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틋한 홍콩의 사랑, 애틋한 한국의 사랑
이번 포스트에서는 시대적 정취를 잘 담아낸 두 편의 걸작 로맨스 영화,
<첨밀밀>과 <8월의 크리스마스>를 비교하며 리뷰해보았습니다.
보신 분들, 안 보신 분들 모두 편히 보실 수 있도록 가급적 스포는 피했습니다.
이주하며 살아 가기, 정주하며 살아 가기
두 영화는 라이딩 씬이 정말 인상적이지요.
서로 얼굴만 아는 사이였다가 더욱 친밀해지게 되는, 이음새 좋은 씬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교 그녀도 사실은 등려군 노래를 좋아하는 본토 출신이었다. 이소군은 여기서 눈치 챈 걸까?
🎵 그대의 미소는 달콤해요. 봄바람 속에 꽃이 핀 듯이 🎵
단골 관계보다 한 층 가까워지는 정원과 다림.
"좋아하는 남자친구 생기면 달라질 껄? / "모르죠, 뭐." / "꽉 잡아요, 이렇게!"
저는 개인적으로
수평적으로 담아낸 자전거 씬에서는 이동감이,
정면으로 담아낸 스쿠터 씬에서는 안정감이 느껴지더라구요.
<첨밀밀>에서는 돈을 벌기 위해서나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등의 정말 다양한 이유로 이동이 발생합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는 일터인 '초원사진관'이나 집 안 등 일상적인 배경들이 주로 나옵니다.
두 감독님께서 이것까지 의도하시며 라이딩 씬을 찍으셨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첨밀밀> 더 보기
영화상으로도 <첨밀밀>에서 이소군-이교의 관계는 방황하는 사랑이기에 이동과 관련이 많아 보입니다.
그러한 방황의 격정이 치솟는 장면들에서 남겨진 이들이 위치한 곳은
모두 어떤 경계이거나 중간지점입니다. (또한 아래 장면들에선 모두 같은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이교는 이소군이 약혼녀와 자신 사이에서 방황하는 모습을 보이자 떠난다.
이소군의 처지는 어느 지점도 아닌 중간 지점에 있다.
서로 다른 이성과 함께 하게 될 둘은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사무치자, 헤어지기 전 차 문을 사이에 두고 키스한다.
이소군은 바깥에서, 이교는 차 안에서.
이교가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는 이소군.
그는 부두에서 하염없이 기다린다.
급작스럽게 위기에 몰린 이교 앞에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진 이소군.
그를 쫓다 망연자실한 그녀가 서 있는 곳은 인도와 횡단보도의 중간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 더 보기
이에 반해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는 일상적인 배경으로 하는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정원과 다림이 주로 대화나누는 곳은 다름 아닌 '초원 사진관'이죠.
또한 정원이 시한부 인생을 가진 만큼 죽음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장면도 많이 나오죠.
잠에서 깨어남으로 시작하는 영화,
잠은 죽음을 은유하지만 그런 정원을 깨우는 것은 햇살과 입학식의 소음이다.
철구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고 조문 온 정원.
모두 죽음을 슬퍼하며 음의 영역에 있지만, 정작 정원은 삶을 영위할 양의 영역에 있다.
아버지에게 비디오테잎 시청하는 법을 알려주는 정원.
자기가 죽으면 더 이상 알려줄 수도 없기에 화를 낸다.
약속의 장소나 다름없던 초원 사진관에 정원이 끝끝내 나타나지 않자,
다림은 속상함과 분노에 돌을 던진다.
영화는 초반부엔 왁자지껄한 봄철 학교 풍경을 담고, 후반부엔 눈으로 뒤덮인 겨울철 학교 풍경을 담는다.
마치 인생을 은유하듯이.
다시 찾아온 초원 사진관엔 그녀 사진이 걸려있었다.
그녀의 웃음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렇듯, 두 영화는 서로 다른 결을 지니는 듯 보입니다.
<첨밀밀>이 이동과 관련해서나 주변인물들의 소소한 러브스토리로도 풍부함을 지닌 영화라면,
<8월의 크리스마스>는 덤덤하게 일상과 사랑을 담아낸 절제된 영화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께서 따뜻한 크리스마스 보내시도록 저 두 편을 소개/되새김 하도록 하면 어떨까해서 적어봤습니다.
모두 한 해 잘 마무리하시고, 내년엔 좋은 일들로만 가득한 익무인 여러분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 Merry Christmas 🎀🎄
조윤빈
추천인 4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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