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본 일본영화계의 문제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인터뷰가 괜찮은 게 있길래 날림 번역해봤습니다.
한국 영화계랑 비교해서 일본 영화계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잘 설명해주고 있네요.
일본 영화가 대히트한 해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일본 영화에 대한 위기감”을 갖는 이유.
“이대로는 세계에서 잊혀져버린다.”
겐다이비즈니스
http://zasshi.news.yahoo.co.jp/article?a=20161128-00050258-gendaibiz-bus_all&p=1
“이대로 가면 일본 영화는 정말 끝장나고 만다”
이렇게 강조한 이는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 여러 히트작을 선보이고, 2013년에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제66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다.
올해에는 일본 영화 히트작이 여러 편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영화계에 대해 위기감을 갖게 됐다고. 그 속내는 과연...
갈라파고스화되는 일본 영화
“일본 영화계는 점점 폐쇄적으로 가고 있다. 해외에서 취재를 받을 때. 저는 그렇게 대답하고 있습니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일본 영화는 국내 시장만으로도 투자금을 회수할 수가 있죠. 그래서 제작진에게도 배급회사에도 해외 진출을 하려는 의욕이 없습니다. 도호, 도에이, 쇼치쿠, 가도카와 등 일본의 메이저 영화사들이 특히 그렇습니다.
그러니 국내 관객들에게 먹힐만한 기획으로 특화시키고 있죠. 이런 상황에 큰 위기감을 느낍니다.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 꼭 훌륭하다거나 굉장한 것은 아니지만, 40세 이하의 젊은 영화감독의 이름을 해외에서 듣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이대로는 일본 영화 자체가 세계에서 잊혀져 버리게 됩니다.”
미국, 유럽을 비롯하여 아시아에서도 해외 수입 랭킹에는 할리우드 영화가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일본은 다릅니다.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이 연간 베스트 10에 들어가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죠. 이러한 일본 영화계의 “갈라파고스화”는 독특한 현상입니다.”
그런 와중에, 올해에는 <신 고질라> <너의 이름> 등 일본 영화가 대히트하여, 업계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신 고질라>는 흥행 수입 80억 엔(약834억 원)을 돌파, <너의 이름은>도 184.9억 엔(11월16일 현재 – 약 1,929억 원), 최종적으로는 200억 엔 가까이 벌어들일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신 고질라>는 총감독, 각본을 <에반게리온> 시리즈의 안노 히데아키가, <너의 이름은>은 <언어의 정원>(2013) 등으로 인기가 높은 신카이 마코토가 감독이다. 둘 다 고정팬들을 가진 연출자지만, 이렇게나 대히트를 칠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그 두 작품을 저도 봤습니다. 제 주위에서도 화제가 됐으니까요. 두 편 모두 히트한 이유가 충분히 납득이 됩니다. 특히 <너의 이름은>은 관객에게 먹힐 요소가 잔뜩 있으니까요. (요소가) 좀 지나치게 많다는 생각도 들지만요. 그 작품의 경우만 그런 게 아니라, 여고생과 XXXX라는 소재(스포일러 때문에 가립니다)는 이제 좀 그만 써먹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영화가 히트하는 것이 업계측 입장에선 나쁜 일이 아니다. 고레에다 감독도 후쿠야마 마사하루 주연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32억 엔이라는 예상을 뛰어넘은 성공을 거둠으로써, 그 ‘가치’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이전까지 제가 갖고 있던 커패시티(capacity)를 넓혀준 작품입니다.(감독의 흥행력을 키워준 작품이란 뜻?). 솔직히 그렇게까지 관객이 들 줄은 생각도 못했죠. 애초에 히트할 요소를 넣은 작품도 아니었고요.
투자자 측에서는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주연이기도 해서 10억 엔 정도로 흥행 수입을 거둘 거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저는 그전까지 흥행수입 10억 엔을 넘긴 작품을 찍어 본 적이 없어서 그렇게나 성공할 줄은 전혀 예상 못했습니다.
다만 영화가 개봉돼서 히트한 후에, 동네 아주머니들이 “그 영화 봤어요!”라고 저한테 말을 걸어오더군요. 일본 아카데미상도 받고 TV 방영 등을 하면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의 인지도를 높여주는구나 싶었죠. 영화를 봤다는 사람들이 말을 걸어주는 것이 마냥 기쁘더군요.”
