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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불 속의 검은 고양이 (薮の中の黒猫; Kuroneko, 1968) 최고의 호러영화를 보고 싶으시면 이 영화를 보십시오.

BillEv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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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호러영화가 최고의 호러영화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호러영화들에서 그토록 많이 재탕된 주제 - 죽어가는 여인의 피를 핥아먹은

고양이가 죽은 여인 대신 복수를 한다 하는 주제가 여기서 나온 것이다. 크라이테리언에서 블루레이로 리매스터링을 해서 이 영화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영화는 꼭 호러영화래서가 아니라 일본 고전영화 특유의 절제, 고도화된 양식성, 특유의 탐미 의식, 깊이 있는 인간 본성 탐구 등이 가장 잘 구현된

영화들 중 하나이다. 

 

영화 처음은 우게츠이야기처럼 자신의 야망을 위해 어머니 아내를 모두 내팽개치고 전쟁터에 나간 아들로부터 시작된다. 

사무라이들에게 능욕당하고 살해당한 어머니 아내의 피를 검은 고양이가 핥아먹고 요괴가 되어 사무라이들을 집으로 유혹해다가 살해하기 시작한다.

 

 

 

이 요괴의 정체가 애매하다. 몸은 고양이들이다. 그런데 실제로 마음은 죽은 어머니와 아내다. 행동하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은 죽은 어머니 아내의 자아를

갖고 있는데 몸은 고양이 요괴인 것이다. 그러니까 죽은 어머니 아내가 복수를 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그들은 이미 죽었고 고양이가 복수를 하고 있는 것인가? 

사실 본인들도 모른다. 

 

이 영화는 현실적인 영화라기보다 등장인물들이 가부키를 공연하듯 동작을 한다. 일본적인 절제미랄까 형식미랄까 그런 것이 영화 전체를 

통해 흐른다. 음악도 일본 전통 음악이 흐르고. 영화의 대부분을 정적이 흐른다. 그래서 끔찍한 사무라이 살해 장면에서도 무섭다기보다는 기괴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공포를 주기보다는 환상을 주기 원하는 것 같다. 그로테스크하고 암흑같으며 음울한 환상을. 영화 전체가 아주 정적이고 신비로운 실내극 같은 느낌도 준다.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것은 고양이 요괴들이 텀블링을 하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텀블링이 아니라 헬리콥터에 줄을 매달고 텀블링을 하는 것이 아니냐

생각이 들 정도로 높이 높이 한다. 까마득히 높은 건물 지붕을 빙글빙글 돌며 날아가기도 한다. 그 환상적인 동작은 중력을 무시한 것이어서 

영화 전체가 마치 꿈 속이거나 환상 속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유명한 라쇼몽의 밤 풍경까지. 이 장면들이 주는 아름답고 괴기스런 분위기는 아주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이 라쇼몽에서 고양이요괴들은 사무라이들을 유혹해서 대나무 숲 속에 있는 집으로 데려간 다음 죽이는 것이다.   

 

 

 

그런데 전쟁터에 나갔던 아들이 전공을 세워 사무라이가 되고 영주의 명령으로 고양이 요괴들을 퇴치하러 온다.

남편과 아들과 싸워야 하는 상황에 처한 고양이 요괴들은 스스로 죽는 길을 택한다. 그러니까 고양이 요괴들에게는 어머니와 아내의 자아가 훨씬 강했던 것이다. 

아내였던 고양이 요괴는 남편과 여자로서의 1주일을 보낸 다음 스스로 소멸된다.  

 

 

 

 

 

혼자 남은 어머니 요괴도 아들 사무라이에게 딱 하나만 부탁한다. 함께 집에 가서 식사 대접을 최후로 해준 다음 소멸해주겠다고 제안한다. 

아들은 그런 어머니 마음을 이해하고 함께 대나무 숲으로 가다가 물 위에 비친 어머니 모습을 보니 고양이 요괴였다. 그는 어머니 요괴의 팔을 잘라 버린다. 

 

팔을 되찾으러 온 어머니 요괴와 아들이 대결하는 씬은 

내가 본 중 가장 강렬하고 에너지 넘치는 것이었다. 

 

Kuroneko, the Japanese Horror film by Kaneto Shindô | Fandor

 

 

 

아들은 지금 자신을 찾아온 요괴가 고양이 요괴인지 어머니인지 알 수 없다. 그것은 어머니 요괴도 마찬가지여서 

눈에는 눈물이 줄줄 흐르지만 동시에 고양이로서의 본능대로 펄쩍펄쩍 뛰어 날아다닌다. 

아들은 어머니 하고 크게 외치다가 다음순간 이 요괴야 하면서 칼을 휘두른다. 

이 장면의 강렬함은 절대 잊을 수 없는 것이자, 정말 대단한 영화적 경험이다. 

그러다가 어머니 요괴가 지붕을 뚫고 하늘로 뛰어올라간다. 헬리콥터에 줄을 매달았는지 어머니 요괴가 밤하늘을 

십미터는 날아올라가 서서히 점으로 사라져버리는 장면은 정말 압권이다. 관객들이 예상하고 있던 것을 철저히 뛰어넘는다. 어머니 요괴가 갑자기 여기서 하늘로 날아가버릴 줄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그것도 이렇게 높이? 이 장면은 철저한 묵음으로 해서 마치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 우주공간을 묵음으로 해서 환상적인 효과를 얻은 그런 효과를 준다. 정말 아름다운 장면이다. 

 

 

 

저 고양이 요괴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고양이 요괴라고 해도 하늘을 날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하늘에 집이 있는 것도 아닐 테고.

저 고양이 요괴가 밤하늘 속 한 점으로 사라져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 고양이 요괴는 원래 밤하늘의 일부인가?

나는 저 장면에서 정말 신비로움을 느꼈다. 그냥 공포효과를 주기 위해서라면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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