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메어>(1984) 리뷰
<나이트메어>(1984)가 레전드 호러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난 안 봤다. 스스로 레알 호러 마니아라 떠들고 다녔음에도 이 정도의 작품을 의도적으로 오랫동안 회피한 사실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사실 그 이유가 있다. 우선 난 2000년대 이전 보다 이후의 공포영화를 즐겨 보는 편이다. 거기에다 <나이트메어>의 프레디 크루거는 <13일의 금요일>의 제이슨 부히스, <사탄의 인형>의 처키처럼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유명 호러 캐릭터기 때문에 영화를 보지 않았음에도 이미 본 거 같고 내용도 다 알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 때문에 미루고 미뤘다.
그리고 드디어 감상했다. 레전드는 레전드로다!
티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흉측한 괴물에 쫓기는 악몽에 시달린다. 어느 날 엄마가 외출하고 집이 비자 또 악몽에 시달릴까 두려워 친구인 낸시와 글렌, 로드를 불러서 잠을 자게 된다. 하지만 이날도 여지없이 꿈에 괴물이 나타나고 괴물의 공격이 현실로 나타나 침대에서 끔찍하게 살해당하고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남자친구 로드는 살인 용의자로 체포당한다. 사실 낸시도 똑같은 악몽을 꾸고 괴물로부터 공격을 당하지만 아무도 그녀를 믿지 않는다.
우선 설정이 좋다. 꿈에서만 보이고 현실에서는 보이지 않는 존재. 꿈속에서 공격을 받으면 그 상처는 현실에 나타나지만 상처를 입힌 그 대상은 현실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설정이 좋다. 결국 잠이 들지 않아야 프레디를 피할 수 있는 것인데 인간이라는 것이 아무리 노력해도 잠에 안 들 수는 없고 결국 깔때기처럼 프레디를 만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니 당연히 관객은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는 원리다.
이 설정에 대한 표현력도 좋다. 대표적으로 티나가 벽을 타고 천장으로 끌려 올라가면서 온몸에 상처가 생기고 방이 피로 뒤덮여 난장판이 되는 장면. CG가 아니기에 더욱 날 것으로 느껴지는 공포를 투박하게 전달한다. 이야기 짜임새는 생각보다 좋다. 사건이 발생하는 순서와 타이밍이 영리하고 이야기가 늘어지는 것 없이 빠르게 전개되며 긴장감을 잘 자아낸다.
영화 초반, 파란빛이 뒤덮인 조용한 골목에서 긴 손톱 칼을 찰랑거리며 화상 입은 흉측한 얼굴 위로 살인 미소를 띤 채 "내가 신이다."라는 대사와 함께 프레디 크루거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다. 이미지로만 알고 있었던 레전드 호러 캐릭터를 그 기원이 된 오리지널 작품에서 직접 마주할 때 느껴지는 감동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글렌이 침대에서 죽을 때 피가 역류하는 장면 등 수없이 패러디 된 영화 속 유명 장면의 원본을 직접 만나는 즐거움 또한 있다.
확실히 클래식 호러는 현대 호러를 감상하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 요소가 있다. 우선 현대 호러에서는 더 이상 차용하지 않는 촌스러운 고어 표현력이 오히려 신선하고 재미있게 다가온다. 왜냐면 더 이상 볼 수 없으니까. 유명 배우의 초기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다. <나이트메어>에서는 죠니 댑이 여자친구 낸시에게 1도 도움이 안 되는 남자 글렌으로 나온다. 그리고 전설적 장면에서 희생당한다. 린 샤예도 선생님으로 잠깐 등장한다. 그녀의 젊을 때 모습은 지금과 거의 차이가 없다. 마치 노인 얼굴 어플 페이스앱 돌린 것처럼 똑같다.
거의 40년 전 작품이고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시시할 수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즐길 만하다. 레전드는 레전드고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참고로 <나이트메어>를 연출한 웨스 크레이븐 감독은 <스크린>(1996)으로 또 한 번의 대성공을 이룬다. <나이트메어>와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로 공포 장르 자체가 가진 클리셰를 와장창 깨는 지능적인 공포영화다. 여기에 고스트페이스라는 호러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프레디 크루거, 고스트페이스. 한 감독이 전 세계가 아는 호러 캐릭터를 두 개나 만들어 낸 사례가 또 있을까? 이 감독의 창의성과 실험성은 확실히 비범하다. <나이트메어>를 보면 느낄 수 있다.
추천인 6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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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 크루거는 참 그 캐릭터성도 그렇고 비주얼도 그렇고 희대의 호러 캐릭터인 것 같아요.
1. 다시봐도 모든 호러 영화 시리즈의 얼굴마담이자 마스코트
2. 잭 스페로우가 여기서 나오는군요
배우들도 좋고.. 스릴러로 봐도 완성도 높은 작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