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파레(2020) - 오로지 뉘앙스만을 위한. (스포주의)
원래 영화나 소설이나 만화나 뭐… 그런 작품들을 리뷰할 때는 무조건 플롯이나 시나리오 상의 문제 혹은 장점을 지적한다. 일반적으로는 그걸 언급을 해야지 (일부분이나마) 작품이 노리는 바를 짚을 수 있기도 하고. 그런데 이 작품은 그게 아니라 굳이 언급할 필요를 못느껴서 그냥 스포일러 없는 리뷰가 될 것 같다. 아마도.
근데 일단 영화를 보고 나서, 그리고 몇 차례 돌려보며, 리뷰를 한 내용이므로 혹시나 모르니,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어서 제목에는 스포일러 주의 표기를 해놓았으니 혹여나 안보신 분은 주의하시길 바란다.
팡파레 하면 사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인터넷 밈, [우하하~ 팡파레!]다. 그 다음으로 떠오르는 건 사전적 정의인 [군악軍樂]인데, 사실 둘 다 이 영화와 큰 상관은 없다. 그, 트럼펫과 각종 화려한 금관악기로 무장한 뭔가 요란한 ‘축제 음악’ 같은 그 대중적인 팡파레적 뉘앙스가 그나마 이 영화의 제목이 의미하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 그 뉘앙스. 이 영화는 뉘앙스만 남아있는 영화다. 그렇다고 그게 나쁜 건 아니고, 자기가 원하는 포인트를 정확히 짚어서 그 부분에만 집중했는데, 그게 단지 어떠한 메시지도, 구체적인 대상물도 아닌, 다 보고 나서 뒤돌아서도 쉬이 잊어버리기 힘든 뉘앙스라는 이야기다.
그런 뉘앙스’만’을 조성하기 위해 감독은 대담한 결정을 한다. 작품의 핵심적인 복선이라 할 수 있는 내용을 예고편에서 전부 까발려버린다. #5 미스터리라고 적혀있는 제이가 대놓고 총질을 해서 남자들을 쏴죽이는 장면을 삽입해버리는 순간, 사실 이 여자도 또다른 히트맨인데 심심해서 놀아주다가 다 쏴죽입니다 라는, 다른 영화라면 끝끝내 붙들고 있다가 결정적인 한방인 것 마냥 빵 하고 터뜨릴 만한 소재는 반전이 아니라 그냥 관객이 다 알고 극장에 들어가는 배경 지식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 영화는 굉장히 심심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반전도 없어, 저예산이라 액션이나 연출이 화려한 것도 아니야, 마찬가지로 저예산이니 스타 배우를 섭외해서 그 팬층에 기대지도 못해. 그렇다고 스토리나 플롯이 뭐 뛰어난가? 아니다. 진짜 흔해빠진 조폭-살인범 스릴러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도대체 무엇으로 승부를 보는가?
독특한 캐릭터? 맞긴 맞다. 그게 주인공이 아닐 뿐이지. (주인공이건 아니면 ‘진짜’ 주인공이건 딱히 독특하진 않다. 희태는 독특해지려고 애쓰는 것 같긴 한데, 아무리 봐도 백구한테 밀린다)
아무튼 그 부분은 차치하고, 그건 내가 봤을 때 이 영화의 강점이 아니다. 진짜 강점은 음악과 캐릭터, 대사가 같이 합쳐져서 (위에서 말한 대로) 모든 강점이 없는데도 관객으로 하여금 계속 보게 하는 그런 몰입감을 부여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뉘앙스에 대한 작품이라고 한 거고. 그 기묘한 분위기, 울림, 그리고 긴장감이 한데 어우러져서 정말 말로 하기 힘든 기묘한 뉘앙스가 된다.
아, 그리고 장점 하나 더. 정말 기대도 안했는데 유쾌하게 잔인한 부분이 좀 있다. 개인적으로 그런 장면을 너무 좋아하다보니 좀 더 호평하게 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잔인한거 싫어하거나, 배경음악이랑 분위기 다 필요 없고 뭔가 시각적으로 화끈한 무언가가 필요하며, 범죄물은 당연히 강렬한 (나이프) 파이팅 장면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뭔가 작품이라면 시나리오나 플롯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는 사람한텐 당연히 저평가 될 수 밖에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근데 그런 영화들도 있으면 이런 영화 한 편 쯤은 봐줘도 재밌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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