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10
  • 쓰기
  • 검색

The Last Concert (1976) 신파조 멜로드라마의 모범적인 예.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8573 4 10

images (1).jpg

yYM7PbZRvKuMIxoQJtaNUqG1U5G.jpg

images.jpg

 

신파조 멜로드라마의 대히트작이다.

리차드라는 중년피아니스트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었지만, 손을 다친다. 

더 안 좋은 것이, 그는 손을 다치면서 우울증과 좌절감에 빠진다. 

모델이 라흐마니노프였다고 하는데, 과연 라흐마니노프도 신경쇠약에 우울증에 빠져 음악활동을 하지 못한

적이 있다. 

그는 프랑스 어느 시골을 혼자 떠돈다. 이것이 이 영화의 시작이다. 우울하면서도 낭만적인 풍경과 

그 속을 헤메다니는 중년의 피아니스트. 몽 생 미셸에서 찍은 화면인데, 참 낭만적이다.

촉촉히 젖은 색감의 프랑스 시골마을을 헤메다니는 남자와 소녀 - 이들은 어느 

한적한 버스정류장에서 만난다.  

MV5BZjUzYjI2ZGItN2M5Yi00MTA1LWEzZTAtMzhkMDA3NDk0ZTEwXkEyXkFqcGdeQXVyOTc5MDI5NjE@._V1_.jpg

MV5BZmIwZDQxMWQtYmEyYy00MWMxLTgxNDAtZGZiMDdhZGFjYjI1XkEyXkFqcGdeQXVyMjUyNDk2ODc@._V1_.jpg

 

영화가 대놓고 신파조에다가 센티멘털하다.

하지만 싼 티가 난다기보다 클래식음악풍의 음악이 흐르면서 

촉촉히 젖은 유채색의 비감이 흐른다. 

이 영화가 성공한 것은, 톡 톡 튀는 대사와 살아움직이는 캐릭터들 덕분이다. 

손이 망가진 피아니스트가 혼자 프랑스 시골을 떠돌며 좌절 속에 푹 빠져 있다. 

사실 누군가 의지할 사람을 속으로는 바라면서도, 겉으로는 사람들을 밀쳐낸다.

늘 무겁고 우울하고 혼자 고독한 중년 사나이.  

그런데, 오월의 나뭇잎같은 청순한 소녀 스텔라가 다가온다.

상당히 발랄하면서도 청순하게 스텔라를 잡아냈다.

영화 제목이 스텔라이니까, 그녀를 중심으로 영화가 돌아간다.  

images (2).jpg

청순하고 밝고 티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백혈병 말기로 3개월 정도 남은 시한부인생이다. 

거기에다가, 가족을 버리고 애인과 도망간 아버지, 이미 돌아가신 어머니 - 누구한테 기댈 데도 없다.

파리에 산다는 아버지를 찾아 이탈리아에서 여기까지 왔지만, 

새로운 가족과 너무도 행복하게 지내는 아버지를 먼 발치에서 보고 그냥 발길을 돌린다. 

자기가 있을 자리는 거기 없다.

어디 멈추어설 자리가 한뼘도 없는 소녀는 여기저기 방황해 다닐 수밖에 없다.

죽는 것도 이미 절망스러운데, 어디 한 곳 멈추어서지 못하고 낯선 이국에서 방황하며 죽음을 기다린다.   

절망적인 상황이란 상황은 다 직면한 소녀는, 겉으로는 밝지만 속으로는 자기 삶의 의미를 찾아다니고 있다. 

이제 막 피어오르려는 소녀가, 벌써 인생을 정리하면서, 자기 삶의 의미를 찾아다니는 것이 

슬프다. 

죽음이 두려운 단계는 이미 지났고, 남은 것은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최고로 끌어올리는 것이 남은 목적이다.  

그러다가, 붙잡은 것이 리처드다. 

 

스텔라는 자기 남은 삶을 리처드를 재기시켜 훌륭한 음악을 만들게 하는 것에 바친다.

스텔라가 리처드에게 괜히 다가온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절박한 스텔라가 자기 삶의 의미를 찾아 그에게 

매달리러 온 것이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리처드가 스텔라를 그저 밀쳐낸다. 

MV5BZmU1ZDEwOWMtNWRhMS00Yzg3LWFhOTYtNmM5MmFmOWNhZDhhXkEyXkFqcGdeQXVyOTc5MDI5NjE@._V1_.jpg

둘이 옥신각신하다가 서로 사랑에 빠지는 장면이 아름답게 그려진다. 둘은 같은 방향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리처드는, 스텔라를 죽은 뒤에도 남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스텔라에게 바치는 음악을 작곡한다.

그들은 다투었다가 만났다가 한다. 하지만, 둘은 안다. 그들의 인생행로는 결국 하나로 합쳐지게 되어있다.

가난한 그들은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악전고투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리처드는 작곡을 하면서 그녀의 모습과 영혼을 하나 하나 음표 안에 아로새겨넣는 데 행복을 느낀다. 

