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 by me (1986) 소년들의 성장영화 걸작. 스포일러 있음.
1980년대 (당시로서는 현대) 어느 소설가가 신문에서 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는다. 어느 변호사가 술집에서 싸움을 말리다가 칼에 찔려 죽었다는 기사다. 그는 회상에 잠긴다. 30년 전 어느 여름 며칠 간 자기에게 일어났던 사건을 회상한다. 그 여름의 며칠간이 그의 삶을 바꿨다. 그리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영화 본편이 시작된다. (영화 전체에 노스탤지어가 가득하다.)
미국 어느 시골마을에 사는 네 소년은 늘 붙어사는 친구들이다.
미신과 편협함과 낡은 사고방식들이 지배하는 작은 시골마을 - 이 소년들은 자기들이 그런 마을에 사는 줄도 모른다.
더 큰 곳에 가 본 적 없으니까. 소년들은 나름대로 자기들을 괴롭히고 억압하는 고통들을 갖고 있었다.
주인공 소년 고디는 친형을 얼마 전에 잃었다. 고디의 친형은 미식축구선수로 이름을 날리던 유명인이었다. 고디의 부모는 넋이 나가서 둘째 아들 고디에게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 고디에게는, 부모가 "왜 네가 안 죽고 형이 죽었니?"하고 비난하는 것처럼 들린다. 고디는 왜 내가 안 죽었을까 하고 괴로워한다. 고디에게는 한가지 재능이 있다. 이야기를 잘 만들어낸다. 그는 나중에 소설가로 성공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이 작은 마을에서 그의 재능은 그냥 말주변이 좋은 것 정도로밖에 평가받지 못한다.
크리스는 아버지가 동네에서 내놓은 인간쓰레기다. 동네사람들은 대놓고 어른 크리스에게 "너도 그렇게 될 거다. 피가 어디 가겠냐?"고 조롱한다. 물건이 사라지면, '크리스가 가져갔을 거야'하고 일단 생각한다. 크리스는 어른스럽고 용감하고 사려깊다. 하지만, 동네사람들은 크리스를 아버지와 마찬가지의 예비범죄자로 취급한다. 아무리 침착 어른스러운 크리스라고 하더라도 마을의 이 왕따에는 괴로워한다.
2차대전 참전용사인 아버지를 존경하는 테디는 군인이 되길 희망하지만, 눈이 몹시 나쁘다. 가정환경은 아주 안 좋다. 그는 굉장히 막 나가는 성격을 가진 괴짜다. 비행청소년과 정상소년의 경계에서 아슬아슬 왔다갔다 하는 소년이다. 마을 기준으로 어릿광대 루저다.
뚱뚱한 소년 번은 모든 것이 둔하다. 먹는 것만 좋아한다. 이 마을 소년들은 번을 멍청이로 취급하고 내두른다.
이렇게 서로 엄청나게 다른 소년들이 서로 죽고 못사는 친구가 되어 늘 붙어 산다. 각자 자기들을 괴롭히는 것들을 끌어안고 말이다. 각각 자기들을 괴롭히는 것들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 지 모르면서 말이다. 이 작은 마을에서는 그런것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다.
이 소년들에게 어느날 큰 사건이 벌어진다. 아, 객관적으로 큰 사건이라는 말이 아니라, 이 시골마을 소년들에게 큰 사건이라는 말이다. 마을에서 숲으로 산딸기 따러 갔다가 행방불명된 소년의 시체를 누군가 어디서 보았다고 한다. 기차에 치여 죽었다는 것이다. 소년들은 눈이 반짝 뜨인다. 이 시체를 발견하여 맨먼저 신고하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겠다. 아무것도 생기지 않는 이 마을에서 언제 또 발생할 지 모르는 큰 사건이다. (미국 어느 마을에서는, 마을이 만들어진 이래 가장 큰 사건이 몇 킬로미터 밖에서 어느 유명영화배우가 기차 타고 지나갔던 것이라 한다. 영화 속 이 마을도 비슷하리라.)
소년들은 짐을 꾸려서, 찾아가는 데 며칠 걸리는 그곳을 찾아간다. 뭐, 험준하고 외지고 그런 데가 아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며칠 동안 기차길 건너 들판을 건너 늪을 지나 작은 숲으로 가면 된다. 하지만, 소년들에게는 엄청난 모험이다. 자기들이 계속 살아온 이 작은 마을에서 벗어나 며칠을 함께 보낸다는 것만으로 큰 모험이다.
소년들은, 지금까지 그들을 꽈악 붙잡고 놓지않아 왔던 마을에서 며칠간 벗어나 자유롭게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소년들은 며칠 동안의 이 모험을 통해서 크게 성장하게 된다. 이 과정이 아주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다.
이 영화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사람과 재미 없다고 느낄 사람들은 극명하게 갈릴 것이다. 소년들이 겪는 모험이라야 기찻길을 지나가다가 기차에 치일 뻔하기, 허리까지 오는 늪을 건너다가 거머리떼에게 물리기, 사나운 개가 으르렁거리는 어느 할아버지집을 몰래 관통해 지나가기 등이다. 영화는 소년들의 시점에서, 이 사건들이 굉장히 흥미진진한 모험으로 그린다. 만일 관객이 이 사건들 속에서, 소년들과 함께 모험을 발견할 수 있다면, 이 영화가 재미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들이 애들 놀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영화는 애들이 며칠 간 야외에 나가서 캠핑하는 내용이라서 재미 없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재미있다고 느끼든 아니든, 모든 관객들은 하나의 사실에 동의할 것이다 - 이 영화는 아주 잘 만든 영화다.
