초심자는 절대 원양어선에 못태운다고 하십니다.
그만 하겠다고 하였을때 해외에 정박을 해야하는데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랍니다.
그러면서 국내 조업 어선을 타야한다고 하시더군요.
"보자.... 오늘 출발하면 되는데..."
저는 화들짝 놀라서 일주일있다 꼭 온다고 하였습니다.
소장님은 알겠다고 하고, 날짜를 지정해주셨습니다.
그때 당시 심정은 마치 군입대를 앞둔 그때의 기분이었습니다..
일주일간 마음을 정리하고....
그날이 되었습니다.
소장님은 점심이나 먹자며
복집에 데려가십니다..
비싼 복지리를 시켜주시고...
소주를 한잔 사주시더군요...
그때는 모든 상황이 낯설기만 하여서 몰랐는데
소장님도 생각이 많으셨던것 같습니다.
당시 술을 즐기지 않던 저이지만...
소주 반병을 마신것 같네요..
그렇게 저는 잠시후에 픽업 차량을 타고
영흥도로 향했습니다.
꽤 긴시간 갔던것 같은데
종일 차창밖만 바라봤던것 같네요...
제가 도착했었을때..
선장님과 선장님 아내분 께서 맞아주셨습니다.
"아이고~ 이렇게 예쁘장하고 고와서 어떡해?"
오해 하시면 안됩니다..
저는 이 묘사와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곳에 세달간 있으면서 알았습니다.
이곳에서는 제가 "고운"사람이 맞았습니다.
넘어가지 않는 저녁을 먹고
지정된 숙소로 갔습니다.
이미 저 말고도 두분이 더 계셨고.
한분은 누가봐도 베테랑의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저한테 한잠 자라고 하더군요.
뜬눈으로 시간을 보내던중, 새벽 네시 즈음.
베테랑 선원이 전화를 받더니 깨웁니다.
출발이랍니다.
비몽사몽 일어나서. 행선지도 모른채 포터에
남자셋이 꾸겨지듯 탑승하고 어딘가로 향합니다.
선착장입니다.
정신없이 무언가 준비를 하고,
승무원실 아래에 있는 어딘가로 갑니다.
매우 좁은 공간, 그러니 남자 셋이
각자 잘 수 있는 칸이 있는 그런곳 이었습니다.
또 자라고 합니다...
얼마나 잠들었을까...
앞잡이(뱃머리에서 방향지시) 어른이
밥먹지고 깨웁니다.
멀미 때문에 밥이 안넘어가지만,
선장님이 먹어두랍니다.
그래야 일 할수 있다고...
간단히 일 하는 법을 배우고,
11월 즈음이라
아직 해가뜨지 않은 상황에서 조업을 시작합니다.
허리를 필 시간없이 정신없이 일을 합니다.
그러다가 아이고 허리야..
하고 하늘을 보니... 어느덧 해가 중천이었습니다.
그리고 점심 먹을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한번 조업을 나가면 보통 2~4일 정도를 배안에서 생활 합니다.
저는 비수기에 간것이라 사실 고생했다고 할수 없지만..
하지만 저에게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젠틀하신 선장님, 선원분들과 일을 했음에도 말이죠..
이러면 안되는데 파도가 높아 출항을 못하는 날이면
너무도 기뻤습니다.
그런날은 한시간 반 정도 거리의 시내로 나가서
영화를 보았습니다.
당시에 "베를린","내가 살인범이다"를 봤었네요 ㅋ
지금도 저의 오감을 자극하는 기억이 있습니다.
선창에서 잠을 잘때,
그 고요함 속에서 들려오는 배에 부셔지는 파도 소리...
조업중에 망망대해에 내리는 폭설의 아름다움...
야간 조업을 나갈때 보이는 육지의 아름다운 불빛들..
저는 소형(?)선박에 속하는 편이었는데
먼 바다를 나가면 해무속에서 나타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화물선들.....
아직 그 순간이 생생히 기억납니다.
다녀오고 나서도 후유증이 조금 있었습니다.
부주의한 탓에 다친 발목..
그건 회복이 빨랐지만.
무너진 멘탈은 회복하는데 몇달은 걸린것 같네요..
