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한국영화사 최고의 연기
바로 오발탄에서 김진규의 걸음걸이 연기입니다.
육이오 전쟁 이후 가난하고 절망적이던 시대. 주인공 김진규는 아무리 해도 나아지지 않는 형편에
절망에 빠집니다.
피난민이던 그는,
늘 고향으로 가자 가자 하고 외치는 치매 걸린 노모,
만삭의 몸이지만 가난해서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아내,
가난이 싫어서 범죄를 저지르다가 감옥에 간 동생,
모든 사람이 그에게 짐을 지웁니다.
그는 그 시대의 괴로움을 대변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성실한 사람이라서, 경리로 일하면서 한 푼 한 푼 벌어서
가족을 먹여 살립니다. 자기는 충치 때문에 늘 고통을 받아도
치과에 갈 돈이 없어 그냥 참습니다.
하지만 결국 만삭의 아내는 죽고
동생은 감옥에 가고
김진규조차도 무너지고 맙니다. 그는 밤거리를 흐느적 흐느적 절망에 빠져 걷습니다.
유현목감독은 아예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김진규의 걸음걸이 연기에 맡깁니다.
김진규는 그 걸음걸이연기를 통해 시대의 아픔과 절망을 담아야 합니다.
단순한 걸음걸이연기를 통해 개인의 아픔, 시대의 아픔, 절망같은 것을 다 담아야 하는데,
난이도가 높아도 엄청 높습니다. 김진규는 이것을 훌륭하게 해냅니다.
오발탄이 걸작이 된 이유는, 시대의 아픔과 암울함을 걸음걸이 연기 하나로
훌륭하게 표현해낸 김진규의 대배우로서의 역량에 달려 있습니다.
한국영화사 최고의 연기는 바로
영화 오발탄의 클라이맥스에서 흐느적거리면서 방향을 못잡고 비틀비틀하는
김진규의 걸음걸이 연기라고 생각합니다.
아내이자 여배우인 김보애가 연기를 하기 위해 술을 마시고 술김에 연기를 하자
화가 나서 꾸짖었다고 합니다. 연기력으로 승부를 해야지 연기력 외에 다른 것에 의존했다고요.
그는 소품을 사용하는 것조차 싫어했다고 합니다. 배우는 순수하게 연기력만으로 모든것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하네요. 그의 연기의 진수가 바로 이 걸음걸이 연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추천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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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랄.. 어쩌다가 오발탄 같은 손님을 태웠어. 자기 갈 길도 잊어버린..."
이것이 한 시대를 보다 더 입체적으로 광범위하게 그려내는 효과를 낳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