영화가 소년들의 수준에서 아주 자연스럽고 흥미진진하고 발랄하게 만들어져 있다. 어른이 '소년들은 이렇게 행동할 거야'하고 상상해서 만든 것같지 않다. 원작이 스토리텔링의 대가 스티븐 킹의 중편소설이다. 이야기 전개가 아주 자연스럽게 술술 풀려나와 이어진다. 자연스러움이라는 것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다.
소년들은 서로서로 자기들의 고민을 이야기한다. 폐쇄적인 마을에서 벗어나 제로 베이스에서 자기들 고민을 털어놓고 친구들과 거기 대해서 이야기한다. 주변에 사람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들판 한가운데에서 달리 무엇을 하겠는가?
고디는, 부모님이 자기가 형 대신 죽었으면 하고 바란다는 이야기를 하며 운다. 친구들은 부모님이 그럴 리 없다며 위로한다. 그리고, 고디에게, 그가 이야기를 지어내는 능력은 굉장히 큰 능력이라고 말해준다. 고디는 그런 생각 안 해봤다.
왕따당하고 괴로워하는 크리스는 자기가 진짜 아버지같은 사람일까 봐 두려워한다. 마을사람들은 너도 그렇게 될 거라고 크리스에게 가스라이팅한다. 원래 침착하고 어른스러웠던 크리스는 평소에는 이런 고통을 내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들판 한가운데에서 친구들과만 있게되자, 그는 자기 고통과 공포를 내비치며 운다. 친구들은, "네가 어떤 사람인지 우리가 안다. 너는 네 아버지와 다르다"하고 말해준다.
이 여행은 이제 막 성숙을 향해 첫걸음 내딛는 소년들이, 자기 고통과 공포의 근원을 향해 똑바로 직면하고 걸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이 영화가 가장 성공한 부분도 이것 같다. 시체를 찾아 소년들이 떠나는 물리적인 여행 그리고 성숙과 자기 발견이라는 것을 향해 나아가는 정신적인 여행 - 두개를 하나로 겹치게 만든다. 이 여행은 정신적인 것이자 동시에 물리적인 것이기도 하다. 둘은 이 영화 속에서 하나다.
작가 스티븐 킹이 자기 자신을 투영하였을 고디 캐릭터는 굉장히 자연스럽고 진정성 있게 그려졌다. 자기 자신 이야기니까.
소년들은 시체를 발견하는 데 성공하지만, 동네 어른 불량배들이 나타나 소년들을 위협한다. 시체를 발견해서 유명인이 되자 하고 생각했던 것은 소년들만이 아니었다. 불량배들은 시체를 신고하는 것이 목적이지, 애들한테 관심 없다. 애들을 쫓아내기 위해 그냥 위협을 한다. 테디와 번은, 고디와 크리스를 남겨두고 도망쳐 버린다. 하지만, 크리스와 고디는 남아서 불량배들과 싸운다. 넷이 그렇게 죽고 못사는 친구였지만, 이런 위기가 닥치자, 진짜 친구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나뉜다. 고디와 크리스는 불량배들과 싸워서 그들을 내쫓는다. 고디와 크리스는 여기서 확인한다. 상대방이, 세상 그 무슨 일이 닥쳐도, 자기 곁에 남아 함께 있어 줄 친구라는 것을.
그리고 그들은 마을로 돌아온다. 겨우 며칠만에 돌아오는 마을이었지만, 소년들은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다. 마을이 웬일인지 작아 보이는 것이었다. 소년들이 그 며칠 새 성장한 것이었다. 고디와 크리스는 이후에도 친한 친구들로 남지만, 테디와 번은 이후 점점 더 멀어져서 남이나 다름없이 된다. 고디는 소설가가 되고, 크리스는 변호사가 되어 뿔뿔이 흩어졌지만, 각각 서로가 진실한 친구라는 것을 잊어 본 적 없었다. 둘 다 평생 친한 사람들을 만들었지만, 30년 전 여름 그 숲에서 함께 했던 친구는 더 이상 만날 수 없었다.
영화가 노스탤지어 가득가득하고 화면이 동화적이다. 소년들의 이야기가 소년들 눈높이에서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생동감 있게 그려내는 주제는 결코 아동틱하지 않다. 굉장히 성숙하고 깊은 주제다. 관객들은 이 소년들의 이야기를 따라나가다가, 이 이야기가 "바로 우리에 대한 이야기"라고 느낀다.
크리스역을 맡은 리버 피닉스는 호아킨 피닉스의 형이다. 그는 20대에 죽었는데, 그가 살아있었으면, 키아누 리브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다. 리버 피닉스가 죽으면서 그가 하기로 했던 영화들을 키아누 리브스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나눠갖고 각각 스타가 되었으니까. 키아누 리브스의 외모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력을 모두 갖춘 배우였다. 이 영화만 보아도 그의 어마무시한 연기력을 볼 수 있다.
추천인 8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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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원작 각색을 정말 잘 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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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 노래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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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입니다.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가 비행청소년 다뤘다는 이유로 당시 국내 정식 개봉이 안된 것 같더라고요.
리버 피닉스 회고전할 때 봐둘 걸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