스텔라는 그런 리처드를 도와서 그가 예술의 절정에 오르도록 돕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 

그냥 만났다가 헤어지는 수많은 사랑들과 달리, 그들의 사랑은 밀도가 높고 간절하다. 

그들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다.

 

리처드는 스텔라를 위한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콘서트를 잡는다. 

그리고, 오케스트라와 함께 피아노 콘체르토를 연주한다. 아주 길게 연주되는 아름다운 음악 속에 

리처드는 스텔라에 대한 모든 것을 녹여넣는다. 그녀의 모습, 그녀의 영혼, 함께 지냈던 모든 순간들을. 

죽어가는 스텔라는 이 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 마지막 힘을 낸다. 그런 그녀를 보며 주변사람들은 눈물을 흘리지만,

스텔라는 희미하게 행복의 미소를 짓는다.  

리처드는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그녀가 눈앞에서 죽어가는 것을 본다. 다른 모든것, 다른 모든사람들이 

사라진다. 둘은 영혼으로 마지막 대화를 한다. 

이 음악을 통해서, 둘은 최후의 순간에 절정에 이르렀다. 

스텔라가 죽고 나자, 스텔라는 리처드의 음악 속에서만 음악으로 존재하게 된다. 

리처드는 음악을 그치고 싶지 않다. 

MV5BOGNkMjIyOGQtYjYwYS00MjNkLTk1ZmQtZjBkZGIwN2JlMmQ0XkEyXkFqcGdeQXVyOTc5MDI5NjE@._V1_.jpg

그리고, 그 음악이 멈추지 않고 잔잔하게 울려퍼지는 속에서, 리처드는 처음의 그 파리 시골마을을 혼자 

걸어다닌다. 지금은 절망 속에서가 아니다.

그는 스텔라의 모습을 찾아, 그녀와 함께 다녔던 곳들을 추억 속에 잠겨 걸어간다. 

눈부신 햇빛이 그의 어깨 위에 조용히 얹힌다.

 

이 영화가 성공적인 이유는, 

일단 음악이 너무 아름답다. 

그리고, 스텔라역을 맡은 여배우가 너무 아름답게 그려졌다. 

그녀의 얼마 안 남은 인생행로를 따라가다 보면, 

석달 남은 자기 인생 동안, 자기 인생의 의미를 찾아 발버둥치는 모습이 참 간절하면서도 

안타깝다. 그리고, 아름답다. 

그러나, 죽어서도 리처드의 애절하고 아름다운 음악으로 남았으니......

둘이 옥신각신하면서 사랑에 가까와지는 과정이 잘 톡 톡 튀게 묘사되었고, 

무엇보다도 그들의 심리의 결이 아주 섬세하게 묘사되었다. 

스텔라가 죽어가면서, 

리처드의 피아노소리를 통해 서로 대화하는 모습은 아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4

  • Sonatine
    Sonatine
  • 카란
    카란
  • 타미노커
    타미노커
  • golgo
    golgo

댓글 10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백혈병에 대한 이상한 낭만을 심어준 영화로 알고 있습니다.;;

알고보니 일본에서 엄청 히트쳐서 한국까지 넘어온 거더라고요.

 

 

 

11:36
24.07.02.
BillEvans 작성자
golgo
그런 일화가 있었군요. 영화 내에서 백혈병은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데요.
11:42
24.07.02.
profile image 2등
오래 전에 티비에서 봤다가 엄청 울었던 영화네요. 그리고 아직도 귓가에 그 아름답던 선율과 마지막 부분이 머리 속에 남아있을 정도로 가슴 울리는 영화였습니다. ㅠ ㅠ
11:41
24.07.02.
BillEvans 작성자
타미노커
심금을 울리는 장면이죠. 사랑하는 여자가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피아노연주를 계속하는 남자의 모습이 참 애절하죠.
11:46
24.07.02.
profile image 3등

오래돼서 잘 생각 안나는데 스텔라는 자기가 죽을 운명인거 모르지 않나요? 여튼 스텔라를 위하여는 넘 아름다운 음악이었습니다.

