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회 칸 영화제]에 다녀온 후기 남겨봅니다! (스압)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면 한 번 쯤은 들어보셨을 칸 영화제. 저도 기사로나마 접해보면서 한 번 쯤은 가보고 싶단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제게 잠깐 영국에 거주할 기회가 생기고, 칸 영화제와 날짜가 겹치는 걸 확인하곤 2월에 바로 런던에서 칸으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끊어뒀었습니다. 그렇게 가기로 결정한 날은 5월 20일 토요일이었어요. 비행기를 예매한 후에야 정보를 찾아본 결과, 칸 영화제는 일반 영화제와는 다르게 영화를 인터넷으로 예약하는 것도 아니고, 감독이나 기자나 배우와 같이 영화 관계자만이 뱃지를 얻어 영화 입장이 가능하단 걸 알게 되었습니다. 영화는 볼 수 없겠단 생각에 멘붕이 왔으나 더 찾아보니까 초대를 받지 않아도 볼 수 있는 섹션도 있고, 초대 받지 않은 일반인은 거리에서 티켓을 구걸하여 초청작들의 초대권을 얻어 들어갈 수 있단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3달이 지나고 어느덧 칸 영화제에 가는 날이 다가왔습니다. 두 눈으로 직접 보는 칸 영화제는 어떨까 하는 셀렘 반, 구걸을 시도해도 티켓을 못 구하고 밖을 서성이다 끝날까 하는 두려움 반을 가진 채로 칸 영화제에 도착했죠.
처음 2시간 정도는 지리를 파악하는데 시간을 보냈어요. 주변 상가들의 유리마다 칸 영화제 포스터가 붙여져 있었고, 거리엔 곧 개봉할 다양한 영화의 홍보물들이 구석구석에 위치해 있었어요.
주로 한 호텔 앞에 거대 홍보물이 많던데, 호텔 입구 앞엔 바리케이트가 쳐져 있습니다.
이 주변엔 큰 호텔이 많이 위치해 있는데요. 입구엔 칸영화제 공식 차량이 와서 유명인사들을 픽업해 가곤 했지만 누가 차에 탑승하는지는 잘 안 보이더군요.
호텔에서 점점 앞으로 걸어갈수록 입장이 제한되는 구역이 많아지더군요. 각국의 영화를 안내하는 코너는 오직 뱃지를 가진 이들만이 입장이 가능했습니다. 저는 밖에서 바라만 볼 뿐이었죠... 아마 영화들의 선판매가 여기서 이뤄지는 게 아닐까 하고 추측해 봅니다.
조금 더 걸어가니 레드카펫 현장에 왔습니다! 레드카펫에 처음 도착했던 때는 2시였는데, 레드카펫 행사는 6시 정도에 있었어요.
초청작들이 주로 상영되는 영화관입니다. 메인 구역이라 할 수 있죠. 이 구역의 영화관에 들어가려면 뱃지가 있어야 하며, 보안 검사도 공항처럼 철저히 받아야 합니다.
역시 저는 아직 영화 내공이 부족한가 봅니다. 본 영화관 입구에서 영화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던데 누군지 하나도 못 알아보겠네요ㅜㅜ 혹시 아시는 분 있나요?
본 영화관 옆에 있는 레드 카펫 입구의 정면입니다. 바로 앞에는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꽤나 북적거렸어요.
입장하지 못하는 저는 아쉬움을 뒤로하며, 무료 상영작을 보기 위해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갑니다. 돌아서니 옥자가 보이네요! 저는 토요일에 갔었는데, 옥자는 금요일에 레드카펫 행사와 첫 상영을 하였습니다. 단 하루차이였기 때문에 하루만 더 뒤로 미뤄주지는 하는 아쉬움이 컸어요ㅠㅠ
the Directors’ Fortnight라는 칸 영화제 산하의 부분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아벨 페라라의 'Alive in France'였는데 감독과 배우들이 모여 콘서트를 여는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입니다. 감독 분이 정말 유쾌하셔서 다큐멘터리임에도 정말 재밌게 봤네요.
