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라 (1998) IMDb 트리비아
오는 5월 15일 리부트되어 새롭게 돌아오는 괴수 영화 <고질라>의 개봉을 앞두고,
1998년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연출했던 <고질라>의 IMDb 트리비아를 번역, 정리해봤습니다.
당시 영화의 원작인 일본의 <고지라> 시리즈를 무시한 설정들과
과장 홍보, 어처구니 없는 스토리 진행으로 혹평 세례를 받았던 영화지만
제작 뒷이야기는 꽤 흥미진진합니다. 재밌게 봐주시길..^^
(참고로 본문에 언급되는 일본의 원작 괴수 영화 시리즈는
'고질라'가 아니라 괴수팬들이 주로 사용하는'고지라'로 표기했습니다)
(http://www.imdb.com/title/tt0120685/trivia?ref_=tt_ql_2)
※ 원래 영화의 각본과 고질라 디자인은 완성된 영화의 결과물과 판이하게 달랐다. 원래 각본에서 고질라는 수천 년간 동면 상태에 있던 파충류형 괴물이었고, 깨어난 뒤에는 '그리폰‘이라 불리는 변신 외계 괴물과 싸운다는 설정이었다. 고질라와 그리폰은 특수효과 전문가인 故 스탠 윈스턴이 디자인했고, 영화의 연출은 얀드봉 감독이 맡기로 했다. 하지만 얀드봉 감독이 제작비 문제로 하차하면서, 롤랜드 에머리히와 각본가 딘 데블린이 새로 고용됐고 스튜디오측이 허락하는 예산에 맞추기 위해 각본을 새로 뜯어고쳤다.
※ 원래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에게 <고질라>의 연출 제안이 갔으나 본인이 거절했고 팀 버튼, 조 존스턴 감독도 한동안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다. 폴 버호벤 감독도 한때 연출을 맡으려다가 하차. 이어서 얀드봉 감독이 참여했지만, 스튜디오가 제시한 것보다 더 큰 제작비(약 1억5천만 달러)를 요구했다가 먹히지 않자 역시 하차했다.
※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각본가 테드 엘리엇과 테리 로시오도 각본 작업에 일부 참여했지만, 롤랜드 에머리히가 연출자로 확정되면서 그들이 쓴 각본은 완전히 폐기됐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과 각본가 딘 데블린
※ 롤랜드 에머리히는 사실 원조 <고지라>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가 연출을 맡은 것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시리즈를 만들 수 있다는 보장을 받았기 때문이다.
※ 롤랜드 에머리히는 1996년 초, 영화를 1억 달러 미만의 제작비로 만든다는 조건 하에 감독으로 고용됐다. 앞서 고용됐다가 하차한 감독들이 요구했던 것보다 저렴한 제작비였다. 헌데 롤랜드 에머리히의 <인디펜던스 데이>(1996)가 상당한 성공을 거두면서, 덕분에 <고질라>의 제작비도 1억3천만 달러까지 오르게 됐다.
※ 고질라를 디자인한 패트릭 타토폴로스에 따르면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디자인에 있어 요구한 사항은 오로지 ‘엄청나게 빨리 달릴 수 있는 것’뿐이었다고 한다.
※ 패트릭 타토폴로스는 고질라를 디자인하면서 여러 파충류들의 요소들을 섞는 한편,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주게끔 만들고자 했다. 타토폴로스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정글북>(1967)에 나오는 호랑이 캐릭터 ‘쉬어 칸’에서 영감을 받아 고질라의 독특한 턱을 만들었고, 외양은 ‘세일핀 리자드’ 도마뱀을 참고했다. 또한 어깨와 팔은 인간에 가깝게 디자인했는데, 이는 원조 고지라의 디자인과 아주 유사한 부분이다.
※ 원조 <고지라> 시리즈의 제작사인 일본의 도호 영화사는 할리우드 리메이크를 허가하는 조건으로 ‘고지라의 정수를 담아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도호측은 <고질라>의 각본과 크리처 디자인을 쉽사리 승인을 해줬다고. 패트릭 타토폴로스가 영화 제작 과정을 담은 책자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도호의 임원들은 그가 작성한 최종 디자인 스케치를 보고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 패트릭 타토폴로스는 영화를 위해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고질라 슈트와 축소 모형도 제작했다. <고질라>의 시각효과를 맡았던 볼커 엥겔은 1998년 인터뷰에서, 영화에 나오는 고질라 장면 중에서 슈트나 기계장치를 이용한 특수효과 장면은 10% 이하였다고 추정했다.
