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영화, 드라마계의 황당한 검열 현황
일본 '문춘 온라인' 사이트에 중국인 업계 전문가의 인터뷰를 통한 재밌는 기사가 있어서.. 요약해봤습니다.
마블 <샹치> 같은 영화는 개봉이 막히고, 어떤 영화는 개봉되고.. 중국서 검열 시스템은 어떻게 작동되는지 알 수 있는 흥미로운 내용이네요.
원문은 아래입니다.
https://bunshun.jp/articles/-/50067
20년 가까이 중국서 영화 드라마를 제작해온 중국인 베테랑 프로듀서 A의 증언
A: “마블 영화는 중국에서도 대박이 약속된 대형 컨텐츠입니다. <샹치>는 중국인 영웅이 처음 주인공이 됐다는 점에서 중국에서도 기대하는 팬들이 많았을 겁니다. 개봉됐다면 대히트했을 텐데...”
하지만 중국 당국은 “작품 속 중국 묘사에 굴욕적인 부분이 있다.”며 중국에서 상영 금지. 지금까지도 중국 내에서 이 작품을 (정식으로) 시청할 수는 없다.
A: “제작진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던 표현일지라도, (중국) 당국이 받아들이는 방식과 다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중국이 좋은 이미지로 그려졌는지, 나쁜 이미지로 그려졌는지, 당국의 판단은 뚜껑을 열어봐야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 작품에 대한 규제는 “아직은 느슨한 편”이라고.
A: “검열당하는 건 수입되는 작품뿐만이 아닙니다. 중국 내에서 제작되는 드라마, 영화는 더 심하게 검열되고 있어요.”
무조건 안 되는 주제는 정치예요. 공무원의 비리나 불륜 등은 기본적으로 검열에서 걸립니다. 종교도 안 되는 주제 중 하나인데, 종교를 테마로 한 것은 물론이고, 등장인물의 설정으로 특정 종교를 믿는다는 묘사는 해선 안 됩니다.
외교 문제와 얽힌 것도 안 됩니다. 예를 들어 어느 공화국과 전쟁을 한다든가, 옛날 할리우드 영화처럼 소련을 적국으로 삼은 영화 등 현실적인 문제는 절대로 안 돼요.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을 등장시켜도 걸립니다. 성적 묘사가 심한 것도 물론 규제 대상입니다. 키스씬도 간신히 통과될 정도... 그리고 지금은 없어진 것 같은데 과거에는 ‘연쇄살인사건도 안 된다’는 소문도 있었어요. 왜냐면 ‘중국 공안은 두 사람 이상의 피해자를 낼 정도로 무능하지 않으니까’라는 이유죠. (웃음)”
중국에선 그런 표현들 때문에 검열에서 걸리면 내용을 바꾸거나, 혹은 창고행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한편 그러한 주제임에도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비법’도 존재한다.
A: “검열을 담당하는 기관을 아군으로 만드는 거죠. 예를 들어 지난여름에 대히트한 <소흑폭풍(扫黑风暴)>이라는 정치인의 비리를 규탄하는 형사 드라마는, 중앙정법위원회(※공안이나 검찰 등을 관할하는 중국의 공공기관)가 감수 역할로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덕분에 금기시된 정치인의 비리를 그린 드라마를 만들 수 있었죠.”
하지만 감수가 붙었다 해도 안심할 수는 없다. 기다리는 것은 지나치게 까다로운 감수이기 때문이다.
A: “감수는 크게 2번 합니다. 각본이 나왔을 때 한 번, 영상이 나왔을 때 또 한 번. 각본에서 대사 한 글자 한 글자까지 체크하고, 국가를 비판하는 말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합니다. 그리고 악당의 ‘사회적 지위’도 중요하죠. 비리를 저지르는 정치인은 반드시 부지사, 부장관 등 ‘부’ 수준에 머물러야 합니다. 최고 지위의 인물은 무조건 선한 사람이어야 하죠. 영상에서도 세세한 소품까지 확인하는데, 예를 들어 ‘등장인물이 아이폰을 써서는 안 돼’라는 것도 있습니다.”
각본상에선 통과된 장면이라도, 영상이 나온 단계에서 검열에 걸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때문에 장면을 대폭 삭제하지 않으면 안 되는 모양이다. 앞서 언급한 <소흑폭풍>도 총 28화로 방송되었지만, 실제로 촬영된 것은 40화 분량이었다고 한다.
A: “삭제된 것은 비리 수법 등 구체적인 내용 부분이라고 합니다. 금품 수수나 애인 같은 불륜 묘사 부분이 삭제됐다고 해요. 비리 정치인을 등장시켜도 되지만, 어디까지나 그런 인물을 이겨내는 정의를 그려내야 합니다. <소흑폭풍>은 12화 분량이나 삭제되어서, 시청자 입장에서 ‘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저 사람들 관계가 이상하지 않아?’라고 생각되는 장면이 나옵니다. 배우의 입모양과 대사가 안 맞아서 ‘후시녹음으로 대사를 바꿨구나...’라고 알 수 있는 장면도 있습니다. 각본이 좋고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던 만큼 아쉬움이 드는 작품이죠.
일본에서도 촬영 때는 실제 방송 분량보다 조금 많이 찍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중국에서는 방송 분량의 2.5~3배 수준으로 찍습니다. 검열로 삭제될 부분을 미리 계산하는 거죠. 구체적으로는 감독 입장에서 ‘가장 찍고 싶은 버전’, ‘검열을 통과할지 못할지 아슬아슬한 버전’, 그리고 ‘가장 무난한 버전’... 3가지를 준비합니다. 그 중 뭐가 통과할지 지켜보는 거죠.”
