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의 역사 스압있는 간단 정리 (스포X)
저는 자칭으로만 007 시리즈 마니아입니다. 완전 골수팬에 비하면 부족한 면은 있는데 팬이라고 해도 될 만큼 많이 판 편입니다. 배경엔 개인적인 추억이 있는데 그 얘길 하려는 건 아니고요. 이 글은 007시리즈의 역사를 아주 짧게 정리해볼까 합니다. <노 타임 투 다이> 보시기 전에 내년이면 60주년이 되는 장수 시리즈 역사를 그냥 살짝 알아간다고 보시면 돼요.
그리고 혹시나 제 글을 읽고 시리즈에 파실 예정인 분들을 위해 최대한 중요한 포인트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워낙 역사가 오래된 시리즈이고 저도 한번 정리하고 싶어서 써보는 것이니 긴 분량이지만 가볍게 읽어보세요. 제임스 본드 마니아분들에겐 너무 가벼워서 별로일 글일 겁니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피어스 브로스넌의 007 시리즈가 비교적 무난하게 마무리가 되고 비교적 박수 칠 때 떠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가운데 7대 007을 선정하는데 있어서 이야기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당시에도 아프리칸계 이야기가 없진 않았고, 휴 잭맨 같은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이 언급되기도 했었죠. 예전엔 영국계만 원했는데 영연방 출신 배우들 한테까지 스펙트럼을 넓힌 거예요. 기존 제임스 본드 캐릭터처럼 전형적 바람둥이 같은 느끼함을 가진 배우들이 주요 후보였는데 최근 다니엘 크레이그 후임으로 거론되는 배우들도 역시나 그런 이미지 위주로 거론되는 거 보면 제임스 본드의 이미지란 게 쉬 바뀌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당시 다니엘 크레이그가 됐을 땐 제작진에게 엄청난 비난과 말이 들어갑니다. 보통 <카지노 로얄>이 개봉하고 나서 그 평가가 바뀌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은 <카지노 로얄>도 올드 제임스 본드 팬들은 썩 좋아하는 작품이 아니었어요.
사실 <본 아이덴티티>와 스타일적 유사성이 강해 기존 007시리즈와 이질감이 있다는 것이었는데, 제임스 본드 치고 많이 다치고 격렬한 액션에서 당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줍니다. 사실 제임스 본드 배우들이 바뀔 때마다 작품이 리부트가 들어가곤 했는데,(예외도 있지만 구작들을 언급하는 자리가 아니니 넘기겠습니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작품 컨셉은 이전까진 베테랑 첩보요원이었던 제임스 본드의 초보 요원 시절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니엘 크레이그 시리즈가 제임스 본드 오리진을 다루고 있는 시리즈라고 보시면 돼요. 보드카와 마티니 칵테일을 시키면서 왜 젓지 말라고 말하게 되었는지, 펠릭스와의 첫 공조, 자신을 도와주는 여성을 100프로 신뢰하지 않는 경계하는 이유 같은 게 잘 그려져 있어요. 이런 성장하고 있는 제임스 본드를 그린 전반적으로 매력적인 구성은 기존 007시리즈 팬들에게도 호감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기존 팬들만 알 수 있는 구작들의 오마주도 많이 나와요. 그런 면이 굉장히 크게 드러난 게 <스카이 폴>이었는데 저는 첫 관람 때 제임스 본드 캐릭터의 너무 개인사를 다룬 작품이라 대중성이 없을까 봐 걱정이었는데, 많은 분들이 다니엘 크레이그 제임스 본드 중 최고의 작품으로 꼽는 분들이 많아 안심하기도 했었어요.
<스펙터> 중 모니카 벨루치
하지만...
여전히 여성 캐릭터를 눈요기용과 제임스 본드의 도구로 쓰이고 버려집니다. 사실 이런 건 초창기 작품부터 이어져오던 것이고 이언 플레밍 원작이 그런 식이었다고 하지만 사실 원작대로 만들어진 작품도 별로 없다곤 해도 조금은 바뀌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소설을 보진 못했지만 대부분 작품의 네이밍만 빌려온 게 태반이었다고 하고 그나마도 이젠 네이밍도 다 써서 새롭게 붙여지고 있었고요.