※ 고질라의 몸체 색은 주변에 잘 섞일 수 있도록 뉴욕의 도심 환경에 맞춰서 디자인됐다.
※ 주인공 역할은 각본 단계에서부터 매튜 브로데릭으로 고려되었다. 실제로 브로데릭은 각본을 다 읽기도 전에 출연을 결정했다.
※ 매튜 브로데릭이 연기한 캐릭터 ‘니코 타토폴로스’ 박사의 이름은 고질라를 디자인한 특수효과 담당자 패트릭 타토폴로스의 이름에서 따왔다.
※ 매튜 브로데릭은 TV 인터뷰에서, 하와이 로케 촬영 기간 동안에 모든 배우들이 의상 안에 방수복을 겹쳐 입었다고 밝혔다. 브로데릭은 그 방수옷의 지퍼가 등쪽에 달린 탓에 매일 입고 벗느라 불편했다고 한다. 하루는 그가 동료 배우 행크 아자리아의 방수복 지퍼가 가슴쪽에 달린 것을 보고 의아해서 “당신 옷의 지퍼는 앞에 있네요”라고 말했더니, 아자리아는 “다른 사람들도 다 마찬가진데요”라고 답했다고. 즉, 브로데릭 혼자서 방수복을 매일 거꾸로 입었던 것이다.
※ 영화 세트를 짓는데 약 35톤의 강철이 사용됐다.
※ 고질라가 도시를 걸을 때 (충격으로) 자동차들이 들썩이게 만드는 장치를 20개 만들었다.
※ 떨어지는 파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부드러운 소재로 천 개가 넘는 건축물 조각들을 만들었다.
※ 영화 속에서 비가 내리는 장면을 찍는데 240만 갤런(약 908만 리터)의 물이 사용됐다.
※ LA 콜로세움 경기장에서 촬영할 때, 상당한 양의 무독성 연기를 만들어서 일주일 동안 24시간 내내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 영화 촬영이 진행 중이던 1997년 5월 6일에 토네이도가 미국의 저지시티를 덮쳤다. 촬영 팀은 재난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서 영화에 사용했다.
※ 이 영화의 첫 번째 티저 예고편은 영화가 정식 개봉되기 1년 전부터 공개됐다. 이 예고편은 고질라의 거대한 발이 박물관 지붕을 부수고 티라노사우루스의 뼈를 짓밟는 장면을 담았다. 예고편의 장면들은 완성된 영화에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제작비가 60만 달러나 들었다.
※ 각본가 딘 데블린이 고집한 이 영화의 메인 카피 “크기가 중요하다(Size Does Matter)”는 <쥬라기 공원>(1993)과의 차별성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영화사측의 홍보 담당자들이 그 카피를 가지고 지나치게 과장 홍보를 하는 바람에(예를 들어 “고질라의 발은 버스 크기만 하다”), 사람들의 반발을 사게 됐다. <스타 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1999)의 공식 웹사이트 프로그래머는 <고질라>를 비꼬는 임시 사이트를 개설하고 “스토리가 중요하다”라는 글귀를 넣기도 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위험>이 개봉된 뒤에는 스타 워즈 팬들이 조지 루카스가 특수효과만큼 스토리에 신경을 안 쓴다고 비꼬았다.) 또한 스필버그의 드림웍스사가 제작한 <스몰 솔져>(1998)의 예고편은 커다란 도마뱀이 작은 액션 피규어들에 의해 제압당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라는 카피를 사용했다.
※ 이 영화가 본격 제작에 들어가기 한 달 전에, 일본의 원조 <고지라> 시리즈의 프로듀서 다나카 토모유키가 타계했다. 그를 기리는 메시지가 영화 엔딩 스탭롤에 삽입됐다.
※ 영화 시작 부분의 핵실험 장면 영상은 사실 프랑스가 아닌 미국의 핵실험 영상이다. 태평양 마셜제도의 비키니, 에니위탁 환초에서 대부분의 핵실험이 이루어졌다.
