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쥬스, 비틀쥬스> 이렇게나 소중한 속편이라니
이런 시절이 있었네요. 컴퓨터 그래픽이 아니라 수작업과 스톰모션으로 특수효과를 내던 시절. 장르 공식으로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니라 영화 한 편과 괴짜 감독 한 명이 새로운 장르를 만들던 시절. 감독을 작가라고 부르던 시절. 호불호가 갈린다고 말하지 않고 컬트 영화라고 숭배하던 시절. 바로 비틀쥬스가 살았던 시절입니다. 1988년이었습니다.
시간이 이만큼 흘렀습니다. 이제 관객들은 감독과 작가의 개성이 넘치는 (키치) 예술품보다 팝콘에 어울리는 매끈하고 무난한 상품을 선호합니다. 이제 수작업은 컴퓨터 마우스와 키보드 위에서 이루어집니다. 비틀쥬스를 세번 외치면 괴상망측한 비틀쥬스가 지하세계에서 튀어나오는 장면을 봐도 놀라거나 신기해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2024년입니다.
팀 버튼이 늙은 게 아니라, 팀 버튼 전성시대 유효기간이 지났습니다. 이 지점에서 '비틀쥬스X2' 평가가 달라질 것 같아요. 여전히 재밌고 잘 쓴 각본입니다. 이야기는 꽉 차 있고 배우들도 이름값 제대로 합니다. 모니카 벨루치는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장면 장면을 풍만하게 채웁니다. 윌렘 데포는 여전히 징그러운 미소로 찰떡 연기를 보여줍니다. '웬스데이' 아가씨는 극의 중심에서 엄마 리디아(위노나 라이더)와 함께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합니다. 마이클 키튼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당연하죠. 그때나 지금이나 유령이니까요.
풋풋합니다. 다들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풋풋합니다. 다시 만나 즐거워하고 기뻐 합니다. 비지스 노래가 나오니 반갑고 대니 엘프먼 스코어가 나오니 편안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고 이 속편이 실패작일까요. 아니면 전편 명성에 기대서 추억팔이만 하니, 속편 가치는 없는 걸까요. 극중 리디아 어머니 델리아가 말한 것처럼 '슬픔엔 유효기간이 없는 것'처럼, 추억에도 유효기간이 없습니다. 오랜 세월동안 서로를 잊지 않고 기다려준 시간에 유효기간이 없는 것처럼요.
추천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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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넘 좋았어요!
슬픕니다. 한때 제일 좋아했던 감독이었는데. 아직도 단성사에서 슬리피 할로우를 덜덜 떨면서, 그러면서도 경이롭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시간이 흘러 팀 버튼을 좋아하던 저도 늙었죠. 그래서인지 이제 팀 버튼 영화에서 뭔가 느끼기 쉽지 않더군요. 개인적으로 웬스데이는 최악이었고 그래서 비슷하게 갈 거같은 비틀주스 속편은 그냥 건너뛰었죠. 주말의 명화시절 비틀주스를 그리도 재밌게 봤건만, 이번에 나온 속편에 대한 아무 기대감이 없는 저를 보며 새삼 놀라고 있습니다.
아무리 cg가 좋아져도 수작업의 실제감은 못 따라가는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