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일본 매체 리뷰 - 단순한 데스게임이 아니다.
일본 리얼사운드 사이트에 <오징어 게임> 리뷰가 올라와서 옮겨봤습니다.
K팝 관련 책도 낸 작가던데 글이 좋네요.
드라마 초반 내용 언급하는 약스포 정보가 담겼습니다.
https://realsound.jp/movie/2021/09/post-868242.html
<오징어 게임>은 단순한 데스게임 작품이 아니다.
한국 사회를 반영시킨 감독의 수완
넷플릭스에서 9월 17일부터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한국을 비롯해서 일본 미국 등 각국의 시청 랭킹 1위에 올랐다.
이 작품의 첫 예고편에서 화려하고 이상야릇한 분위기의 영상을 봤을 때는, 이전에 없던 한국 드라마가 시작되는구나 생각했다. 그와 동시에 ‘데스게임’이라는 장르를 그대로 다루는 게 좀 아쉽다는 걱정을 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오징어 게임>의 주인공은 결혼해 딸을 낳았지만 현재는 이혼하고 어머니 집에서 대리 운전을 하며 살고 있는 47세 성기훈이다. ‘신통한 구석이 없는’이라는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을 듯한 이 캐릭터는 배우 송강호라면 익숙하겠지만, <신세계> 등에 출연해온 이정재가 그런 역할을 코믹하고 애교 있게 연기하는 것이 신선해 보였다.
신통한 구석이 없는 중년 남성이 가혹한 상황에 휘말린다는 의미에서, 오오이즈미 요 주연, 사토 신스케 감독 영화 <아이 엠 어 히어로>를 떠올리게도 한다. 또 같은 사토 신스케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리스 인 보더랜드> 등의 세계관과도 통하고 <(도박묵시록) 카이지>를 떠올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실제로 (황동혁) 감독 본인도 <카이지>를 비롯해 일본의 ‘데스게임’ 작품인 <라이어 게임>과 <배틀로얄> 등을 참고했다고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장르는 일본 외에도 해외 각국에도 존재하며, <오징어 게임>의 재미는 (그와는) 다른 지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기훈이 어머니의 돈을 현금카드에서 빼내고 또 빚에 시달릴 때, 지하철역에서 만난 남자한테서 의문의 초대장을 받으면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초대된 장소에 가보니 거기에는 ‘달마가 굴렀다(한국에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첫 번째 게임으로 시작된다. ‘달마가 굴렀다’의 규칙에 따라 조금이라도 움직인 사람은 가차 없이 사살되고 만다. 이후로도 참가자들은 어렸을 때 놀았던 다양한 게임들에 도전하고, 진 사람들은 차례로 탈락된다(목숨을 잃는다). 게임 참가자들은 모두들 기훈처럼 이런저런 이유들로 빚을 지고 있었다.
이러한 설정은 ‘데스게임’에 자주 나오는 것이지만, 기존의 작품들과의 차이는 2화에서 드러난다. 참가자들은 다수결에 따라 게임을 중지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여기서 각각의 참가자들이 사회에서 다양한 이유들로 낙오된 사람들이라는 것이 묘사된다. 게임의 참가자들은 ‘본인의 책임’으로 빚을 지게 된 것이 아니라(물론 그 책임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사회가 그들을 빈곤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기훈 외에 참가자들로 북한에서 온 탈북자, 외국에서 온 노동자도 있다. 또 여성 참가자가 드세게 보이려는 전략을 써서라도 살아남아야만 상황 같은 것도 그려진다.
한국이 이러한 장르를 만드는 건 늦은 편이지만, 사회적 시선을 ‘데스게임’ 장르에 접목시킨 점이 한국 콘텐츠답구나 하는 걸 강하게 느꼈다. 그런 의미에서 봉준호 감독작 <기생충>과의 공통점을 발견한 시청자들도 전 세계에 있지 않을까 싶다.
감독은 <도가니> <수상한 그녀>의 황동혁
감독, 각본을 맡은 이는 황동혁. 과거 공유가 원작을 읽고서 영화화를 직접 추진하고, 또 그 영화를 계기로 13세 미만 아동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개정안 '도가니법'이 생겼다는 영화 <도가니>와, <신문기자>로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은 심은경 주연의 대히트작 <수상한 그녀>, 이병헌과 김윤석이 주연을 맡은 대작 사극 <남한산성>을 연출했다.
황동혁은 특이한 감독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범죄 서스펜스, 70세 할머니가 어느 날 갑자기 20세가 된 세상을 그린 코미디, 그리고 실제로 벌어진 역사적 사실을 다룬 소설 원작의 인간 드라마 등, 매 작품마다 장르도 색깔도 완전히 다른데, 한편으로 어딘지 황동혁스러운 축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축이란 무엇인가 하면 어떠한 장르일지라도, 사회의 뒤틀림에 대한 비판과 현대에 사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올곧은 메시지가 꼭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장르일지라도 안심하고 감상할 수가 있고, <오징어 게임>이 성공했다고 해서 비슷한 기획의 작품을 감독하기보다, 또 깜짝 놀랄 장르에서 황동혁스러움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다.
이번 <오징어 게임>에서도 그런 ‘황동혁스러움’이 제대로 발휘되고 있다. 그것은 엔딩에 가까워질수록 두드러진다.
데스게임에서 살아남아서 승리를 거둔 이는 거금을 손에 쥐게 되지만, 엔딩에 가까워질수록 나는 ‘큰돈을 얻게 되더라도 과연 그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게 됐다.
돈이 없어서 불행해지는 사람은 많지만, 돈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만이 행복해진다면, 사회는 조금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문을 황동혁 본인이 가지고서 이 드라마를 만들었다는 걸 이야기의 결말에서 엿볼 수 있었다.
니시모리 미치요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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