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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공작' 본 일본 예능인들의 토크 번역

golgo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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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사히 신문에 실린, 한국 영화 <공작>에 관한 일본 예능인들의 토크를 번역해 봤습니다.

한국영화에 꽤나 해박한 사람들 같네요. 일본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보이는 하라다 타이조가 황정민의 광팬 같습니다.^^

 

<공작> 영화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의 한국 배우들에 대한 인식, "흑금성이라 불린 남자"라는 장황한 부제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흥미로운 글입니다.

 

여담으로... 이 토크 기사가 올라온 일본 야후 댓글란에 "(한국과 대립하는) 이 시점에 이런 걸 해야겠냐?"라는 댓글이 보여서 안타깝더군요.

양국간의 문화교류는 끊기지 않길 바랍니다.

 

 

0321.JPG

 

https://www.asahi.com/and_M/20190809/4334374/

 

하라다 타이조 & 코토부키 츠카사의 파고드는 영화 토크

볼만한 열연과 긴장감, 실화에 기초한 한국 스파이 영화 <공작>

 

(개그 트리오) 넵튠의 하라다 타이조와 영화 전문가 코토부키 츠카사. 영화를 무척 좋아하는 두 사람이 신작과 인상에 남는 명작에 관해 자유롭게 토크하는 대담 기획입니다. 이번 소재는 (일본에서) 개봉 중인 한국영화 <공작>. 실화를 토대로 한 서스펜스 영화입니다.

 

(<공작> 스토리 소개 생략)

 

 

코토부키: <공작>은 북한과 남한이 대립하는 이면에서 암약하는 스파이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죠. 내용에 관해서도 말할 것이 많은 작품이지만, 타이조 씨로선 뭐니 뭐니 해도 황정민이겠죠?

 

하라다: 황정민 정말 좋아해요! 모든 작품들에서 멋있다고 할지, 남자의 섹시함을 느끼게 하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죠. 처음에 본 건 <국제시장>이었던 것 같은데, 정말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코토부키: <국제시장>은 타이조 씨가 권해서 본 작품이었는데 눈물 나더라고요.

 

하라다: 그리고 <베테랑>의 믿음직한 형사도 좋았고, <아수라>의 기분 나쁜 시장님도 굉장했죠. <신세계>의 선배 조폭 역도 존재감 있었고요.

 

코토부키: <곡성>의 무당도! 이야기 중반부터 휘파람을 불며 나타나서 수상쩍다고 생각했는데, 그 뒤부터 영화의 분위기가 바뀐다고 할지, 황정민이 이야기를 끌고 간다 싶을 정도의 연기였죠.

 

하라다: 역할에 따라 완전히 달라 보이죠. 진짜 나쁜 놈을 연기하고, 양아치 역도 잘하고, 다정한 형님을 연기할 때도 설득력이 있어요. 게다가 힘 뺀 연기도 아니고 제대로 힘을 준 연기를 하고 있죠.

 

<공작>에서도 굉장한 연기였어요. 황정민이 연기하는 박석영이라는 남자는 한국 육군 정보사의 군인이지만 사업가로 가장해 북한에 잠입하는데요. 그는 우선적으로 자신이 사업가라는 것을 북한 인사에게 믿게끔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죠. 박석영은 신분을 가장하고 상대의 속셈을 파악하면서 여러 사람들에게 비위를 맞춰나가는데요. 이것을 황정민은 절제된 연기로 표현하고 있어서 굉장한 테크닉이라고 생각했죠.

 

1321.JPG

 

코토부키: 스파이물, 잠입 수사물에서는 연기자가 2중, 3중으로 함축된 연기를 펼쳐야 하죠. 북한측 인사를 속이는 설득력도 필요하고, 들키냐 마느냐 하는 부분에서 관객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빈틈도 드러내야 하니까요.

 

하라다: 이 영화는 스토리가 꽤 복잡하지 않나요? 적과 아군의 구별이 확실치 않고 당시의 정치적 상황도 얽혀있죠. 내용적으로도 꽤나 깊게 파고들었지만, 그럼에도 인간 드라마로서 직접적으로 감동을 주죠.

 

코토부키: 북한과 한국의 관계는 여러 영화에서 모티브가 되고 있지만 <공작>을 보면 아직도 이런 이야기가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죠. 시대 배경도 90년대라서 그리 오래된 이야기도 아니잖아요. 그 시절이 그러한 암투가 존재했었구나, 라는 놀라움도 주고 있죠.

