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터치>에 대한 칼럼 - 2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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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에 대한 칼럼
https://extmovie.com/movietalk/92552091
<터치>를 보고,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 것은 시리즈 후반의 어떤 장면이었다. 몇화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경기 중인 구장에 등장인물 중 한 명이 온다. 등장인물은 조용히 경기를 본다. 그런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멀리서 응원단의 북소리나 성원이 들려온다. 혹시, 공을 치는 소리도 들려왔을지도 모른다. 그 장면을 보고, 나는 구장의 분위기를 느꼈다. 내가 한여름 구장에 있는 건가 하는 착각을 할 정도로, 확실히 느꼈다. 누가 봐도 똑같이 느끼는 것은 아닐 거다. 나 자신조차 다른 기회에 같은 장면을 보고 같은 감상을 가질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선명한 체험이었다. 지금까지 산더미처럼 애니메이션을 봐왔지만, 저 정도로 현장감을 느낀 경험은 셀 수 있을 정도로 적다.
<터치>의 연출은 독특했고 표현력이 높았다. 본 방영 당시, 친구나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지인과 자주 <터치>의 연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 중에서도 화제가 된 에피소드가 25화 '미나미의 가장 긴 하루! 빨리 와줘 캇짱!!' 이었다. 카즈야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화이며, 여기서부터 몇 개의 화가 시리즈 초반의 클라이맥스가 된다. 지방 대회 결승전 아침, 카즈야가 부적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타츠야는 부모님의 부탁을 받아 학교에 전달하러 간다. 그러나 카즈야는 학교에 오지 않았다. 경기가 시작되어도 카즈야는 구장에 오지 않는다. 그 무렵, 타츠야는 병원에 있었다. 카즈야가 죽었다는 것을 의사에게 들은 타츠야는 구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관전하던 부모님을 데리고 나와 병원으로 향하기 위해 택시에 탄다. 이것이 25화의 내용이다.
원작에서도 그렇지만, 카즈야가 교통사고를 당한 장면은 그려지지 않았다. 동생의 죽음을 알게 된 타츠야가 놀라는 장면은 있지만, 표정의 변화는 별로 없으며 손에 들고 있던 부적을 떨어뜨릴 뿐이라는 담백한 묘사다(더 나아가 원작에 있던 "안됐습니다만......"이라는 의사의 대사를 컷했기 때문에, 원작을 읽지 않은 시청자는 카즈야가 죽었는지 아닌지를 그 장면에서는 몰랐을 것이다). 또한, 죽음을 알게 된 후의 장면에서도 타츠야의 충격이나 슬픔을, 내면을 파고드는 식으로 묘사하지는 않았다. 조용히 묘사만 거듭될 뿐이다.
대사도 적다. 그리고 이것이 중요한 점이지만, 마지막에 1곡 클래식을 사용한 것 외에는 전혀 BGM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 대신, 거리를 달리는 차 소리, 매미 울음소리 등의 효과음이 잔뜩 들어 있는데, 본 방영 시에는 쓸데없이 무음 장면이 많다고 느꼈다. 교통 표지, 병원 전경 같은 BG온리도 많다. 경기가 시작된 후에 아무도 없는 우에스기 가문, 아사쿠라 가문을 몇 컷에 걸쳐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때까지의 감각으로 말하자면, 극단적으로 억제된 극을 만드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억제된 극을 만드는 방법이긴 하지만, 아니, 억제하고 있기 때문에 긴장감이 있는 필름이 되어 있었다. 당시에는 이 에피소드를 맹렬하게 리얼하다고도 느꼈을 것이다. 나는 원작을 읽었고 카즈야가 죽을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필름에 삼켜져서 도대체 어떻게 될까 초조해하면서 보았다. 25화는 걸작이고 엄청나게 임팩트 있는 화였다. 당시, 아는 젊은 연출가가 이 에피소드에서 거의 BGM을 사용하지 않은 것에 놀라서 "TV 애니메이션에서 저런 연출이 허락되는구나"라고 말했던 것이 인상적이다.
25화의 콘티를 맡은 것은 시바야마 츠토무였다. 그의 연출가로서의 수완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업물이며, 대표작이라고 생각한다. 또, 그가 <터치>에 참가한 것은 이 화를 포함해 2개뿐. 특히 25화에서는 스페셜 게스트적인 형태로 참가한다는 인상이었다.
타츠야의 부모님과 미나미가 카즈야의 죽음을 알게 되는 26화 '시합종료! 네가 없으면...', 비통함에 빠진 뒤 새롭게 한 걸음 내딛을 때까지를 그린 27화 '너무 짧았던 여름... 캇짱에게 작별인사를!'이 27화로, TV 시리즈 <터치>는 제1부가 완결된다. 이어지는 28화부터 제2부로 돌입한다. 26화와 27화의 콘티를 담당한 사람이 <터치>에서 시리즈를 통틀어 걸작 에피소드를 연발한 이케다 하야토. 25화의 톤을 이어받아서 연출적으로 텐션을 낮추지 않은 채 시리즈 전반의 클라이맥스를 정리했다(방영 당시, 이케다 하야토는 <Gu-Gu 간모>에서 활약하고 있던 이케다 히로유키의 가명이라는 소문을 들었는데, 이걸 아직 확인할 기회가 없다).
<터치>의 시리즈 초반은 내용이 코미디에 가까워서인지 극을 만드는 방식이나 연출이 중반 이후와 상당히 다르다. 초반은, 연출적으로는 느슨한 부분이 있고, 그다지 차분한 제작도 되어 있지 않다. <터치>의 극을 만드는 방식이나 연출이 완성되어 가는 것은 중반 이후다. 25화는 메인 캐릭터의 죽음을 다룬 화이며, 시리즈 중에서도 특수한 에피소드이다. 특수한 에피소드이긴 하지만, 나중에 완성되는 <터치>의 독특한 스타일의 원형이 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원형이라는 견해가 틀렸다고 해도, 연출면에서의 터닝 포인트인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원문
http://www.style.fm/as/05_column/365/365_258.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