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ant (1956) 제임스 딘의 유작. 에픽 서부영화, 스포일러 있음.
자이언트라니. 제임스 딘이 자이언트인가?
그럴 리 있나. 자이언트는 록 허드슨이다. 텍사스 가장 명문에다가, 끝도 보이지 않는 농장을 소유하고,
수많은 카우보이들에게 일자리를 준다. 지역 유지에다가 잘 생기고 세련된 매너를 가졌다.
교육도 많이 받고 인품까지 훌륭하다. 도대체 없는 것이 무언가? 이 영화는 록 허드슨 일가의 이대에 걸친
역사를 다룬 것이다. 시대가 흘러가면서, 록 허드슨 일가는 그 지역을 지배하는 영주 비슷한
지위는 잃는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 가문의 명예를 지켜나간다. 인종차별이 심하던 시대에, 그들 가문의 아들이
맥시코인 간호사와 결혼한다. 록 허드슨은 자기 아들을 존중한다. 그리고, 인종차별이 심한 사회에 맞서
싸운다. 누구보다도 차별적이고 남들을 깔보기 쉬운 가문이었지만, 오히려 정반대로 진보적으로 행동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록 허드슨의 가문은 현대에 와서도 그 존경받는 지위를 유지한다.
그래서, 자이언트다.
제임스 딘은 스몰가이다. 엄지를 사랑하는 까치 오혜성의 원조다.
모든것을 불태워 평생 여자 한명을 사랑하는 것이 전부인 치열한 사나이다.
그는 록 허드슨의 집에서 일하는 일꾼이다. 집도 절도 없고 재산 한 푼도 없다.
뭘 생각하는지 말수도 적다.
록 허드슨이 아내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던 날, 그는 충격을 받는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여자를 차지하고 싶다. 그의 인생은 여기에서 결정된다.
하지만 록 허드슨을 보고 자기를 보라. 자기가 볼 것이 무엇이 있는가?
요조숙녀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제임스 딘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록 허드슨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들은 제임스 딘이 이해할 수 없도록 이상하게 행동한다고 생각한다. 괴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임스 딘은 세상에서 오직 하나만 보고 있다.
록 허드슨의 누나가 죽으면서 제임스 딘에게 쓸모없는 작은 땅을 물려준다.
그는 농장을 그만두고 그 땅으로 간다. 농사도 못짓고 농장도 못만들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록 허드슨은 친절한 마음에서 그 땅을 돈 주고 사주겠다고 한다. 제임스 딘은 이를 거부하고 그 땅으로 혼자 이사간다.
자기 땅에 철조망을 치고, 미친듯이 땅만 판다. 석유를 발견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석유는 나오지 않고
사람들 비웃음만 산다. 마음이 착한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제임스 딘이 어떻게 사나 보려고 온다.
제임스 딘은 무척 기뻐하지만, 겉으로는 퉁명스럽게 군다.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떠난 후, 그는
그녀의 발자국 위에 검게 고이는 액체를 발견한다.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그에게 행운을 가져다준 것이다.
제임스 딘은 이제 부자다. 사업두뇌를 발휘해서 승승장구한다. 거기에다가 정치계에까지 입문한다.
그런데, 제임스 딘은 이상하게 록 허드슨가문에 적의를 보인다. 지역명문 록 허드슨 가문의 명성을 자기것으로
빼앗으려 한다. 제임스 딘은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젊은 딸을 유혹하기까지 한다. 이제는 상대도 안되는
록 허드슨가문 앞에 자꾸 얼쩡거린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찌질하다고 할 것이다. 부와 명예, 권력까지 갖고 있으면서도
록 허드슨가문을 괴롭히고 어린 딸이나 유혹하고 말이다. 하지만, 제임스 딘에게 이런것들은 다 무의미하다.
젊었을 적부터 차지하고 싶었던 것은 단 하나였다.
그의 내면은 갈망과 좌절, 패배, 비참함같은 것으로 가득차 있다.
까치 오혜성의 대사 말마따나, "네가 그녀를 차지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패자였어"다.
삐뚤어지고 어둡고 패배의식에다가 절망이 가득한 것이 이 재벌-권력자의 내면이다.
그는 결국 중요한 자리에서 자기 절망과 갈망을 폭발시킨다. 사람들이 모두 떠난다. 다 떠나라고 해라.
넓은 방에 혼자 남았다. 그는 술에 취해서 혼자 흐느낀다. 누구더러 들으라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녀를 처음 보는 순간부터 그녀를 갈망해왔다는 말을 되풀이한다. 그냥, 록 허드슨이 데려온 엘리자베스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는 패배자였던 것이다.
록 허드슨의 영웅적인 캐릭터는 시간이나 역할을 더 부여받았다. 당당한 주인공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루저 제임스 딘에게 더 마음이 빼앗긴다. 자이언트보다 스몰가이다.
좌절과 절망으로 마침내 돌벽에 머리를 박듯이 스스로 파멸하고 만다.
젊었을 적부터 평생 한 여자만 치열하게 사랑했다. 다른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았다.
제임스 딘의 연기가 하도 강렬해서,
영화의 주제나 줄거리나 다 그에게 잡아먹힌다.
스타였던 록 허드슨이나 엘리자베스 테일러나 다 희미해진다.
그가 파멸해서 울부짖으며 사라지자, 영화는 갑자기 힘을 잃는다. 록 허드슨이나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연기를
못해서가 아니라, 제임스 딘이 그만큼 강렬하고 힘찬 연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 영화는 제임스 딘의 영화로 기억된다.
주연이 사실은 록 허드슨과 엘리자베스 테일러 그리고 주제는 록 허드슨가문이 어떻게
현대에 적응하며 그 명예를 지키는가 하는 것인데 말이다.
이런 요소는 영화의 구조나 완성도 면에서 보면 마이너스다.
하지만, 그 어떤 완성도 높은 영화보다도 더 큰 감동을 이 영화는 준다.
잘 만들고 완성도 높은 서부영화는 많지만,
전설이 된 것은 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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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혜성하니 감이 팍 오네요.^^
위대한 개츠비도 생각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