 

하라다: 북한에 잠입한 박석영에 대해 북한측 인사가 방심해서 속내를 발설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박석영은 도청되는 것을 알고서 ‘입조심하라’는 걸 표정만으로 전달하는데, 그런 장면이 소름 돋죠. 일본의 정치가가 북한에 갔을 때도 도청된다는 걸 염두에 뒀다는 이야기도 있었죠. 그런 뉴스를 들어서인지 영화라고는 해도 이러한 작품이 한국에서는 용케도 만들어지는구나 싶었어요.

 

코토부키: 최근 일본에선 ※<신문기자>도 모종의 금기를 건드린 작품으로 화제가 되고 있죠. (※역주: 아베 정권의 비리 고발하는 영화) 제가 하는 방송에서 그걸 다뤘더니 반향이 커서, 언급하기가 참으로 어려운 작품이구나 생각했어요.

 

하라다: 그런 점에서 <공작>의 클라이맥스는 박석영이 북한의 핵심에 들어가서 김정일과 만나는 장면이죠. 작품 속에서 김정일까지 등장시키다니 작정하고 만들었구나 싶었죠.

 

코토부키: 그 장면의 긴장감이 대단했죠. 김정일이 귀여운 강아지를 기르는 점도 리얼해서, 오히려 박력이 느껴졌어요. 한국영화로서 그렇게까지 묘사한 게 엄청나다고 느꼈고 (한국의) 정권이 교체될 때까지 개봉시킬 수 없었다는 이야기도 이해가 될 듯했죠.

 

하라다: 김정일도 김정일이지만, 북한측 인물을 연기한 배우들도 굉장하다고 생각해요. 박석영과 협상하는 입장인 대외경제위원회 리명운 소장을 연기한 이성민의 연기가 설득력 있었고 놀라울 정도로 능숙했죠.

 

코토부키: (일본 배우) ※코히나타 후미요와 비슷한 분위기의 배우였죠. 말은 알아듣지 못했지만 아마 북한 사투리 대사도 제대로 표현한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 이성민처럼 이마가 넓은 배우)

 

1321313.JPG

 

하라다: 리명운과 박석영은 서로를 인정하게 되는데, 내면에 감춘 정열 같은 것을 섬세한 연기로 표현하고 있어서 캐릭터에 푹 빠지게 만들죠. 후반부에 둘이서 식사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읽고 공감하는 장면은 복잡하게 뒤얽힌 연기로 이루어져 있어서, 적과 아군의 관계를 넘어선다고 할지, ‘북한에도 인간이 있다’라는 점을 느끼게 해주더군요.

 

코토부키: 정말 그랬어요. 북한을 적으로 그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피가 통하는 인간이라는 점을 표현하고 있죠. 다만 북한의 안전보위부 정무택 과장은 기계적이라서 무섭게 느껴졌어요.

 

하라다: 정무택이 집요하게 박석영을 의심하기 때문에 긴장감이 유지되고, 그것을 극복함으로써 김정일과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장면이 더 인상적으로 느껴진 거죠.

 

코토부키: 정무택을 연기한 주지훈은 지난 연재에서도 다룬 <신과 함께>에도 나오는 배우인데요. 완전히 다른 타입의 연기를 펼쳐서 처음에는 같은 사람인 줄 몰랐어요.

 

하라다: 박석영을 의심한 정무택이 권총을 들이대는 장면은 명장면이었어요. 군인이라면 권총 앞에서도 동요하지 않겠지만, 보통의 사업가라면 쫄아서 목숨을 구걸하는 게 자연스러울지도 몰라요. 그런데 박석영은 일반인이지만 비즈니스에 목숨을 걸었다며 “네 총 따윈 두럽지 않아”라며 대담하게 나와서 궁지에서 벗어나죠.

 

코토부키: 그 장면은 잠입물로서의 하이라이트였죠. <무간도>와 <디파티드>에서도 정체가 드러나려 하는 장면이 가장 손에 땀을 쥐게 하니까요.

 

하라다: 그런데 상대가 과연 믿어줄지, 잠입한 사람은 자기 목숨을 내걸고 있는 거잖아요. 주위 사람들을 모두 속여야만 하는 상황이고 인생을 건 임무에서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목숨을 잃게 되는데 말이죠.

 

코토부키: 그렇게 따진다면, 개인적인 야심이나 돈 때문이 아닌, 나라를 위해서라는 입장이 아니라면 설득력이 없겠죠. 때문에 역시나 전쟁이라는 무대설정이 필요하고 또 현대물로서 남한과 북한이라는 시추에이션이 아니면 성립될 수 없는 걸지도 몰라요.

 

하라다: 그런 의미에서도 한국에서만 만들 수 있는 작품이겠죠. 정치의 이면을 그린 작품으로서도, 인간 드라마로서도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코토부키: 정말 재밌는 작품이지만...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일본인으로선 <공작>이라는 제목을 듣고서 (스파이 영화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기가 어렵겠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일본인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그림과 공작’(일본의 초등학교 교과서)을 떠올릴 테니 말이죠.