그런데 이러한 규제는 명문화되어있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면 제작자는 어떻게 검열을 통과할 기획을 세우고 있을까. 그것은 어디까지나 ‘어림짐작’일 뿐이라고 한다.
A: “업계 내부 네트워크로 규제에 걸릴 표현 사례를 수집해서 ‘아마도 이건 안 돼’, ‘이건 괜찮아’ 식으로 노하우를 쌓고 있습니다.
명문화된 규정이 없기 때문에, 검열의 엄격함은 지역마다 다릅니다. 가장 엄격한 곳은 베이징. 정치의 중심지니까 당연하겠죠. 한편 비교적 느슨한 곳은 후난성. 내륙지역이고 자원이 적은 만큼 해외 방송 포맷을 사용해서 어처구니없는 예능 프로그램 등을 만듭니다.”
자국영화의 퀄리티가 올라가고 있는 중국
A: “오락영화는 (중국영화가) 할리우드에 뒤지지 않는 퀄리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가 지금 전 세계에서 히트하고 있죠. 아주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졌고 오락성이 높기 때문인데, 개인적으로는 중국 작품도 퀄리티는 한국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검열이 있는 것과, 1.3조 엔(약 13조4천억 원) 규모의 내수 시장에서 (충분한) 수입을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작품이 국내용이 되어버리죠. 규제로 인해 창작자가 원하는 작품을 만들 수 없는 게 매우 아쉽습니다.”
또 국내에서 개봉되는 해외 작품 수도 매년 줄고 있는 느낌이에요. 중국에선 해외 영화를 배급하는 회사가 전부 국영이죠. 즉 흥행 수입은 모두 국가가 가져갑니다. 민간에게 맡기면 여러 배급사들이 다양한 영화를 사들일 텐데, 중국에선 그게 안 됩니다. 확실하게 국내에서 돈이 될 만한 작품만 개봉시키는 거죠. 그래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라면 흥행 수입을 올릴 텐데, 프랑스나 이탈리아 영화를 수입해봤자 국민들은 “이게 뭐야? 이해가 안 돼.”라며 관객이 모이지 않죠. 결과적으로 해외 영화 편수 자체가 적어집니다. 자국 영화 퀄리티가 올라가는 현재 일부러 해외 영화를 많이 사들일 필요성이 사라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현재 중국에선 <007: 노 타임 투 다이>와 함께 일본영화 <굿바이>(2008)가 뒤늦게 개봉돼서 히트 중.
A: “예를 들어 <어느 가족>처럼 치열한 삶을 그린 (일본) 작품은 중국인들에게도 현실적으로 느껴져서 인기를 얻을 거라 생각됩니다. 문화적인 작품 수입 자체가 적은 현재로선 해적판이 돌고 있지만, 정식 개봉되면 보러 가는 사람도 어느 정도 있을 거예요. 중국은 인구가 많아서 국민 중 1%만 보더라도 그 수가 엄청나게 많죠.”
그런데 <어느 가족>은 ‘빈곤’을 주제로 하는데 중국에선 금기시된 주제여서 규제 당하는 건 아닐까?
A: “그게 기묘한 부분이죠. <어느 가족>을 중국영화로 리메이크하면 ”사회주의 국가에 이렇게 빈곤한 가족이 있을 리 없다“는 이유로 무조건 안 될 겁니다. 하지만 외국영화로 개봉하면 ”우리 사회주의 국가가 아닌 일본 사회를 그린 작품이니까“라는 이유로 오케이죠. ”거 봐라, 사회주의 국가가 아닌 나라는 이런 상황이라고. 그러니 조국이 좋은 거야.“라는 이유로 말이죠.
사회주의 낙원의 현실..ㅎㅎ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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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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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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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의 생각도 비슷하다보니
새로운 정치인도 비슷하겠죠ㅠㅠ
그나저나 "사회주의 국가에 이렇게 빈곤한 가족이 있을리 없다"는 말은 "일본에 이렇게 빈곤한 가족이 있을리 없다"며 황금종려상 축전하나 써주지 않은 아베가 생각나네요 ㅎㅎ
혹세무민이 저런 것일 텐데...쩝.
확실히 기술력은 이제 할리우드랑 비빌 수 있다고 보는데 검열 때문에 스토리의 한계가 너무 느껴지더군요. 게다가 해외영화도 검열을 통해 잘려나간다고하니 극장에서 무슨 재미로 볼지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돈만써서 퀄이 올라갈수 있다면 중국의 모든 것이 세계를 제패했어야겠죠. 저런 제도권 아래에서 발전할 것도 못할텐데 자기들끼리 희망 회로 돌려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해요.
아주 훌륭하네요.^^
고삐를 풀어버리면 진짜 중국영화가 세계에서 인기를 얻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 꼴은 아직 못 보겠습니다.ㅋㅋㅋ
중국이 우리보다 몇십년 늦게 따라오네요^^
사악한 생각이긴 한데 저나라도 인도처럼 언어별로 좍좍 찢어졌으면 저렇게 글로벌 박스오피스 평정하는 저런 일이 없었겠죠
편수가 많으니 통제도 어렵고...
이래서 독재가 위험합니다.
언젠가 독재 정권이 붕괴되기는 할텐데 그게 언제일지 궁금하네요.
과연 21세기의 과학기술로 통제사회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
좋은 본보기가 될 듯 합니다.
사회주의(의 공산체제 추구) 안에서 자본(획득)주의냐,
자본주의(를 기반한 민주주의) 안에서 사회(예술중점)주의 성향의 차이를 중국영화계의 검열체계가 명확히 보여주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