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디에이터 2를 보고 왔습니다.(스포)
금요일 저녁에 글래디에이터 2를 보고 왔습니다. 왕십리 CGV 아이맥스에서 봤는데 생각보다 관객이 적어서 놀랐습니다. 그래도 글레디에이터라는 이름이 있어서 관객이 꽤 많을 꺼라 생각했거든요. 특이한 것은 관객들의 연령대도 전체적으로 높은 편이었습니다. 물론 젊은이들도 있었지만 나이 든 아저씨나 아주머니들이 삼삼오오 영화를 보는 경우도 꽤나 많이 보였습니다. 역시 24년 만의 속편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는 글래디에이터를 직접 본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합니다. 나쁘게 본다면 글래디에이터를 본 관객들에게 기댄다고 할 수 있죠. 오프닝부터 1편의 주요 장면들을 그림처럼 리터칭 한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저 장면들을 보면서 '아, 저런 장면도 있었지' 라는 생각이 지나갔습니다. 1편을 생각나게 하는 장면이나 장치, 소품들은 영화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영화의 비주얼적인 면은 정말 흠 잡을 데 없습니다. 로마와 콜로세움을 너무도 기가 막히게 표현했습니다. 영화를 보는데 등장인물이 아니라 배경에 시선을 뺏긴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액션신도 꽤 괜찮습니다. 초반 전쟁 신도 박진감 넘쳤고, 후반의 콜로세움에서의 싸움들도 '1편의 영광에 누를 끼칠 수 없다" 라는 일념으로 열심히 만들려 노력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꽤나 잘 만들어진 액션 영화라는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주인공인 루시우스 역의 폴 메스칼은 1편의 러셀 크로우의 막시무스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쁘진 않은 연기를 보여주었고, 특히 덴젤 워싱턴과 페드로 파스칼이 명불허전의 연기를 보여주며 직선적일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에 깊이를 더해주었습니다. 루시우스가 주인공이긴 하지만 아카시우스와 마크리누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게 되고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두 배우의 열연 덕분에 이야기 자체가 풍성하게 되었습니다. 두 배우의 연기를 보는 것도 영화를 보는 하나의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영화는 24년 전에 개봉한 1편이 받침대인 동시에 족쇄라는 점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습니다. 하긴 1편은 진짜 역사에 남을 만한 명작으로 아카데미상을 거머쥔 넘사벽이라 이것과 비교하는 것은 좀 가혹하다는 생각은 듭니다만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전체적으로 볼 때 영화의 액션은 1편을 따라가려고 많이 노력했지만 아쉽게도 1편을 뛰어넘지는 못했습니다. 괜찮은 액션신은 보여주었지만 뇌리에 깊이 박힐 만한 액션신은 없었습니다. 작품 후반부에 루시우스가 벌이는 두 번의 1:1 싸움 역시 루시우스가 좀 더 빛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주인공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가장 안타까운 점은 루시우스가 극 중에서는 인성도 좋고 똑똑하고 지휘능력도 있고 다 잘하는 사람으로 나오는데 그보다 "막시무스의 아들" 이란 휘광이 너무 크게 작용합니다. 이게 너무 크다 보니 영화 내내 루시우스 자체의 매력이 잘 드러나지 못합니다. 아무래도 '주인공이 1편만 못하다' 라는 평을 받는 큰 이유 중 하나가 이게 아닐까 싶습니다.
전반부에는 너무 느린 게 아닌가 하던 스토리 진행이 중후반부부터 너무 훅훅 지나가 버리는 것도 아쉽습니다. 이야기의 가장 큰 축 중 하나가 되었어야 할 루실라는 왜 루시우스를 버렸나, 둘은 왜 헤어져서 연락이 안되었나, 루실라는 왜 루시우스를 찾을 수 없었나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설명이 있었어야 루시우스가 처음에 루실라에게 그렇게 화를 냈고, 나중에는 다시 어머니를 인정하게 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 그 점이 아쉬웠습니다.
그밖에 아쉬웠던 부분이라면 덴젤 워싱턴의 마크리누스가 왜 권력을 탐하는가에 대한 묘사가 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고 루실라와 아카시우스가 루시우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부분이 뭔가 한 덩어리를 뚝 떼어낸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야기 연결이 되지 않는 부분이 좀 아쉬웠습니다. 작은 아쉬움이긴 하지만 미치광이 쌍둥이 황제가 더 더 미친 짓을 했으면 좋았을 꺼라는 생각도 합니다. 미치광이가 아니라 그냥 무능한 어리바리 애새끼 왕들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더군요. 특히 게타는 '얜 정상인데?' 라는 생각도 들었으니까요.
결론을 내자면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아쉽게 1편을 뛰어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 볼만한 영화. 최소한 1편의 유명세를 이용해서 한 탕 하려는 사기꾼 마인드는 아니고 그래도 1편에 걸맞은 2편을 만들려고 노력하긴 했던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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