 

하라다: 그렇긴 해요. 하지만 ※<지상즈> 같은 제목보다는 낫죠. (※ 역주: 할리우드 영화 <고잉 인 스타일>을 노인들이라는 의미의 “Noin(s)”처럼 만든 제목) 명배우들이 나오는 영화에 그런 엉터리 제목을 붙이는 것보다야 훨씬 낫죠. (웃음)

 

코토부키: 원래 한국 제목도 <공작>이죠. 원제를 존중할 필요가 있지만, 독자적으로 (관객을) 끌어당길 일본식 제목을 붙이는 게 좋았을지도요. 저는 부제목도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흑금성이라 불린 남자”라는 붙인다고 해도 (어떤 영화인지) 이해하기가 힘들잖아요. “흑금성”이란 제목을 때문에 보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이라면, <공작>이란 제목에서 이미 흥미를 생겼을 테니까 말이죠. (웃음) 홍보용 카피라면 괜찮다고 생각하지만요.

 

하라다: 홍보 카피로 (영화를) 설명하는 방식은 요즘에는 잘 안 통한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과거에는 TV에 영화 광고가 많았고, 예를 들어 <서스페리아>의 경우 “절대 혼자서는 보지 마세요”라는 홍보 카피가 귀에 쏙쏙 박혔죠.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이 메인이라서 문자로 전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설명조의 부제를 붙이는 경우가 늘어난 게 아닌가 싶네요.

 

코토부키: 그럴 듯한 이야기네요. 그리고 황정민이 주연이라고 해도 일반적인 관객분들에게는 잘 먹히지 않을 것 같아요. 타이조 씨와 제가 아무리 황정민이 대단하다고 말해도 10명 중 한 명 정도나 누군지 알 테니 말이죠.

 

하라다: 안타까운 일이죠. 더 많은 사람들이 황정민의 작품을 봐줬으면 좋겠어요.

 

코토부키: <곡성>의 무당이었다고 말하면 ‘아! 그 사람’처럼 말이죠. 그런 정도의 인식 같아요. 이건 저를 포함해서 영화를 소개하는 이들의 역부족 같아요. 한국의 배우들이라고 하면 미남 배우들쪽이 더 인지도가 높은 것 같아요. 최민식을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잘 모를 것 같고요.

 

하라다: 그런가... 그럼 송강호는 어떨까요?

 

코토부키: 송강호는 (일본에서) 지명도가 있죠. 그것을 넘어설 것 같은 사람이 마동석이고요! 일본에서도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가 계속 개봉되고 있고, 마침내 할리우드에도 진출해서 마블의 <이터널스>라는 영화 출연이 결정됐으니 말이죠.

 

하라다: 그거 기대되네요. 그나저나 우리는 매번 마동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네요. (웃음)

 

golgo golgo
90 Lv. 4124180/45000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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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에 조예가 깊은 사람들이네요

자국내 수입 영화에 부제 붙이는거 자국에서도 말 많은 듯 합니다 ㅎㅎ

 

3번째 문단에 여담으로 하신 말씀.. 그런 댓글이 여기서도 한 번 보여서 좀 안타깝더군요.

16:14
19.08.09.
profile image
golgo 작성자
박엔스터
일본에서 정책적으로 한류붐을 차단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한국영화 팬들 많이 늘었을 텐데.. 싶어서 안타까워요.
16:17
19.08.09.

공작이 개인적으로 근 10년간 가장 매력적인 영화였어서 국내개봉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관련 글을 읽게되어서 너무 좋네요^^

 

 

16:23
19.08.09.
profile image
golgo 작성자
Howwasyourday?
글 옮기면서 설마 마동석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16:33
19.08.09.
profile image

와...배우들의 출연작을 나열할 정도면 정말로 한국영화를 좋아하는구나라는 인상을 받을 정도에요. 한중일은 한자문화가 남아있어서 제목을 직역할 수 있지만 각 나라마다 용도나 쓰임새가 다르다보니 제목도 거기에 맞게 현지화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18:17
19.08.09.
profile image

이런 훈훈한 분위기를 아베와 그 일당들이 다 망쳐놓았다는 게 참…

19:07
19.08.09.
메타메타몽몽
삭제된 댓글입니다.
20:19
19.08.09.
profile image

좋은 리뷰입니다.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분석과 애정이 드러나는 대화라

더 좋네요. 

15:10
19.08.10.
profile image

외부의 눈인데 매우 날카로운 거 같네요 ㅎㅎ 

15:33
19.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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