※ 맨해튼에 막 상륙한 고질라가 짓밟은 자동차 안에 타고 있다가 죽는 엑스트라는 ‘G-Fan 매거진’(고질라 팬 매거진)의 편집자 J.D. 리스와 외모가 흡사하다. J.D 리스가 개봉 전에 영화 정보를 누설했기 때문에 그를 (영화 속에서) 처단한 것으로 보인다.
※ 고질라가 맨해튼에 나타나는 장면에 등장하는 경찰관 캐릭터는, <인디펜던스 데이>(1996) 중 교차로 한복판에서 경찰차를 타고 있다가 차를 버리고 도주하는 경찰관과 동일 인물이다(배우가 같음).
※ 1998년 여름에 개봉한 영화들 중 크라이슬러 빌딩의 상층부가 파괴돼 거리로 떨어지는 장면이 나온 두 편 가운데 하나였다. 다른 하나는 <아마겟돈>(1998).
※ 빅터 팰로티(행크 아자리아)가 고질라 영상을 찍기 위해 자동차들의 지붕 위로 달리기 전 장면에서, 그는 고개를 쳐들고 “아, 이런(Aw Jeez)”이라고 말한다. 그 감탄사는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서 행크 아자리아가 성우로서 목소리를 내는 캐릭터 ‘모 시즐랙’의 말버릇이다.
※ 이 영화는 <심슨 가족> 시리즈를 제외하고, 그 어떤 영화보다도 <심슨 가족>의 성우들이 많이 출연한 작품이다. 행크 아자리아(모 시즐랙 성우, 아래 사진), 해리 쉬어러(네드 플랜더스 성우), 낸시 카트라이트(바트 심슨 성우)가 영화 속에 등장했다. <심슨 가족> 제작진은 <고지라> 시리즈의 팬으로서 고지라 캐릭터와 그 울음소리를 애니메이션에 꽤 자주 등장시킨다.
※ 해리 시어러가 연기한 캐릭터 ‘찰스 카이만’의 이름 중 카이만은 남미에 서식하는 악어의 이름에서 따왔다.
※ 매튜 브로데릭이 엘리베이터를 탈 때 나오는 음악은 ‘당케 쉔(Danke Schoen)’. 매튜 브로데릭 주연의 코미디 영화 <페리스의 해방>(1986)에서 브로데릭이 립싱크로 불렀던 노래다.
※ 영화 속 메디슨 스퀘어 가든 장면의 방송국 부스 안에 <인디펜던스 데이>(1996)(<고질라>처럼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영화)에 나온 외계인 모양의 작은 조각상이 보인다.
※ 영화 속에 나오는 ‘이버트’ 시장과 그의 부하 ‘진’은 작고한 명 평론가 로저 이버트와 그의 동료 진 시스켈을 패러디한 캐릭터다. 그 두 사람은 <고질라> 이전의 에머리히 감독과 각본가 딘 데블린의 영화 <스타게이트>(1994), <인디펜던스 데이>(1996)를 혹평한 바 있다. <고질라> 속의 이버트 시장과 진은 모델이 된 실제 인물들의 유명한 제스처 ‘엄지 세우기’, ‘엄지 내리기’를 흉내 내기도 한다. 실제 이버트와 시스켈은 자신들이 진행하는 영화 소개 TV 프로그램에서 <고질라>를 평가하면서 ‘양손 엄지 내리기(최악이란 뜻)’를 했고, 시스켈은 자신들을 패러디한 캐릭터를 등장시킨 것에 대해 “쪼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기왕 우리를 영화 속에 등장시킬 거면 괴물에게 먹히거나 짓밟히게 하지 그랬냐‘며 제작진에게 충고하기도 했다. 이버트와 시스켈은 <고질라>를 1998년 최악의 영화 중 하나로 꼽았다.
로저 이버트(오른쪽)와 진 시스켈(왼쪽)
아래는 영화 속에 패러디된 캐릭터들
※ (고질라를 유인하기 위한) 물고기 더미를 만들기 위해 가짜 물고기 소품을 2천개 이상 만들었다.
※ 고질라에게 생선을 먹이는 장면에 나오는 탱크는 플라스틱과 섬유유리로 그럴싸하게 만든 모형이었고, 거대한 수레에 실어서 움직이게 했다.
