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mbie 2 (1979) 루치오 풀치의 악명높은 영화. 스포일러 있음.
역겨운 장면 주의하십시오.
마리오 바바/다리오 아르젠토/루치오 풀치를 이탈리아호러영화의 3대장이라고 부른다는데,
터무니없는 소리다. 마리오 바바와 다리오 아르젠토는 거장급의 감독들이지만,
루치오 풀치는 남기남감독급이다. 영화를 그만큼 못 만든다.
하지만, 그가 호러영화의 거장(?)급으로 지금까지 기억되는 이유는,
"이렇게까지 해야겠냐?"하는 소리가 나올 만큼 지저분하고 혐오스럽고 날 것 그대로의 공포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 영화 좀비2는 루치오 풀치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역겨운 특수효과들로 가득하다.
구더기를 얼굴에 얹고 다니는 좀비, 뾰족한 나무조각으로 눈알을 조져 버리기, 머리를 수박처럼 총으로 터뜨려버리기 등, 보는 사람들의 위장을 메스껍게 만드는 특수효과들을 영화 안에 가득 넣었다.
당시 유행하던 좀비영화와는 차원을 달리 한다.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엄청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다른 좀비영화들은 잘 만든 영화들이었지만,
이 영화는 진짜 실제상황을 보는 것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얼굴에 페인트를 칠한 조지 로메로감독의 좀비는 무섭기는 하지만, 누구도 실제상황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좀비들을 보라.
이런 장면이 무려 1970년대에 나왔다고 생각해 보라. 이것은 센세이션 정도가 아니다. 지금 보면 어설픈 특수효과티가 보이지만, 당시에 보아서는 놀랄만큼 사실적이었을 것이다. CG가 아니라서 더욱 실감나게 보인다. 하지만, 이 영화의 성공은 오히려 독이 되었을 것 같다. 그 이후로, 루치오 풀치는 더럽고 역겨운 특수효과들을 셀링 포인트로 해서 영화르 계속 만들게 된다. 영화의 완성도는 그다지 눈여겨 볼 것이 못된다. (하지만, 그의 영화 "비욘드"만큼은 걸작으로 인정을 안 할 수 없다.)
스토리는 루치오 풀치의 영화가 다 그렇듯 엄청 간단하다. 열대의 섬 병원에서 일하는 아버지가 소식두절이 되자,
그 딸은 아버지를 찾아 요트를 타고 섬으로 간다. 그런데, 그 섬에는, 죽은 자가 좀비가 되어 부활하는 이상한 병이 돌고 있었다. 스토리가 간단한 이유는, 현란한 특수효과들을 보여주려면 스토리는 간단하게 특수효과와 특수효과를 연결시켜주는 역할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사실 복잡하고 정교한 스토리를 영화 안에서 발전시키려고 해도, 루치오 풀치의 감독으로서의 역량이 그럴 만한 레벨이 아니다.
하지만 이것은 장담한다. 이 영화를 보면,
조지 로메로의 영화나 다리오 아르젠토의 영화 그 어느것보다도 더 속이 메스껍고 기분이 더러울 것이다.
다른 그 어떤 영화들보다도 더 역겹고 더럽고 실감 나는 좀비다.
그런 좀비들이 배회하는 그 속을 내가 돌아다닌다는 상상만 해도,
내 몸에 구더기가 백마리는 붙어 돌아다니는 근지러운 느낌이 든다.
그리고, 다른 좀비영화에서는 등장한 바 없는 창의적인 장면이 하나 등장한다. 바로, 바다에 빠진 좀비와 백상아리의 대결이다. 좀비는 인간을 물어뜯듯이 백상아리를 뜯어먹는다. 무섭다기보다 B급 쌈마이 정서가 물씬 풍긴다. 하지만, 유치한 장면이라서 이 영화에서 뺐었으면 좋았을 것을......하는 생각은 안든다. B급쌈마이 느낌이 드는 이 영화에 잘 어울리는, 관객들의 흥을 돋구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간신히 도망쳐 요트로 섬을 탈출한 주인공들은 이미 좀비에게 물려 있었고, 그들이 탄 요트는 미국으로 흘러들어온다. 그리고, 좀비들이 퍼져서 뉴욕을 점령한다. 배드엔딩이다.
진짜 시체사진을 볼 때 그 끔찍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좀비영화를 찾는다면, 이 영화룰 추천한다. 세련되지 않은 쌈마이느낌이 나는 영화라서, 오히려 더 실감난다. 무미건조하게 세련된 영화보다는 낫다. 그런 영화들은 많이 있고, 지금 와서는 아무도 기억을 안한다. 하지만, 루치오 풀치의 영화들은 힘이 있다. 역동적이고 실감나는 특수효과들이 영화에 강렬함을 부여한다.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다. 루치오 풀치는 영화 안에 암울한 페시미즘과 절망을 부여할 줄 안다.
단순히 역겨운 장면을 보여주면서 "자, 무섭지?"하는 것이 아니라, 암울하고 절망적인 출구 없는 감정을 영화 안에서 한껏 자아낸 다음, 그 위에 역겨운 특수효과들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 특수효과들이 그런 강렬한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 상승작용의 극한치가 바로 그의 종말론적인 영화 "비욘드"다. 이 영화 좀비2에서도, 떼거지로 밀려드는 좀비들 앞에서, 그것도 좁은 열대의 섬 안에서, 꿈도 희망도 없는 폐소공포증적 분위기가 아주 강렬하다. 이 영화 좀비2에서, 영화주인공들은 두가지 선택지밖에 없다. 비참하게 살해당하거나, 비참하게 살해당해서 좀비가 되거나 둘 중 하나다.
루치오 풀치는 진짜 혼신의 힘을 다해서 그가 보여줄 수 있는 호러의 세계를 추구한 사람이다. 진짜 장인이다.
결함이 많은 영화들을 만들었지만, 동시에 그 영화들에는 루치오 풀치의 개성이 강렬하게 드러난다. (특수효과를 빼면 영화가 스토리도 부실하고 재미도 없다. 대부분의 영화들에서 말이다. 좀비2 그리고 비욘드정도가 예외다.)
그의 생명이 다할 때쯤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루치오 풀치 본인이 "사람들이 내 영화를 이렇게까지 좋아해줄 줄은 몰랐다"하면서 엄청 감격했다고 한다. 그는 이럴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다.)
** 이 영화 제목이 좀비2인 이유는, 다리오 아르젠토감독이 조지 로메로감독의 시체들의 새벽을 "좀비"라는 제목으로 이탈리아에서 개봉해서 엄청난 히트를 쳤기 때문이다. 루치오 풀치는 영화 "좀비"의 성공을 이용하려고, 상관도 없는 자기영화를 마치 속편인양 좀비2라고 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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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시절에는 CGI도 없었는데 엄청난 기술과 노력이 들어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