<위기일발>에서 Q에게 007 가젯을 건네받고 있습니다. 이 장면이 없으면 섭섭할 정도로 시그니처한 씬입니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영향력
사실 첩보 영화로는 거의 빵점에 가까운 시리즈입니다. 하지만 숀 코네리 시절은 첩보물이긴 했습니다. 요샌 명칭을 그렇게 쓰지도 않는 젊은 분들의 아버지 세대 분들께 서류 가방 하드케이스를 뭐라고 불렀냐고 물어보면 백이면 백 007가방이라고 불렀을 겁니다. 그게 007 위기일발 (From Russia with Love 1963) 때 서류 가방 속에 칼을 숨겨두고 악당과의 격투 때 무기가 없어서 고전하는 가운데 가방에 숨겨둔 무기로 이기게 되는데요. 이걸 최초의 제임스 본드 가젯으로 부르더군요. 서류 가방에 무기를 숨겨둔 게 왜 가젯이 되는지는 궁금하시면 찾아보세요. 저도 저 작품이 그래서 꽤 뇌리에 남아있고 많은 마니아들의 머리에도 각인되어있는지 From-With가 들어가는 스피아 영화나 드라마 제목은 다 저 제목을 패로디 한 거라고 보시면 될 정도에요. 그 외에도 007 시리즈의 원제목을 보시면 제목을 현대 작품에서 오마주한 경우가 상당히 많아요. 또 James Bond Will Return이 엔드크레딧 끝에 문구로 들어가는데요. 제가 알기로 이것도 007 시리즈에서 처음 시도한 걸로 알고 있어요. 요새 마블이 크레딧 끝에 넣곤 하죠. 하지만 쿠키 영상 없이 그냥 엔드 크레딧 끝에 저 글귀가 하나 들어가는 거라 일일이 쿠키 영상을 기다리느라 고생하실 필요는 없고요. 이런 것들이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즐겨본 세대들이 자신의 작품에 경의를 바치는 것이죠.
그 외의 <골드핑거>의 온몸에 금칠을 한 시체는 90~2000년대 영화잡지나 웹사이트에서 선정하는 각종 죽음 베스트 10에서 빠지지 않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고요. 로저 무어 제임스 본드 이후의 작품만 보신 세대는 첩보영화를 빙자한 액션 블록버스터로 알고 있지만 숀 코네리 시절만 해도 첩보영화긴 했고요. 그마저도 점점 대형 블록버스터가 되어가긴 합니다.
<썬더볼> 같은 경우는 악당 최후의 기지가 당시 영화 제작 규모를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의 규모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스펙터>의 그곳과 비슷하죠.
<두번 산다>에 나오는 브로펠트입니다. <오스틴 파워>를 좋아하시는 분들껜 반가운 비주얼이지만 진지한 악역입니다. 다니엘 크레이그 작품이 올드팬이나 오래된 작품부터 봐온 팬들에게 헌정되고 있는 부분들이 이런 것들입니다. 숀 코네리 시절은 따로 언급하지 않고 이 정도만 이야기하겠습니다. 따로 소개하기 애매하기도 하고 제가 지금 미디어를 안 가지고 있어서 리뷰하기가 어렵네요. (영화사 바뀔 때마다 박스 셋이 바뀌어서 블루레이는 소장하고 있지 않습니다.)
로저 무어의 제임스 본드
중장년의 나이대가 007을 봤다면 다 이 시리즈고 할리우드 영화가 본격적으로 세계화되면서 인기를 끈 시리즈가 007 시리즈이고 대형 액션물이 됩니다. 로저 무어는 본인이 자기 관리를 잘하시기도 했지만 007이미지가 본인의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덮어버린 대표적인 케이스인데 그걸 즐기신 배우기도 하고 미담이 꽤 많은 배우여서 안심해도 좋아해도 되는 배우가 됐습니다. 특히 007 가젯이라고 해서 자동차, 펜으로 된 무기, 특수 기능을 가진 시계가 등장하게 돼서 제임스 본드하면 차와 시계를 빼놓지 못하게 되었지요.
유명한 수중 자동차입니다.
다니엘 크레이그때 오메가가 콜라보와 홍보를 많이 해서 그런데 사실 007 시계는 롤렉스와 세이코가 이미지를 많이 차지합니다.