영화감독은 먹고살 수 없는 직업
다만 일본 영화계는 국내뿐만이 아니라, 좀 더 해외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젊은이들에 대한 지원이라든가, 해외 진출에 대한 서포트가 좀 더 있어야 합니다. ‘쿨 재팬’이란 표어로 공적 자금을 써가며 칸영화제에서 쿠마몬(일본의 인기 캐릭터)과 함께 사진 찍고 있을 상황이 아니란 말이죠.
그걸 갖고 일본의 문화를 해외에 전파하고 있다고 여긴다면 한심한 일이죠. 그 돈이면 젊은 영화감독 100명에게 그 영화제를 경험시켜줄 수 있습니다.”
(아래 같은 걸 얘기하는 듯합니다..^^;)
또한 일본 영화계에서 젊은 감독들이 활약할 수 없는 원인에는 경제적인 문제도 있다고.
“저도 자금 조달하는 데 고생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국에 갔을 때, 그쪽 프로듀서와 대화하면서 한국의 시스템에 대해 들었습니다. 한국에선 흥행 수입의 40~50%를 극장측이 갖고, 남은 60%를 영화 제작위원회(투자자)와 제작회사(감독 등 제작진)이 6대4 비율로 나눠 갖는다고 하더군요.
즉 영화수입이 10억 엔이라고 한다면, 그중 2억4천만 엔이, 가장 땀을 흘린 제작진 손에 넘어간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자금은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데 쓰이게 되죠. 하지만 일본에선 수입의 50%를 극장이 갖고, 남은 50% 중 10이 배급사, 40이 제작위원회로 넘어갑니다. 많은 경우, 감독에겐 배분되지 않습니다.
저는 협상을 하려고 하지만, 일본에선 돈 얘기를 하는 걸 꺼려하는 편이죠. 1%의 성공 보수를 받기 위해 협상을 하는데, 왜 이렇게 고생해야만 하는지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의 시스템에 대해 듣고 기분이 안 좋아졌습니다. 영화감독은 벌어먹기 힘들다는 인식 하에서, 젊은이들이 영화감독이란 직업을 꿈꾸지 않게 됐다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죠."
앞으로 만들 수 있는 건 10편 정도
영화계에 대해, 후진에 대해 생각하게 된 건 50이 넘었을 때였다고 한다. 그 때부터 영화 제작에 대한 의식도 바뀌었다고.
“30대 때는 영화를 찍는 것, 그것만으로도 기뻤습니다. 40대에 찍은 것이 <아무도 모른다>(2004)라는 작품이었는데, 그건 데뷔작으로 찍고 싶었던 스토리였습니다. 그걸 찍음으로써 드디어 영화감독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죠.
<걸어도 걸어도>(2008)란 작품을 완성했을 땐, ‘아, 이젠 영화감독으로 계속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제가 아버지가 됐을 때 느꼈던 것을 작품에 투영시켰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와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제게 있어서는 큰 사이즈의 작품을 연달아 찍은 것이고, 다시 한번 저에게 적당한 사이즈로 돌아가고자 생각해서 찍은 것이 <태풍이 지나가고>였습니다.”
<태풍이 지나가고>는 50대가 된 퇴물 소설가와 늙은 모친, 헤어진 아내, 초등학생 아들과의 관계를 그린 홈드라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본인의 아버지를 주인공에게 투영시켰다고. 촬영도 감독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 실제로 살았던 아파트 단지에서 진행됐다. 이전까지의 작품들 중에서 감독에게 가장 사적인 작품이라 할 수가 있다.
“현재 54이고, 앞으로 2년 마다 한 작품씩 찍을 수 있다고 해도, 20년 동안에 10편밖에 못 찍죠. 그렇게 생각하면 당장 눈앞의 일로 바쁘게 지내다 내 경력이 끝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느낍니다.
찍고 싶은 걸 다 찍을 수는 없죠. 앞으로의 10년을 어떠한 영화감독으로 보내야할지, 그 중요성을 느끼기 시작한 상태입니다.”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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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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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쿠... 쿠마몬은 죄가 없......다!!!!!
ㅎㅎㅎㅎ
탁상공론 정치인이 문제지.. 쿠마몬은 죄 없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은 글 번역 감사합니다. 갈라파고스화.. 그들만의 리그...일본 영화의 늘상 지적받는 문제였죠. 이게 국내시장만으로 회수가 되고 있었다니 신기하긴 하네요.
