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스턴스 (2024) 충격적인 호러영화. 스포일러 있음.
늙어가는 데미 무어는 여배우로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중이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타고 여배우로서 존경받을 만한 업적을 세웠지만,
지금은 미용체조 프로그램을 찍는 신세다.
미용체조프로그램을 찍으려면 여자들의 선망을 살 만한 몸매와 미모를 가져야 한다.
과거라면 그랬겠지만, 지금은 서서히 시드는 미모를 조금이라도 쥐어짜야 하는 신세다.
선셋대로라는 영화에서, 빌리 와일더감독은,
늙어버린 여배우가
시대의 흐름과 동떨어져서 자기 저택에 틀어박혀 혼자 고립되어 미쳐가는
과정을 냉소적으로 그렸다.
당시 시대와는 맞지 않는, (1930년대) larger than life - 과장되고 드라마틱한 연기를 하는 여배우에게,
누가 말했다. 당신은 너무 크다고. 그녀는 소리친다. "내가 큰 것이 아니야. 영화가 작아진 거야."
이 영화 속 데미 무어에게는, 이정도 사치도 주어지지 않는다.
그녀는 급격하게 변화해 가는 사회 속에서 쫓아가기 급급하다.
프로덕션 사장은 데미 무어 뒤에서 소리친다. "아카데미상 몇개를 탔든 신경쓰지 않는다구. 젊고 이쁜 것이 제일이야!" 데미 무어 아파트 맞은 편에 서는 남자는 데미 무어를 괴롭힌다.
길을 가던 젊은남자는 데미 무어에게 괜히 소리치고 지나간다.
노년은 이유 없는 경멸의 대상인 사회다.
데미 무어는 젊어져서 옛영광을 찾겠다 하는 목적이 아니다. 그런 것은 사치다.
젊고 이쁜 것 외에는 보지 않는 사회에서 (아카데미상 수상같은 업적도 보지 않는다. 어마어마한 그녀의 재산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자기 존엄성을 찾겠다 하는 생각이다.
어쩌면 나탈리 포트만 말처럼, 영화 스타라는 존재는 사라져가는 존재일 지도 모르겠다.
데미 무어는 사람들의 무시 속에서 스러져가는 영광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손안에 붙잡으려 하는
불쌍한 존재일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 영화 속 데미 무어는, 참 비참한 존재다.
그런 그녀에게 누가 약을 주겠다고 속삭인다. 이 약을 먹으면 젊어질 수 있다나? 그런 수상쩍은 약을 누가 먹겠는가?
하지만, 나이 들었다는 이유로, 미용체조프로그램 체조강사자리에서 잘린 날, 그녀는 그 약을 먹는다.
사회가 그녀를 그렇게 출구 없이 몰아간다.
이 영화를 가장 많이 닮은 것이, 스너프필름을 가장한 포르노다.
싸구려 인형을 놓고 눈알을 쑤시고 살점을 잘라내는 과정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면서
관객들더러 관음증을 만족시키라고 하는 그 영화들 말이다.
그냥 잔인한 영화들은 많이 있다. 하지만, 이 영화 서브스턴스는 잔인해서 기분나쁜 것이 아니다.
잔인한 인체해부장면을 보면서 침을 꿀꺽꿀꺽 삼키라고 관객들의 관음증을 강요한다.
이 영화는 데미 무어가 옷을 벗고 소프트코어 레벨로 알몸을 보여주면서
몸을 자르고 찢고 머리카락을 뽑고 등뼈를 구부리고 하는 영화다.
옷을 홀딱 벗고 일부러 카메라쪽을 향해 X덩이와 XX털을 흔드는 이유가 뭔가? 이거 필요 없지 않는가?
그것도 상당한 시간 동안 말이다.
그런 데미 무어의 알몸은. 아프리카 난민들 앙상한 몸매처럼 바짝 말랐다. 전혀 안 섹시하다. 오히려 추악하다.
체조강사자리를 유지하느라고, 극도로 다이어트를 한 때문이다.
이 영화는 세미 포르노다. 세미 스너프필름이다. 헐리우드판 엔젤 것이다.
데미 무어는 젊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녀의 몸이 찢어지고, 젊은 여자가 튀어나온다.
그녀의 몸을 찢고 파헤쳐서, 젊은 여자를 만들어내는 약인 것이다.
이 젊은 여자가 성공해서 스타가 되는 것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껴라 하는 이야기다.
생판 남처럼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여자를 보며, "저것은 너다"하는 그 수수께끼의 약 공급자도 웃기다.
이 젊은 여자는 기생충처럼 데미 무어의 남은 생명을 빨아먹으며 생존한다.
데미 무어는 할머니 수준에서 노틀담의 꼽추 그리고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괴물로 추락한다.
하지만, 그 젊은 여자는, 스타로 승승장구한다.
젊은 여자는 자기가 데미 무어의 분신이라는 생각 전혀 없다. 이기적이고 차가운 그녀는, 데미 무어를
그냥 숙주취급한다.
뭔가, 평범한 도리언 그레이 타입 영화와는 다르다.
데미 무어는 "이게 뭐야?"하고 경악해서 약을 버려 버리고 도망칠 수도 있었지만,
외모지상주의 사회는 그녀를 그 약에 집착하게 만든다.
젊은 여자가 스타가 되는 것을 보면서, "저것은 너야"하고 세뇌하듯 다짐한다.
대중이 멀리 있는 스타를 바라보며 선망하듯 말이다.
자기 생명이 다 탕진되어서 버섯처럼 쪼그라들어 죽는 순간까지도 포기 못한다.
엄청 기분나쁜 영화다.
그만큼 충격적이기도 하다.
영화가 좀 버드맨을 연상시키는 분위기다.
블랙 스완 정도 레벨 영화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특히 마지막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이 영화는, 오직 소수의 영화들만이 도달했던,
순도 100% 충격과 경악의 레벨에 도달한다.
이런 영화에서 이런 장면을 찍다니, 데미 무어도 참 용기있는 여자다. 99% 여배우들은 혼비백산해서 도망갔을 것이다.
그때, 이 영화가 걸작이라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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