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5일' 후기.. 숨막히는 테러 생중계의 현장

1972년 뮌헨 올림픽 중 검은 9월단의 테러 현장을 생중계한 abc 방송사 지부 내부에서 벌어진 일들을 세미 다큐 형식으로 담았습니다. 핸드헬드 촬영과 그 시절의 필름룩, 실제 뉴스 자료도 매끄럽게 삽입해서, 정말 그 소동의 한가운데에 있는 느낌을 줍니다.

당시 한 세대도 채 지나기 전에 있었던 나치 만행의 여파로 동서로 분단된 독일의 현실, 그리고 유대인 학살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는 이들의 모습도 배경에 나오는데, 그런 맥락들을 알고 보면 더 좋고요. 또 지금과 다르게 인터넷 없이 거의 모든 게 아날로그 장비로 진행되는 상황이라서, 긴급하게 찍은 영상도 바로 쓰지 못하고, 사람 손으로 직접 주고 받은 필름을 현상해 자르고 붙이는 등의 '노가다' 과정도 볼거리입니다. 자막이나 로고 붙이는 것도 사람이 다 수작업으로 하는 모습도 재밌고요.

가장 흥미로운 것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이면서 여러 사람의 생명이 걸린 중대한 사건이라서, 신중하게 보도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도 나오지만, 결국 스포츠 중계하듯이 선정적인 속보 경쟁을 하게 되는(거의 최초인 듯) 방송국 사람들의 갈등입니다. 그리고 그 부작용으로 치명적인 오보를 내는데, 이는 자연스럽게 10년여 전 한국에서도 벌어진 사건을 떠올리게 하죠. 보도 윤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의미심장한 장면이었습니다. 영화가 스릴 있게 보는 재미를 주면서 상당한 여운을 남기네요.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