※ AH-64 아파치 헬기가 고질라를 추격하는 장면에서 <스타 워즈>와 관련된 대사들이 나온다. (헬기 조종사가 말하는) “여기는 에코 4, 에코 베이스 나와라”는 <스타 워즈: 제국의 역습>(1980)에 나왔던 말이고, (고질라가) “바로 뒤에 붙었어, 떨어트릴 수 없어!”는 <스타 워즈: 새로운 희망>(1977)에서 따온 대사다. 이 대사들은 <스타 워즈>의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마크 해밀)가 했던 말들이다.
※ 영화 후반부 추격전에 사용된 택시의 번호는 ‘MN 44’이다. 이는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과 딘 데블린(각본가가 아닌 배우로서 참여)이 1990년에 찍은 영화 <문 44>(Moon 44)를 뜻한다.
※ 택시를 타고 고질라의 추격을 피하는 장면에서 택시 미터기에 최종 요금이 95.20달러로 찍힌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거리로 환산하면 고질라가 택시를 60마일(약 96km)이나 추격한 것이 된다.
※ 택시 기사들 중 ‘렌 와이즈먼’이란 이름을 가진 캐릭터가 눈에 띈다. 렌 와이즈먼은 당시 <고질라>의 소품팀 보조였고,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영화들에 스탭으로 참여하다가 나중에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인물이다(<언더월드> 시리즈, <다이 하드 4.0> 등을 연출). 또한 ‘스콧 콜린스’라는 이름의 택시 기사도 있는데, 역시 소품팀의 스탭 스콧 에드워드 콜린스의 이름을 딴 캐릭터다.
※ 택시 추격전 장면을 찍는 과정에서 총 16대의 택시가 동원됐다.
※ 이 영화는 1998년 골든라즈베리상 최악의 작품, 최악의 감독, 최악의 각본 등 5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그중 마리아 피틸로(오드리 역)가 최악의 여우조연상을 수상했고, 최악의 리메이크/속편상도 수상했다.
※ 박스오피스 성적이 기대치를 밑돌았지만, 그럼에도 <고질라>는 외국 영화를 리메이크한 미국 영화 중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영화다.
※ 원래는 두 편의 후속작이 더 제작될 계획이었지만, 평가가 안 좋게 나오면서 취소됐다.
※ 이 영화와 스토리가 이어지는 <고질라> 애니메이션 시리즈(1998)가 제작됐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주인공 니코가 고질라의 둥지에서 살아남은 알들을 우연히 발견하는데, 그 알에서 깨어난 고질라 새끼들이 처음 본 닉을 자신들의 부모인 것처럼 인지하게 된다.
※ 1985년부터 1995년까지 일본판 <고지라> 시리즈에서 ‘고지라’를 연기한 사츠마 켄파치로(슈트 액터)는 <고질라> 시사회 관람 중 자리를 박차고 나오면서 “이건 고지라가 아니야. 고지라의 정수가 없어”라고 말했다.
※ 이 영화는 원조 <고지라>의 팬들로부터 극심한 반발을 샀다. 팬들은 원조 고지라와 이 영화를 구분 짓기 위해 G.I.N.O.라는 별칭을 지었다. 그것은 “이름만 고질라(Godzilla in Name Only)”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 이 영화의 괴물 ‘고질라’는 일본판 ‘고지라’ 세계관에도 정식으로 편입되었는데, 일본에선 ‘질라(Zilla)’라고 새로 이름이 지어졌다. 미국인들이 ‘고지라’인줄 착각한 괴물이라는 설정이다.
※ <고질라>의 각본가이자 프로듀서로서 비난을 받았던 딘 데블린은 2011년 인터뷰에서, 제작 중 영화의 예산이 갑자기 늘어나고 규모가 커지면서 프로듀서로서 중압감을 느끼게 됐고, 그로 인해 (평소 때와는 달리) 각본을 제대로 손질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감독의 트레이드마크]
※ 롤랜드 에머리히의 영화들에는 44라는 숫자가 자주 등장한다. 마지막 추격전에 등장하는 택시의 번호가 ‘MN 44’다.
익스트림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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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엄청난 이스터 에그들이 숨어 있었군요.
원래 각본이 폐기된게 아쉽습니다.
이버트와 진 패러디도 흥미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