최근 <블랙 위도우>에서 나타샤가 혼자 관람하던 영화로 나온 문레이커입니다. 그 유명한 빌런인 ‘죠스’가 나오고 스카이다이빙 장면이나 우주 정거장 장면 등 <스타워즈>의 엄청난 흥행 덕에 급작스럽게 제작된 작품 치곤 상당한 스케일과 오락성 때문에 로저 무어 작품 중 하나만 본다면 이걸 보라고 할 만큼 추천할 만한 작품 중에 하나입니다.
그 외에도 오프닝의 주제가도 이전 시리즈에도 있었지만 로저 무어의 첫 007 데뷔작인 'Live and Let DIe’는 폴 매카트니가 맡아서 사실 이 작품을 본 사람보다 이 노래를 들어본 사람이 많을 정도로 대 히트를 기록합니다. 당대의 유명한 가수들이 주제가에 참가하게 돼서 제임스 본드 오프닝을 맡은 가수가 누구냐에 따라서 당시에 대세였던 가수가 누구였는지 유추해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구작에 참여한 가수만 언급하면 루이 암스트롱, 듀란듀란, 티나 터너, 마돈나 등이 있고 저는 ‘Live and Let Die’를 최고로 쳤었는데 아델의 ‘Skyfall’은 아델 노래 중에서도 좋아하는 노래에 들어가기 때문에 언급 안 하기 힘드네요.
빌런 배우도 유명한 배우들이 많았는데 '황금총을 든 사나이'의 크리스토퍼 리도 한몫합니다. '황금총을 든 사나이'란 영화는 잘 몰라도 보통 태국 푸켓의 007 촬영지로 아직도 소개되는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어요.
비공식 007
imdb로 <카지노 로얄>을 검색하다 보면 67년도 작품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숀 코네리의 83년작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이란 작품이 있고요. 둘 다 이온 스튜디오랑 상관없는 작품이라 일종의 번외 작품으로 분류되고 있고요. 복잡한 사연이 있는데 할리우드에서 복잡한 사연이란 저작권 문제지요. 개봉 당시에는 007을 붙였었지만 지금은 그 명칭을 쓰진 못하고 작품은 나와있습니다.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은 생각보다 꽤 볼만한 작품이긴 한데 제작 연도도를 생각해도 그렇고 숀 코네리 팬이 아니면 조금은 보기 힘드실 겁니다. 67년도 <카지노 로얄>은 우디 알렌이 나오기도 해서 종종 이야기가 되지만 저도 본 적이 없습니다만 평이 무척 안 좋은 걸로 봐선 아마 완성도가 낮으리라 봅니다.
007이 인기 없는 우리나라
명확한 줄거리와 개연성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관객 특성상 007 시리즈는 조금 인기가 없긴 합니다. 사실 다니엘 크레이그 전의 007은 수십 발의 총알을 가벼운 몸놀림으로 피해 가고 슈트에서 먼지를 툭툭 털며 일어나는 무적의 특수요원 이미지가 있어요. 가는 곳마다 여성을 유혹하고 볼일 다 보면 미련 없이 떠나버리기도 하고요. 007 가젯은 작품을 좀 유치하게 만드는 면이 있고요.
왼쪽은 <언리미티드>에서 재현한 비키니 등장신입니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해변에서 걸어나오는 장면도 오른쪽의 우슬라 안드레스의 그 씬을 오마주했다고 알려져있죠.
Dr No.의 우슬라 안드레스 지금 기준뿐 아니고 예전부터도 이해를 못했는데 굉장히 섹시한 신으로 많이 언급되는 우슬라 안드레스의 비키니 씬입니다. 60년대였으니 그땐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제가 한참 영화지를 보던 시절에도 많이 언급됐었습니다.
사실 제가 어린 시절 추억이 있다고 했는데 바람둥이에 헐벗은 여자들이 잔뜩 나올 거 같은 이미지의 작품이지만 대형 예산이 들어간 할리우드 작품답게 등급이 높아선 안되기 때문에 딱히 야한 영화였던 적이 없습니다. 노출이라고 해봐야 비키니와 키스 이후의 다음날 아침으로 변해있는 정도입니다. 이건 최근까지 이어져 있기 때문에 사실상 가족들이 보기 좋은 남성향 액션 영화인 거죠. 그래서 지금 인기 없는 건 애들이 선택지는 많고 남자 성인이 보기엔 좀 유치하고, 여자 성인이 보기에 가슴 털이 수북한 느끼한 중년 아저씨가 주인공이 작품이 대부분이었던 게 크다고 봐요. 다니엘 크레이그가 느끼한 이미지가 없어서 근래 여성팬 유입도 좀 된 편이거고요.