영화가 끝나고 전 고민에 빠졌습니다. '또 다른 무료 영화를 볼 것인가, 지금부터 티켓 구걸을 하여 초청작을 볼 것인가'였죠. 몇 분 간의 고민 끝에 티켓 구걸을 결심하고 본 이벤트 장소로 다시 향합니다. 이 때가 5시였습니다.
날씨는 기가 막히게 좋았습니다.
가는 길에 지난 번에 못 봤던 불한당의 홍보물이 보이네요.
좀 더 걷다보니 앞쪽엔 6시에 있을 레드카펫을 위한 교통 통제를 시작하여 일부 도로가 봉쇄되었고, 레드카펫을 보려고 모인 사람들로 가득하여 정말 번잡했습니다. 너무 정신 없이 길을 지나가다 보니 북적거리는 사진은 못 찍었네요ㅎㅎ
참신하게 구걸하시는 분들의 사진을 보며, 어떻게 해야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길거리에서 받은 전단지를 활용하기로 하였습니다. 티켓을 요청하는 프랑스어를 이리저리 찾아서 종이에 쓴 후, 풀 대신 왁스를 이용해 잡지 위에 붙여 봤습니다.
저 플랜카드를 들고 그렇게 10분, 20분을 서 있었지만, 티켓을 구할 수 없었어요... '이대로 포기해야 해야하나'라고 생각하던 순간, 제 뒤에 계시던 고마우신 인도 남성분께서 티켓을 건네줬습니다!
이 때 기분은 정말 날아갈 듯이 행복했어요! 야호!
이 때가 6시가 다 되었을 때인데, 7시에 시작하는 영화더군요. 영화 정보를 찾을 틈도 없이 바로 입구를 찾아 나섭니다.
초대장을 주셨던 분께서 상영관 위치도 알려준 덕에 상영관은 쉽게 찾아갈 수 있었어요.
멀리서나마 지켜보던 보안검사장을 직접 지나가게 되다니! 정말 감동의 연속이었습니다. 허나 그 뒤에 큰 벽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이 보안검사장 너머에 많은 상영관이 있어서인지, 각각의 상영관마다 보안 검사장이 또 한 차례 있었는데요. 이 두번째에서 한 여성 요원분께서 '뱃지가 없으면 안 들여보내 준다!' 하고 단호박을 시전하셨습니다...
내가 이 티켓을 어떻게 구했는데!ㅜㅜ
다른 입구가 있나 열심히 찾아봤지만, 한 상영관마다 입구는 하나더군요. 다시 찾아가 애걸복걸하였지만, 돌아온 대답은 'Nope'. 다른 입구에서 만난 요원 분들은 다들 뱃지가 없어도 입장시켜 주려 하던데 어째서 내 입구만이 이렇게 단호박인 걸까요ㅜㅜ
그렇게 절망 속에서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가!
그녀가 갑자기 자리를 뜹니다!!!!
이 때다 싶어 바로 달려갔고, 무사히 통과하게 됩니다!
행복도 잠시...
제가 6시 50분에 들어갔는데, 좌석이 꽉 차 들어가지 못하는 사태에 이릅니다ㅠㅠㅠ(칸 영화제는 선착순으로 입장하는 구조라 영화 시작 한창 전에 가야 한답니다) 이를 악물며 '이렇게 된 이상, 내일은 무조건 빨리 일어나 경쟁부분 작품의 초대장을 얻어서 들어가 보고 말테닷!' 하며 의지를 다졌습니다.
그렇게 돌아서며 나가려는데 뒤의 풍경은 왜 이리도 멋있던지...
그래도 티켓이 없었으면 이 풍경도 못 봤을 거란 생각을 하니 한결 편해지더군요.
그렇게 나가려다가, 입구 옆에 사람들이 꽤나 북적거리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무언가 있을 징조라는 걸 느끼고 몇 분을 기다리고 있으니...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나오더군요! 사람들이 빠르게 그의 이름을 외칩니다. 킌트! 킌트!
옆에 기자로 추정되는 분께서 '여기 좀 봐주세요!'라는 말에 제 쪽을 보셨는데, 인자한 아빠미소를 지으시는 걸 보곤 심쿵하였습니다!!
비록 초청작을 못 봤어도, 클린트 이스트우드까지 보면서 많은 위안을 얻었던 저는 심야에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야외 상영장으로 향합니다.