12:40
24.07.02.
BillEvans 작성자
로봇비타
맨처음에 의사가 리처드에게, 저 아가씨는 몸의 이런 이런 부위가 아파서 왔는데, 검사해 보니 예상했던 대로 백혈병이다 하는 식으로 이야기합니다. 스텔라는 백혈병 말기이니 몸이 안 아플 리 없을 것입니다. 의사가 백혈병일 수도 있다 그러니 검사해 보자 하고 스텔라에게 이야기했겠죠. 스텔라는 자기가 백혈병 검사를 한 것을 알고 있겠죠. 스텔라는 검사결과를 듣는 대신, 병원을 도망쳐 나갑니다. 아마, 결과를 짐작해서 그런 것 아닐까요?
16:31
24.07.02.
profile image
쓰신 글만 봐도 장면이 보이는 듯 하네요ㅠㅠ
18:40
24.07.02.
BillEvans 작성자
카란
이정도까지 만들면 신파조라고 하더라도 훌륭한 멜로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21:22
24.07.02.
BillEvans 작성자
Sonatine
정석대로 만든 영화이지만, 아주 잘 만든 영화죠.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려고 만든 영화입니다. 그리고, 의도한 대로 잘 만들었구요. 이정도 영화라면, 신파조라고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12:36
24.07.06.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HOT Bakeneko: A Vengeful Spirit (1968) 범작이지만 군데군데 ... BillEvans 2시간 전00:10 155
HOT 송중기 <보고타> 넷플릭스 영화 글로벌 1위입니다. 7 하이데 하이데 2시간 전00:23 637
HOT 2025년 2월 5일 국내 박스오피스 golgo golgo 2시간 전00:00 619
HOT ’쥬라기월드 리버스 공식 뉴스틸들 NeoSun NeoSun 3시간 전23:07 470
HOT <9월 5일: 위험한 특종>을 보고 나서 (스포 O, 추천) ... 3 톰행크스 톰행크스 3시간 전23:34 244
HOT <부탁 하나만 들어줘2> 첫 포스터 공개 1 뚠뚠는개미 4시간 전22:53 679
HOT 쥬라기 월드 리버스 티저 한글자막!! 4 zdmoon 4시간 전22:11 859
HOT ‘쥬라기월드 리버스’ 첫 트레일러, 포스터 5 NeoSun NeoSun 4시간 전22:01 998
HOT 아이유 콘서트 보러 왔어요 (태국) 9 라라랜더 라라랜더 6시간 전20:04 828
HOT "故 서희원(구준엽 아내) 고별식 없다" 동생 서... 4 손별이 손별이 6시간 전20:23 1727
HOT 새로 오픈한 용스엑에서 <위키드> 관람했습니다. 일단... 2 선우 선우 5시간 전21:04 520
HOT 'Presence'에 대한 단상 5 네버랜드 네버랜드 7시간 전19:41 474
HOT 영화 브로큰 이게 뭔가요 5 블루레이 7시간 전19:36 2428
HOT 오늘 개봉 '9월 5일: 위험한 특종' 로튼 리뷰 3 golgo golgo 9시간 전17:27 832
HOT 박훈정 감독의 [슬픈 열대] 스틸 공개 8 시작 시작 8시간 전18:45 2775
HOT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개봉 당시 스기이 기사부로 ... 4 중복걸리려나 13시간 전13:23 547
HOT 9월5일: 위험한 특종 - 리뷰 6 소설가 소설가 10시간 전16:22 677
HOT 권력과 인간의 민낯 <브루탈리스트> 2 마이네임 마이네임 8시간 전18:15 887
HOT 영화<당탐1900>에서 주윤발 영어 연기 4 손별이 손별이 8시간 전18:06 605
HOT 중국애니메이션 <나타지마동요해> 개봉 8일만에 관객... 8 손별이 손별이 8시간 전17:57 597
1165703
normal
그레이트박 그레이트박 1시간 전01:03 148
1165702
image
하이데 하이데 2시간 전00:23 637
1165701
image
hera7067 hera7067 2시간 전00:22 305
1165700
image
hera7067 hera7067 2시간 전00:20 150
1165699
image
hera7067 hera7067 2시간 전00:16 178
1165698
image
hera7067 hera7067 2시간 전00:15 203
1165697
image
hera7067 hera7067 2시간 전00:14 239
1165696
image
BillEvans 2시간 전00:10 155
1165695
image
golgo golgo 2시간 전00:00 619
1165694
image
스콜세지 스콜세지 2시간 전23:56 124
1165693
image
hera7067 hera7067 3시간 전23:49 127
1165692
image
hera7067 hera7067 3시간 전23:46 186
1165691
image
hera7067 hera7067 3시간 전23:44 176
1165690
image
톰행크스 톰행크스 3시간 전23:34 244
1165689
normal
기다리는자 3시간 전23:21 241
1165688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23:07 470
1165687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3시간 전23:05 320
1165686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23:00 360
1165685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22:55 485
1165684
image
뚠뚠는개미 4시간 전22:53 679
1165683
normal
그레이트박 그레이트박 4시간 전22:49 327
1165682
normal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4시간 전22:30 327
1165681
normal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4시간 전22:26 247
1165680
normal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4시간 전22:19 889
1165679
image
zdmoon 4시간 전22:13 323
1165678
normal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4시간 전22:12 366
1165677
image
카란 카란 4시간 전22:12 500
1165676
image
zdmoon 4시간 전22:11 859
1165675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4시간 전22:09 497
1165674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22:08 563
1165673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22:01 998
1165672
normal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5시간 전21:31 179
1165671
normal
라인하르트012 5시간 전21:19 407
1165670
image
선우 선우 5시간 전21:04 520
1165669
normal
RandyCunningham RandyCunningham 6시간 전20:49 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