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쿨한 남자로 불리던 배우 [배우 잡담]
스티브 맥퀸 Steve McQueen
송강호 배우는 자신이 배우의 꿈을 꾼 계기가 스티브 맥퀸이라는 배우에 대한 매혹과 동경에서 비롯되었음을 수차례 밝힌 적이 있습니다. 또한 어느 인터뷰에서 그는 '스티브 맥퀸의 영화는 다 재밌게 봤다 ' 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적 역시 있습니다. 그 자신이 대단한 배우임에도 영화를 많이 보지 않기로 유명한 배우 송강호에게도, 스티브 맥퀸은 영화에 대한 순수한 매혹과 스타에 대한 동경의 동의어로 남아있습니다.
스티브 맥퀸은 20세기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얼굴 중 하나이자 미국 장르영화를 빛낸 탑스타입니다. 예의 저 심드렁하기 짝이 없는 시니컬한 인상으로 유명한 맥퀸은, 불가해한 매력을 통해 존재만으로도 스펙터클이 되는 배우였습니다. 맥퀸이 보여준 '쿨함'은 그에게 '쿨의 왕(The King of Cool)'이란 별명까지 부여하도록 했죠. 한마디로 스티브 맥퀸이라는 배우는, 사람들이 '영화배우'라는 존재에게 기대하는 초월적인 멋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사한 대답과 같은 존재입니다.
맥퀸은 스크린에 등장해서 특별한 뭔가를 하지 않습니다. 극적이고 풍부한 감정 표현과는 전혀 동떨어진 미니멀한 캐릭터 표현은 그의 명함과 같습니다. 다만 맥퀸에겐 훈련과 테크닉을 통해서는 만들어질 수 없는 타고난 멋과 운치가 존재합니다. 전형적인 '미남 배우'라는 수사에도 어울리지 않는 그이지만, 화면에 등장했을 때 좌중을 압도하는 마술적인 카리스마는 그를 대체불가능한 얼굴의 '반(反)영웅적 영웅'으로 만들었습니다.
요컨대 드라마틱한, 바로크적인, 풍성함, 웅장함 이런 것들과는 대척점에 있는 그가 가진 매력의 핵은 특유의 '단독자'적인 포스에서 나옵니다. 어떤 모진 풍파가 닥쳐도 독립적인 생명력으로 상황을 돌파할 것만 같은, 성격이 그리 좋아보이진 않지만 왠지 악인은 아닐 듯한 그에겐 이상한 든든함과 신뢰감마저 느껴집니다. 고독을 피할 수 없는 (굳이 피하려 하지도 않는) 숙명처럼 여기며 묵묵히 화면을 누비는 맥퀸의 모습은, 통렬한 이미지에 목마른 많은 관객들에게 묘한 일탈적 감흥을 주었습니다.
앞선 송강호 배우의 말처럼, '옛날 영화'를 찾아보는 관객들에게 익숙한 얼굴인 스티브 맥퀸이 출연한 대부분의 영화는 지금 봐도 재밌습니다. 감독 아닌 배우인 그의 영화들을 일괄적으로 재밌다고 표현할 수 이유는 역시, 스티브 맥퀸이라는 존재가 내뿜는 반동적 아우라가 그 '재미'의 상당 지분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맥퀸은 서부극, 전쟁 영화, 탈옥 영화, 범죄 및 형사 영화, 도박 영화, 재난 영화, 로맨스 등 다채로운 장르 영화를 통해 스크린 속을 배회하는 '고독한 늑대(Lonely Wolf)'로 자리했습니다. 그에게 아쉬운 건 딱 하나, 50세의 나이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는 것 뿐입니다.
※ <대부>, <죠스>, <졸업>, <프렌치 커넥션>, <내일을 향해 쏴라>, <지옥의 묵시록>, <더티 해리>,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등등 스티브 맥퀸이 출연할 뻔했지만 무산된 영화 목록입니다. 이 작품들에 맥퀸이 출연했으면 어땠을까 궁금하면서도, 작품의 면면을 보니 새삼 맥퀸의 위상이 어느 정도였는지 실감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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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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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할뻔한 목록중에서 스티브 맥퀸이 출연하는 <더티 해리>는 궁금하네요.
그냥 보기에도 두 배우만으로도 스크린이 꽉 찼던 기억이...
근데 그것도 모자라 찰스 브론슨, 제임스 코번도 나오죠 ㅎㄷㄷㄷㄷ
올스타 캐스팅 보는 맛이 있죠 ㅎㅎㅎ
빠삐용 맞아요! 다른 건 몰라도 성격은 정말 까칠하고 예민해보여요😂
스티브 맥퀸같은 마스크는 다시 보기 힘든거 같아요
대탈주랑 블리트에서 넘 강렬했습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