8시에 시작할 거란 예고와는 달리 9시에 시작하여 정말 오랫동안 기다렸는데요. 여기에선 '토요일 밤의 열기'를 봤어요. 초반부의 호응이 정말 좋더군요! 인트로에 젊은 존 트라볼타가 처음으로 등장했을 땐 콘서트장을 방불케 한 환호였습니다.
다음 날은 오전 7시부터 메인 영화관 앞으로 갔습니다. 전 날에 오전 경쟁부분 상영작은 120BPM인 걸 확인하곤 이번엔 들고 있을 종이에 영화 제목을 써 넣습니다.
레드카펫 시간과 겹쳐 혼란스럽던 어제와는 다르게 정말 한산했습니다. 또한 일반 관광객도 많았던 저녁에 비해, 아침엔 뱃지를 지닌 분들이 주로 거리를 다녔고요. 그렇지만 주변의 구걸 동지들은 비교적 빨리 구하던데, 저는 비교적 늦게 표를 구했어요. 그 이유가 뭐였는가 하면...
바로 제가 오전 경쟁부분 상영작을 잘못 확인했던 겁니다... 일요일 오전엔 120BPM이 아니라 넷플릭스 제작의 '마이어로위츠 스토리'가 상영될 예정이었죠. 제가 잘못 알고 있었단 걸 티켓을 얻고서야 깨달았네요. 그래도 표를 구했다니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전 날에 찍은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의 배너입니다)
그렇게 표 검사를 맡고 레드 카펫을 밟으면서 메인 영화관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상영관에 들어가 봅니다.
스크린이 생각보다 크더군요. 제가 시작 10분 전에 들어가서 좌석은 이미 거의 차 있었고, 저는 앞자리에 앉게 됩니다. 영화 시작 직전이라 영화관 내부는 미처 찍지 못했어요.
영화는 코미디 장르라 가볍게 볼 수 있었어요. 경쟁부분 작품 치곤 조금 밍밍한 느낌도 들었습니다만,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영화를 보고나서 조금 더 돌아다니다 다음 여행을 위해 기차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처음으로 칸 영화제를 방문한 것 치곤 나름 알차게 시간을 보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정말 잊지 못할 순간입니다!
아, 유명인사의 사진이 왜 이리 없냐고 물어보실 수도 있으실 텐데, 제가 미처 알아보지 못해 지나친 적이 많았기 때문입니다ㅠㅠ(칸 영화제에선 영화 배우, 감독이 지나가는 건 아무 것도 아닌지 다들 지나치시더군요. 때문에 저도 그저 지나친 경우도 많을거란 예상도 해봅니다) 영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 급히 길을 걷다 본 '정진영'씨, 사진기를 꺼내기도 전에 픽업 차량에 탑승해 사진을 찍지도 못한 '제시카 차스테인', 후에 몽 생 미셸을 방문한 후 렌에서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멀리서나마 본 '토비 존스' 등 많은 분을 뵈었습니다만, 아무것도 남기진 못했네요... 어떻게든 말이라도 걸어볼 걸하는 아쉬움이 있네요ㅜㅜ
마지막으로 칸 영화제에서 가져온 각종 기념품을 올리며 글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얀마음
추천인 83
댓글 130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꿈의 영화제에 직접 발을 들이다니... 정말 한 동안의 운을 이번 상반기에 전부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어요ㅎㅎ
앙시는 애니메이션 영화제를 하는곳인데 언젠간 가보겠죠? ㅎㅎ
아무래도 올해에 제 운을 많이 뽑아 쓰는 것 같습니다ㅎㅎㅎ
와...칸까지 가시다니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이렇게 많은 부러움을 받아보기는 또 처음이네요ㅎㅎ 재밌게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영화제가 이렇게 통제구역이 많을 줄은 상상도 못했죠... 거리에 다양한 영화제 일간지를 나눠주는 분들로 즐비하여 어떤 걸 받아야 하는지도 고민이 되었습니다ㅎㅎ
구걸은 사실 종이만 들고 가만히 서 있었던 거라 그리 어렵지 않을 거에요! 그런 걱정은 전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