그리고 007 어나더데이(Die Another Day)로 민심을 잃은 탓도 큽니다. 당시에 차인표가 대본을 보고 캐스팅을 거절했다고 해서 상당히 대서특필 됐었는데요. 유학파 배우여서 영어가 잘 되는 면과 우리나라에서 인기 배우란 면이 커서 캐스팅 콜이 왔었다고 하는데요. 사실 영화가 개봉 전까지는 이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대작의 캐스팅을 거절했다고 해서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이었지만 영화가 개봉하고 나서 빌런 국가로 나오는 북한과 잠깐 나오는 우리나라의 묘사가 무척 안 좋게 되어있어서 상당히 비난을 받았어요. 그래서 한동안 차인표가 애국 개념 배우가 되기도 했지요. 특별히 비하인드 썰을 푸신 적이 없어서 실제로는 어땠는지는 알 수가 없긴 합니다. 사실 저 영화 때문에 이 시리즈가 우리나라 영화팬들에게 비호감으로 찍히기도 했어요.
그래서 벌써 거의 20년이 된 일이긴 한데 피어스 브로스넌 출연작 홍보 때 대표작에 007이 빠져있는 거 보면 아직까지 그때 여론을 의식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차세대 007은..
저는 이런 거 꽤 못 맞추는 편입니다. 일단 주요 프로듀서 바바라 브로콜리가 여성 제임스 본드는 없다고 못을 박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코로나가 주춤할 때 개봉하긴 했으나 개봉 지연으로 인한 손해가 너무 커서 이미 손실이 결정된 거나 다름없는 작품이 되어 버렸어요. 사실 유행을 선도하기보단 유행을 따라가는 편이기도 해서 차기 작품엔 존윅 스타일 액션이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되고요.
이미 다니엘 크레이그 시리즈를 통해 오리진을 한번 다뤘기 때문에 덜 바람둥이지만 조금 더 노련해진 첩보요원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들기도 하고요. 항상 중년 느낌 나는 배우들을 썼는데 조금은 청년 느낌 나는 배우가 나오면 어떨까 하는 기대도 해보네요.
<노 타임 투 다이> 보기 전에 전편을 봐야하나요?
결론적으로 이번 <노 타임 투 다이>는 전편을 다 보고 가시는 걸 권합니다. 기본적으로 다니엘 크레이그 시리즈는 다 이어져있어요. <카지노 로얄>의 결말과 <퀀텀 솔러스>가 이어지고 있었고, <스펙터>에는 <카지노 로얄>부터 이어져오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인물관계는 <스카이 폴>에서 변혁이 일어나기도 하고요. 그리고 다니엘 크레이그 시리즈가 유독 전편에 나왔던 이야기를 다시 짚어주지 않고 관객이 ‘다 알고 있지?’ 전제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이미 봤던 사람도 봐야 할지도 모를 겁니다. 코로나 때문에 굉장히 많이 밀려서 다니엘 크레이그도 마지막인데 프리미어 행사도 제대로 못하고 끝나서 많이 아쉬울 거 같네요. 그래도 영화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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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봤습니다.
어나더데이는 한국 사람이 보면 엉터리 한국말에, 엉터리 북한군 캐릭터 연기 때문에 단점이 유달리 보이죠.^^
본드걸 역할들이 딱딱 정해져 있는 게 007 시리즈 전통이지만, 변화도 있는 거 같아요. 일단 한국 한정인지 몰라도 최신 보도자료에 본드걸이란 표현을 안 쓰더라고요.
007은 피어스 브로스넌 배우님과 다니엘 크레이그 배우님 시리즈들만 봤습니다 !~! .
007은 작품마다 새로운 재미들이 있어서 좋습니다 !~! .
🙂
(마지막 단락에 노타임투다이가 노타임노다이로 오타가 하나 있네요 ^^;;)
그나저나 다니엘 크레이그를 오래 봐서인지 웬만한 배우는 007이 되기엔 너무 선한 인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ㅋㅋ
스크랩해서 두고두고 읽어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