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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새 봉황편>에 대한 린 타로 감독의 인터뷰

중복걸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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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새>. 이 만화 사상 최대의 연작이 시작된 것은, 지금부터 30년 이상 전의 일이다. 젊은 뉴타입 여러분이 태어나기 훨씬 전. 오히려, 여러분의 아빠나 엄마가, 여러분 또래 정도였을 시절이었다. 당시, 코믹계의 전위지라고 불렸던 <COM>이라는 매거진에서 데즈카 오사무에 의해 연재가 시작된 것이 <불새>의 기념할 만한 제1작 <여명편>이다. 이 <여명편>은 일본의 고대, 야마타이국을 무대로 하고 있다. 그 피를 마시면 불로불사가 된다는 영조인 불새를 쫓는 소년과 전사 사루타히코, 야마타이국의 여왕 히미코, 정복자 니니기(후의 진무 천황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들이 펼치는 장대한 역사 로망이다.

 

 연재와 동시에 대히트한 이 작품의 속편이, 이어서 발표된 <미래편>. 이 <미래편>에서 무대는 급변하여, 인류가 멸망하는 초미래를 그리고 있다. 모든 생명이 죽은 지구에서, 불새의 피를 받은 야마노베 마사토가 영원한 생명을 받게 된다. 단 한 사람, 수억 년의 시간을 사는 마사토는 이윽고 사멸한 별에 생명이 발생하고, 식물이 싹트고, 공룡이나 포유류가 탄생하는 과정을 보게 된다. 게다가 그는, 인류가 태어나, 역사가 그대로 반복되는 것을 목격한다. <여명편>의 히미코 일행이 거기에 다시 나타남으로써, 거대한 윤회의 고리가 닫히게 된다. 즉 <불새>는 과거와 미래, 모든 시간을 사는 우주 의지의 상징으로 그려져 있다. 이야기는 과거로 갔다가 미래로 날아가, 어느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기쁨과 사랑, 사는 것에 대한 슬픔과 희망을 그려내고 있다. 이야기의 처음과 끝을 시작으로 그리고 그 빈자리의 시간 축을 메워 나간다고 하는 수법은, 데즈카 오사무의 오리지날이다.

 

데즈카 오사무 선생님을 '죽여버린다!'고 생각했다

 

 이 장대한 연작을 이십여 년 전에 애독했던, 젊은 애니메이션 청년이 있었다. 이번에 <불새>의 감독을 맡는 린 타로, 그 사람이다.

 

 "당시, 저는 데즈카 선생님이 만든 애니메이션 회사, <무시 프로>에 있었어요. <철완 아톰>의 각화 연출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톰>은 20편 정도 했었나. 저는 그 후, 국내 최초의 컬러 TV 애니메이션 <밀림의 왕자 레오>의 연출로 옮겼습니다만, 제 다음으로 가장 많이 <아톰>의 연출을 했던 것이, 토미노 요시유키 씨였습니다. 1963년부터 39년경의 일이군요. 그 무렵에 연재되었던 <불새>를 애독하고 있어서, 내 손으로 애니메이션화하고 싶다! 가장 해보고 싶은 작품이다! 라고 생각했어요. 이번에 옛날 꿈이 이루어진 것입니다만, 이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저의 집념이 불러온 거라고 생각합니다. 카도카와 하루키 프로듀서님도 같은 말씀을 하셨어요. 우연히도 불새=봉황이 카도카와의 마크죠. <환마대전> 때부터 <불새>를 영화로 만들고 싶는 게 서로 맞았어요. 이번에, 카도카와 서점에서 <불새>의 저작권을 따고, 애니메이션화를 하게 되었는데, 우연은 필연이라고 합니다. 믿음으로써, 운명을 자기 쪽으로 끌고 올 수 있지 않을까요. <불새> 주제와도 일치하네요 (웃음). 영화화가 결정되어서 오랜만에 전권을 다시 읽어보았답니다. 시대와 함께 재미있다고 느끼는 부분이 바뀌거든요. 옛날에는 <미래편>이나 <우주편> 같은 SF적인 에피소드에 매력을 느꼈지만 86년인 지금 읽으면 오히려 이번에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봉황편> 같은 역사 로망 쪽에서 웅장한 이야기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30년이 지나도 낡지 않고 오히려 새로움을 가지고 있는 데즈카 작품은 역시 대단하네요. 최근의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캐릭터는 30년의 풍설을 견디기 힘들죠."

 

"어쨌든 데즈카 선생님은 서비스 정신이 왕성합니다. 지금도 오토모 카츠히로 씨의 좋은 점을 도입하려고 할 정도니까. 이번에도 '봉황편은 수수한 작품이니까 액션을 넣어라'고 선생님이 말씀해 오셨어요. 제가 '아니, 원작대로 하게 해주세요'라 말했어요(웃음). 무시 프로 시절부터 철저했어요. <아톰>의 연출 무렵,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미하라산을 분화시킨다...는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근데 정말 미하라산이 분화해버려서(웃음), 선생님이 '시기가 너무 딱 맞아서 안 되니까, 미하라산을 후지산으로 바꾸라'고 하신 거예요(웃음). 이미 원화에 들어가 있고, 가뜩이나 스케줄이 없는데도요. 필사적으로 바꿨어요. 그래서 '죽이고 싶다'고 생각해서(웃음). 지금은 웃음거리네요. 하지만 그 덕분에, 저와 토미노 씨, 데자키 오사무 씨 등 무시 프로 출신자는 아이디어가 바로 나오는 트레이닝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하고 있습니다."

 

아왕과 아카네마루의 대립으로 '음과 양'을 그린다!

