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의 가면 (1960) 마리오 바바의 데뷔작. 그의 최고 걸작. 스포일러 있음.
이탈리아 최초의 호러영화를 만드는 데 마리오 바바도 함께 했다.
그런데, 감독이 아니라 촬영기사로 말이다. 그는 원래 촬영기사 출신이다.
거기에서 능력을 인정 받아, 자기가 감독해서 영화를 만들 기회가 주어졌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 바로
유명한 사탄의 가면이다. 커리어 내내 걸작들을 만들어낸 그이지만, 그의 최고걸작하면
데뷔작에서 집중력을 발휘하여 온 에너지를 쏟아부어 만든 이 영화 - 사탄의 가면이다.
당시 미국에서도 개봉되어 큰 충격을 주고, 이탈리아호러영화가 미국에 자리잡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안에 칼날이 잔뜩 박힌 사탄의 가면을 마녀의 얼굴에 씌우고 기골장대한 남자가 망치로 그 가면을 내리치는 장면은,
엄청난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시체와 키스하는 장면을 클로즈업해서 마치 관객들이 시체의 벌려진 입술로 키스하듯 다가가는 장면도, 관객들은 역겨워했을 것이다. 마치 내가 강제로 시체와 키스하라고 끌려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여주인공역을 맡은 바바라 스틸이 미인이었기에, 시체의 입술이 아름답다고 느낀 순간, 나는 강제로 네크로필리아가 되는 것이다. 이 정도 금기는 마리오 바바의 나중 영화들에 비하면 점잖은 것이다.
반누드같은 것은 애교다.
팀 버튼이 어릴 적 보았던 영화로 아주 인상 깊게 꼽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그런가 하면, 마녀가 젊은 얼굴에서 늙은 얼굴로 변하는 과정을 아주 실감 나게 표현하거나
피가 흘러 떨어지자 마녀의 해골 안으로부터 살점이 몽글몽글 솟아오르더니 부활하는 장면 등은
어떻게 이런 효과가 가능했냐 놀라움을 주었다. 특수효과에서도 놀라움을 주었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마치 고전파화가들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화면들은 이 영화를 아주 클래시컬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만들었다.
젊은 마리오 바바는 이 영화에서 아주 아이디어가 넘친다.
이 영화는 이 모든 파격적인 것에도 불구하고 고전적이다. 원래 이 영화의 원작은 고골리의 "비이"다.
미국영화의 족보 없는 마녀가 아니라, 19세기 고전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이후 마리오 바바의 영화들처럼,
파격적인 내용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굉장히 고전적이다. 그래서,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금기고 뭐고 막 나가지만,
영화는 안정적이고 19세기 문화에 바탕을 둔 고전적인 깊이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것이 다리오 아르젠토 등 후대호라영화감독과 다른 점이다.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마녀 아사는 악마숭배의식을 하다가 오빠에게 들켜서 처형 당한다.
억울하게 당한 사람이 아니라, 진짜 사악한 마녀다. 오빠는 부활을 못하게 사탄의 가면을 씌워서
납골당에 안치한다. 그리고 그녀의 추종자인 기사도 함께 사탄의 가면을 씌워 땅에 묻는다.
수백년이 흐른 다음, 크루바얀과 안드레이라는 두 의사가 폐허가 된 납골당을 지나다가 실수로
마녀 아사를 부활시킨다. 아사는 자기를 부활시킬 겸 오빠의 후손들에게 복수도 할 겸,
그 성의 성주 가족을 죽이려 한다. 성주의 딸 카티아는 안드레이와 사랑에 빠진다.
안드레이는 아사를 저지하고 카티아를 지켜내야 한다.
꽤 무섭다. 특수효과로 무서운 것이 아니라, 카메라웍으로 공포를 자아낸다. 크루바얀이 아사가 잠들어 있는
납골당으로 걸어들어가는 장면과 아사가 부활하는 장면 (해골의 눈구멍 안으로부터 살점이 몰랑몰랑 솟아나 그 속을 채우는 장면) 꽤 무섭다. 영화 맨처음 아사의 얼굴에 사탄의 가면을 씌우는 장면도 충격적이고
에너지가 가득찬 격렬한 장면이다.
그런가 하면, 개를 데리고 온 카티아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장면 또한 유명하다. 바바라 스틸의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이런 숨막히는 장면들, 이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아사와 카티아 1인 2역을 한 바바라 스틸은 역대 최고 호러퀸이다. 아름답기도 하지만,
마리오 바바 및 이탈리아 호러영화의 걸작들에서 주연을 한 덕이 크다.
아주 고전적이고 유려한 카메라웍 (마리오 바바는 촬영기사 출신이라서 이것이 그의 장점이다)
그리고 금기를 어긴 충격적이면서도 우아하고 고전적이다. 이미지는 화려하고 회화적이지만
그 안에는 불안정함과 공포가 내재되어 있다. 아이디어가 넘쳐나서 영화가 아이디어와 창의성으로
꽉 차 있다.
미국에서는 B급 호러영화로 간주되어 싼 값에 수입되어 상영되었지만, 전혀 B급이 아니다.
이탈리아 호러영화의 걸작이자, 이탈리아 호러영화의 예술성을 만천하에 알린 중요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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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신 분들 강제로 보라고 앉혀 놓고 싶어요 ㅎㅎ
매번 좋은 영화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