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5일: 위험한 특종 - 리뷰
9월5일: 위험한 특종!
아마도 1/4분기 최고의 작품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대중적으로도 영화적으로 매우 잘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씬을 넘어 컷 하나 낭비하는 것 없이 매우 교과서적인 작품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시나리오 이야기하면 과거 <말아톤>을 가르치기 좋은 시나리오로 꼽았는데요, 아마도 이 작품의 시나리오야말로 교과서의 정석이 아닐까 생각이 되더군요.
몇 가지 키워드로 간단하게 영화를 짚어볼까 합니다.
뮌헨 올림픽 테러(참사)
영화의 주 무대이자 소재이며 영화 전체의 주제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건입니다. 영화에도 언급되는 바이지만 전 세계에서 방송이 '테러'라고 지정한 첫 번째 사건이라고 합니다. 물론 미국적인 시각에서의 정의라 정확하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겠지만 저 역시 영화를 통해 처음 알았던 사실입니다.
올림픽 기간 중 이스라엘 선수단 11명이 사망한 참사였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스포츠가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다거나 정치적이지 않다는 건 올림픽의 행보가 그렇지 않다는 걸 증명하고 말죠. 이후 캐나다를 거쳐, 소련, 미국, 한국으로 이어지는 올림픽은 그야말로 서방의 냉전을 부추기거나 화합하려는 여러 의도가 숨지 않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요.
정반합, 갈등과 대립에 이은 상생을 영화적으로 멋지게 구현하다
영화는 영화 전반에 걸쳐 갈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거시에서 미시로 영화는 이를 다루는데 국가와 국가, 민족과 민족, 사람과 사람으로 점차 기능성을 노골화합니다. 이를 정말 잘 사용합니다.
영화 전체의 소재인 뮌헨올림픽으로 인해 독일에 반감을 가진 수많은 나라가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던 대회는 결국 이스라엘마저 참가하며 지구촌 화합의 장으로 변하지요. 이런 가운데 홀로코스트를 겪었거나 실제 전쟁을 겪은 세대가 뮌헨올림픽을 중계하며 독일인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갈등과 대립을 영화적으로 멋지게 상승, 상쇄시킵니다. 대표적인 장면 하나를 꼽자면 베테랑 기사가 독일인 통역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키는 장면이 있습니다. 1분 1초를 다투며 당장 독일인 통역이 필요한 상황에서 장면이 바뀌면 베테랑 기사가 통역에게 커피를 주는 장면 같은 식입니다.
영화 전반에서 정과 반, 그리고 합을 이만큼이나 잘 사용한 영화는 보기 드물었습니다. 이를 하나의 재미로 두고 찾기 시작한다면 엄청난 보물찾기 같은 영화로 다른 관점에서 관람할 수 있지 않을까.
역사를 생중계하다
이 영화는 뮌헨올림픽참사를 다루는 것과 더불어 처음으로 위성을 이용해 테러 사건을 생중계한 방송사의 한 획을 다루고 있습니다. 실제 영화의 플롯이 바로 이 역사의 생중계가 아닐까 합니다.
이 생중계를 위해 방송 베테랑들이 합을 주고 받으며 계속해서 인물과 기능을 체인징하며 플롯을 진행시킵니다. 카메라맨에게서, 자막을 만드는 이로, 곧바로 영상을 직접 발로 뛰어 찍는 이에게로 옮겼다가 보이지 않는 현장 앵커로, 다시 스튜디오 내 앵커로 옮겨가는 등의 인물에서 인물, 기능에서 기능으로 이합하며 플롯마저 진행합니다.
이 참신한 시도는, 단 1초도 눈을 뗄 수 없는 생중계 현장에 관객이 빠진 듯한 놀라움과 현장감을 주는 동시에 영화 자체의 스릴을 최대치로 배가합니다.
아마도 이 상투적인 표현이 근래 10년 간 가장 어울리는 영화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손에 땀을 쥐게 한다!!!
1초의 낭비도 없는 컷-시나리오의 정석
위에서 이어지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플롯의 진행을 인물과 인물 특히 기능과 기능으로 조합해 두다 보니, 영화의 씬을 떠나 컷 하나도 낭비하는 바가 없습니다. 이러한 가운데에도 국가와 국가, 민족과 민족, 회사와 회사, 인간과 인간의 갈등을 놓치지 않고 다루어 냅니다. 정말로 잘 쓴 시나리오였습니다. 아카데미 각본상을 준다고 해도 이견이 없을 정도로 매우 잘 쓴 시나리오였습니다.
제가 누군가 가르치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만, 시나리오의 정석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본으로 삼아도 부족함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인물을 다루는 법, 사건을 다루는 법, 특히 소재이자 주제가 되는 테러를 다루는 방법과 이에 들어간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서도 한치의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결국 개인의 이야기로 마무리하다
영화 전체에서 딱 한 번이자 마지막으로 한 개인의 모습을 길게 잡아주는 장면이라면 바로 끝장면일 겁니다. 존 마가로가 연기한 제프리 메이슨 프로듀서가 생중계를 마치고 퇴근하는 장면일 텐데요, 이 역사적인 퇴근 장면을 영화의 끝장면으로 잡으면서 하루가 갔다는, 인간의 이야기로 영화는 마무리합니다.
긴박했던, 너무나 급박해 영화 보는 내내 숨을 쉬지도 못했던 관객 역시 이 장면을 끝으로 마치 뇌의 휴지기를 갖는 듯한 멍한 '브레인 포그'에 다다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치열했던 하루를 끝냅니다. 거대한 명제를 다루었다고 해도 결국 인간의 이야기라는 뜻이죠. 느끼기에 따라 밋밋하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퇴근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잘 다루고 끝낸 장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영화 평은?!
먼저 단점을 꼽자면, 영화의 전개가 너무나 빠르고 실재 역사에서 테러를 다루는 이야기라 ABC가 중계한 그날의 일이 뒤로 밀리는 타자화가 일어납니다. 즉, 이 영화는 실재했던 ABC의 생중계 이야기이지만 우리가 방송을 볼 때 방송 스텝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테러와 긴박함만 남은 부작용이 벌어진다고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그토록 열연한 배우들이 잘 생각나지 않는 전개라는 점에서는 이 영화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택했는지를 알게 합니다.
반면 영화의 장점은 특별할 정도로 많았습니다. 교본으로 써도 될 정도의 시나리오, 1초의 낭비도 없는 컷, 기능에서 기능 인물에서 인물로 연결하는 일반적이지 않은 플롯, 테러를 다루지만 그 테러에서 한 발 비켜나 생각하게끔 만든다는 생중계의 채택 등. 이 영화의 장점은 보는 시각과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고 많아질 것으로 판단합니다.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영화에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의 현장감은 최고의 장점입니다. '온 에어 스릴러'라는 카피가 절대로 과장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결론해 2025년 1/4분기 최고의 영화 중 하나가 아닐까 하게 되네요. 영화 좋습니다. 2025년 2월에 놓치지 않고 보실 영화, 라고 감히 단언합니다.
오스카 각본상 받아도 충분할 만큼 이야기 전개가 좋더라고요.
요즘 가짜 뉴스 판치는 시국에 시사하는 바도 크고요.
10년 전 한국에서 있었던 참사 오보도 생각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