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호러] 환자를 골로 보내는 명의 - 닥터 기글
닥터 기글 (1992)
환자를 골로 보내는 명의
<닥터 기글>을 처음 봤을 때의 이유가 생각납니다.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은 샘 레이미 감독의 <다크맨>에서 악당인 로버트 G. 듀란트를 인상적으로 연기한 래리 드레이크를 보기 위해서였는데요. 배우의 큰 덩치와 악역 캐릭터에 최적화된 강렬한 외모 탓에, 난도질 영화에서 살인마 연기는 어떨까? 라는 호기심이 크게 작용했었죠. 결과는? 볼만한 영화였지만, 기대만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영화를 다시 보면서 처음보다 훨씬 재미있고, 애정이 가는 영화라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무차별 난도질 영화답게 이야기의 시작부터 피범벅입니다. 괴상한 웃음소리를 내는 닥터 기글이 정신병원에서 학살극을 벌입니다. 그리곤 유유히 병원을 빠져나가 지금은 폐허로 방치된 어린 시절의 집으로 돌아가게 되죠. 과거 마을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한 아버지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닥터 기글>은 80년대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온 전형적인 난도질 스타일의 영화입니다. 미친 사이코 살인마가 등장하고, 마을을 공포로 몰아가며 대량의 무자비한 살인극을 벌이는 익숙한 이야기죠. 그리고 덤으로 우린 마을엔 과거 무서운 의사가 있었단 말이야... 아이들이 들으면 오싹해할만한 동화 같은 이야기도 닥터 기글의 사연에 맞춰 끼워 넣습니다. 재미있는 건 <닥터 기글>은 1992년에 나온 영화인데, 하나에서 열까지 스타일은 80년대에 머물러 있다는 점입니다. 개봉 당시 흥행이 신통치 않았던 것도 그런 이유가 작용되었을 수도 있겠죠. 어쩌면 그보다 10년 전에 만들었다면 적어도 두서너 편의 속편을 포함한 시리즈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여하튼 <닥터 기글>은 과거의 스타일을 밀어붙이면서, 세 가지의 눈에 띄는 장점을 보여줍니다. 첫 번째는 래리 드레이크가 연기한 미치광이 살인마 '닥터 기글'입니다. 그의 연기는 훌륭합니다. 거의 무표정 같지만, 환자를 대할 때 미묘하게 변하는 표정과 종종 썩소를 날리며 독특한 웃음소리를 낼 때 매력이 폭발합니다. 두 번째는 닥터 기글이 사람을 죽일 때 사용하는 다양한 의료기구들입니다.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기구들이 거꾸로 환자들에게 고통과 공포를 주면서 죽음을 선사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도 닥터 기글이 가지고 있군요. 살인을 하기 전이나 후에 툭툭 내뱉는 의료 행위나 의사 관련 유머인데, 이 한 줄짜리 대사의 웃음 타율이 굉장히 좋습니다.
<닥터 기글>은 다른 무엇보다 캐릭터가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래리 드레이크의 광기 서린 악역 연기는 어떨 땐 영화보다 더 좋은 결과물이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 영화를 좋아하는 팬들이 후속작이 없는 걸 아쉬워하는 가장 큰 이유도 캐릭터 때문이죠. 화면을 가득 채우는 닥터 기글의 큰 몸집과 괴상한 웃음소리를 다시 보고 듣고 싶은 탓입니다. 그리고 의료 행위와 결합되어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바디 카운트의 수위도 적절하기 때문에 시각적인 즐거움도 있습니다. 특히 닥터 기글이 어린 시절에 어딘가 숨어있다 탈출하는 장면의 비주얼은 꽤 쇼킹합니다.
<닥터 기글>은 80년대의 명작 난도질 영화들과 비교될 수준의 작품은 아닙니다. 하지만 가끔씩 영화의 장면이나 닥터 기글의 섬뜩한 웃음소리를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지곤 합니다. 90년대에 나온 호러 영화로서 80년대 정서로 가득 채워진 덕분에, 이색적이며 특별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다크맨
추천인 5
댓글 7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이상하게 이런 영화들 보면 의사들이 무서워 보이는 ^^ 미친 치과의사 (더 덴티스트 2) 가 나오는 영화도 있고 이 영화도 무척 잔인하고 악당 연기가 참 좋았던 영화였습니다... 리메이크 소식은 없겠죠 ㅎㅎ
매주 엄선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저 배우는 얼굴 자체가 호러라고 종종 느껴진다는 ㅋㅋ
다크맨 덕분에 얼굴만 보면 샘 레이미와 그영화가 떠오릅니다.
어디서 볼 수 있나 또 찾아보러 갑니다. 골로 보내는 닥터라 ㅋㅋ
캐릭터는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아쉽게도 모든 OTT를 뒤져도 이 영화는 현재 볼 수 있는 곳이 없네요... - -;
기글의 웃음소리....어후..아직 생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