여튼...최근 블시 관련해서..
새우잡이배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꽃게잡이 배를 탔던 기억이나서 이렇게 썰을 풀어봅니다.
마지막으로 많진 않지만 당시에 찍었던 사진들로
마무리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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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제가 갔을때는 인간적인 대우가 생긴때였고
무엇보다..제가 초심자이니..빡세지 않은 배에 배정 받은것 같습니다!
그럼 새우잡이도 잘하실것같...
아...새우잡이...이야기만 들어도 무시무시 합니다.....
허리를 필수가 없다던데....승선은 사양합...ㅋㅋㅋ
다큐로 보게되는 버릇이 들었습니다 ㅋ
움...급여는 사실 조업량에 따라 굉장히 다른데요.
조업량이 많으면 당시 기준으로 몇백씩도 가능 했습니다.
저는 극 비수기에 갔음에도 당시에 적지않게 받았던것 같습니다. 돈을 많이 받는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승선 기간동안 쓸일이 없습니다 ㅋ
미리 예고편으로 알려주는 익무, 너무 좋아요.
이렇게 써보았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ㅠ
고생 많으셨네요
익무에서 새우잡이는 농당처럼 나오곤 하는데
꽃게잡이배를 직접 경험하셨다니!!
지난 일이라 그래도 이렇게 글도 쓸 수 있는 날이 오네요..
새우잡이배는 노동의 강도가 무시무시하다고 들어서 ㅋㅋ너무 무섭습니다 ㅋ
초심자인 저는 힘들었습니다 ㅠ.
유머인줄알고 눌렀는데 정말 배타셨던 후기를....!어릴때 바닷가에 살았는데 어른들이 다 배타셔서 얼마나 힘든지는 많이 들어봤는데ㅜㅜ고생많으셨어요
정독했습니다!
정말 존경 하는 분들입니다..
이일 이후에는 세상 모든것이 참 감사하고 고맙더라구요..
꽃게잡이 정말 힘드셨겠어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하지만 감사합니다!
담근 사람일 뿐입니다 ㅋ
그리고 아 ㅠ.....좋은 말씀 너무 감사합니다!
그때의 감정에서 위로 받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디테일한 글에 간접경험 하고 갑니다 !
담궜던 사람입니다 ㅋ 감사합니다!
저희를 깨우셔야..
대단한 경험을 하셨군요!! 그래서 블시 때 옆에서 배우면 될까요?ㅎㅎㅎㅎ
어선은 다큐 영상만 봐도 빡세던데 경험하셨군요 ㄷㄷ
돌아왔습니다! 네 주변의 도움으로 극복 되었습니다^^
자연산 횟감으로 먹을수 있는 고기들이 잡히며
소소하게 하선 하여 먹었습니다^^
일의 강도도 강도지만 작은배 혹은 어선에 우선 익숙치 않아서 배에 있는거조차도 중노동이거든요
힘든 시기 잘 이겨내셨네요 👍
참..생각해보면 민폐도 많이 끼친덕 같네요 ㅠ
그래도 선장님이
친절히 잘 알려주셔서 일을 했던것 같아요!
좋은 말씀 너무 감사합니다!
혹 실례가 안된다면 존경한다는 말을
전달 드릴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부탁드립니다!
업으로 삼으실것 아니면 추천은 못드리겠어요 ㅠ
진짜 업으로 하시는 분들이 존경 스러운것 같습니다!
같은 노동의 조건에 몸담았던, 한승태 작가의 '인간의 조건'이 생각나는군요
.
'당시' 겁이 없었던, tae_Dog 님, 삶의 진동을 응원합니다...!!! :)
*번외
기회가 된다면 한승태 작가의 '고기로 태어나서'도 추천해 봅니다 :)
응원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ㅠ
그리고 책 추천도 너무 감사드립니다!
업에 계신 분들이 정말 대단 하신것 같아요!
진....진짜가 나타났다!!!!!
경험치는 끝도 없는 것 같습니다 ㅋ
감사합니다!
영화랑은 다르군요.^^
예전에 다큐 채널에서 거친 베링해 킹크랩 잡는 사람들 모습 보여주는데 무시무시하더라고요.
좋은 경험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