 

 현재, 아르고스와 매드하우스의 작업은 절정을 맞이하고 있다. 11월 20일의 완성을 목표로, 10월 중에는 원화를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상영시간은 60분. 아무리 <봉황편>이 중편이라고는 해도, 모든 에피소드를 넣을 수는 없다. 이에 대해, 린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60분 만에, 수십 년에 걸친 에피소드를 통째로 넣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물론 원작의 스토리와 테마는 그대로 남깁니다. 그러나 여분의 부분은 잘라내어, 아왕과 아카네마루의 대립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스트레이트하게, 두 사람의 삶의 방식을 그립니다. 목적은 불교관이 아니고, 불상을 조각함으로써 나타나는, 아왕의 음과 아카네마루의 양을 그리고 싶습니다. 그들 2명을 합쳐서 한 사람이 되는, 그런 구조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원작에서 아왕은 고승 료벤에 의해 깨달음을 얻지만, 영화에서는 깨달음을 얻지 못하는 사람의 고뇌를 그려보고 싶다 생각합니다. 오히려, 사랑하는 소녀 하야메를 베는 것을 통해 아왕은 초월해 갑니다. 원작을 깊이 읽어 나가면, 아왕은 일본에서 유래한 '귀신'으로 보이거든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아왕은 '귀신'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 갑니다. 아카네마루 쪽은 비교적 현대적인 성격입니다. 예술가로서 명성을 원하는, 상승 지향의 소유자. 하지만 고야 같은 화가나 모차르트 같은 음악가도 그랬던 것처럼, 스폰서를 붙여야 이루어지는 예술도 있거든요. 들판에서 비로소 힘을 발휘하는 아왕과의 대비, 그리고 그것을 내려다보는 존재로서, 불새를 설정했습니다. 인간의 행실을 지켜보는 불새=신으로 했습니다."

 

 이 영화의 중심이 되는 아왕과 아카네마루의 대결, 2명의 불상을 조각하는 조용한 투쟁을 통해, 인간의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에 다가간다. 한편, 아왕과 아카네마루를 뒤에서 지지하는 소녀들이 있다. 하야메와 부치 2명이다. 그녀들에 대해, 린 감독은 명확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모양이다. 

 

 "하야메는, 아왕에게 도움을 받은 무당벌레의 화신. 아왕에게 은혜를 갚으려는 기특한 소녀입니다. 부치는 야인이며, 자유로운 여자아이. 명예욕에 쌓인 아카네마루의 마음을 달래는 일을 합니다. 등장하는 방법도 성격도 다르지만, 이 2명은 묘하게 미스테리어스입니다. 나는, 그녀들은 어떤 의미에서 불새의 화신이 아닌가? 불새가 시킨 요정이 아닌가? 라고 생각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그리지 않겠지만, 보는 사람의 이미지에 맡겨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화면을 지탱하는 작화에는 어떤 주의가 얽혀 있는 것일까?

 

 "캐릭터는 별로 건드리지 않습니다. 데즈카 선생님의 캐릭터에 최대한 충실하게. 하지만, 선생님의 캐릭터는 그대로 애니메이션으로 하면 평면화되어 버립니다. 작화감독인 사카이군에 의해 영상으로서 깊이 있는 그림으로 되었습니다. 그림자를 붙이는 방법이나, 색을 붙이는 방법으로, 그 부분은 해소할 수 있어요. 데즈카 캐릭터는 '오래됐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좀처럼 낡아지지 않아요. 오랜 팬과 새로운 세대의 지지를 동시에 받고 싶네요"

 

 현재, 미타카의 자택에서 아사가야의 매드하우스까지 자전거 통근하고 있는, 린 감독. 파워풀한 영상에 기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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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1986년... 린 타로 감독이 한창 시절 작품이네요.

한국은 표절 로봇 애니들 찍어내던 시기..
귀한 글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은 다시 이런 작품 보기 힘들어요

22:07
2일 전
golgo
데자키 오사무 감독이나 린 타로 감독이나 아날로그 시절이 아니면 보기 힘든 엄청난 연출들을 많이 보여줬죠
22:13
2일 전
profile image
중복걸리려나
투과광 연출 같은 아날로그 기법들 보면 되게 반가워요.^^
22:18
2일 전
profile image 2등
사랑의 코스모스편을 아주어릴때 티비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주인공 남자를 돌봐주는 여성형 안드로이드 로봇
22:53
2일 전
profile image 3등
좋은글 감사합니다

린 타로 감독에게 받은 싸인 있어요!
22:58
2일 전
profile image
저 애니를 먼저 접하고 나중에 원작을 읽었더니 예상보다 이야기가 더 풍부해서 놀랐었죠.
게다가 애니에서 엄청 띄워준 아카네마루가 별로 돋보이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가오우가 주인공이었던(...)
'연재와 동시에 대히트'는 좀 과장된 표현인데 여명편 연재중에 COM이 망해서 딴 잡지로 이적한뒤 서서히 인기를 얻었던지라
오오토모 카츠히로를 의식한건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후기 에피소드인 태양편에서 주인공 괴롭히는 신흥종교의 교주 이름이 오오토모로 나오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8:19
1일 전
잠본이
불새는 애니들이 다들 내용 측면에서 원작의 볼륨을 감당 못한 느낌이 있죠
18:34
1일 전
profile image
중복걸리려나
그래도 카도카와발 ova들은 특출난 감독들이 특정요소를 강조하여 걸작을 빚어내기라도 했는데
나중에 나온 TV판은 정말 아쉬운 점이 많아서 ㅠㅜ
18:49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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