하 마지막 문단이 뭔가 느낌이 이상하네요ㅠㅠ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감독님이신데 열 편 정도만 더 나오면 끝일 거라고 생각을 하니...
인터뷰 내용 자체는 공감이 참 많이 되네요. 최근 젊은 일본 영화 감독이 세계 영화제에서 주목받지 못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핸드폰 시장도 그렇고 일본은 섬나라라서 그런건지 갈라파고스화 하는 종목이 많네요...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일본에선 제작진들에게 돈이 안 가는 군요
갈라파고스화는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죠
일본도 쿠마몬 같은 걸로 삽질 많이 하는 군요
일본에서 애니 제작일 하는 형한테서도 얘기 들었는데...
<너의 이름은> 대히트해도 애니 업계에 크게 활력이 될 일은 없을 거라더라고요.
실제 제작진은 돈 못벌고 대박친 흥행 수입은 전부 제작위원회로 간다면서요.
"그걸 갖고 일본의 문화를 해외에 전파하고 있다고 여긴다면 한심한 일이죠.."/ 딴소리인데 우리 영화나 드라마 컨텐츠가 흥한다는 것을 한류, 국위선양으로 받아들이고 이상한 방향으로 이끄는? 정부와 언론들이 생각나네요. 그게 꼭 그런 단순한게 아니거늘..
히로카즈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일본은 아키라나 야스지로같은 거장은 온데간데 없고 전작의 명성이나 애니메이션, 소설 원작에 기대는 안전빵류 영화들이 많아졌죠.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일본 실사 영화는.... 정말로 갈라파고스화 되어 해외에서는 안 먹히죠...
한국영화도 마찬가지
국내든 해외든 잘 개선돼서 영화산업 전체가 윈윈하는 시스템이 갖춰졌으면 좋겠습니다.
과거에 비해 일본영화계는 많이 저문거 같아요 :(
정확히 짚고있네요...
확실히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좋아하는 일본영화가 많았었는데 점점 애니 아니면 애니 원작으로 가는 건 정말 안타깝네요.
좋은 인터뷰네요. 1%의 성공보수를 위해 협상을 한다니... 그럼 다음 영화 준비는 도대체 무슨 돈으로 할 수 있을까요.
일본 영화계도 씁쓸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쿠마몬 이야기는 우리나라에도 꼭 들어맞는 이야기 같네요
단지 일본만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아 더 마음이 무겁네요.
고질라니 뭐니 신경쓰지말고
좋은 영화 꾸준히 내주세요..
일본 영화도 좀 더 다양한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네요. 전체 영화 산업이 더 발전하기를 바라는 점도 있고 일본 특유의 독특한 작품들이 가진 매력들도 상당하다고 생각하는데 점점 흥행만을 위한 애니메이션 아니면 실사화 영화만 나온다는 느낌이 강해요. 제 욕심 하나만 보자면 일본 영화의 경향성에 대한 편견이나 프레임이 스스로에게 생겨나는 것 같아 싫고요. 이걸 깨줄 센세이셔널한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설명된 시스템이 잘 이해가 안가네요... 몰라서...
제작위원회 안에 제작진이 들어가 있는게 아닌건가요?
일본 영화를 보시면 무슨무슨 영화 제작위원회라고 크레딧에 듭니다.쉽게 말해 돈대주는
물주죠.영화 만드는 제작진하고 틀려요.영화 하나만을 위해 모인거라 일회성일겁니다,아마.
저런 시스템은 저는 일본 영화에서만 본 것 같아요.위험성을 분산한다는 점에서 장점이 없는건
아니지만 시시콜콜히 참견한다는 점에서 제작위원회가 우리도 없는건 아니지만 일본같은
경우완 다르죠.
우리나라도 좋은 시스템은 아닌데 일본보다는 조금 낫군요
제가 알기론 일본 영화에서 저 제작위원회의 권한이 막강하다고 아는데...영화 제작할때 작품 내적으로도 간섭 많이 한다고...
수입배분도 엉망이네요
그래도 앞으로 히로카즈 영화가 10편은 나올수 있다니 다행이네요 ~
잘 읽었습니다.^^
흥행 수익에 감독이 아무것도 받지 못한다는 충격적인 이야기.....
결국 감독이 회사를 차릴 수 밖에 없구만...
일본 영화 특유의 그 느낌이나... 뭔가 탈출구가 필요해보입니다.
막 던지고 있다는 느낌도 드니까요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더 투자자의 힘이 감독의 힘보다 세단 얘기를 들었거든. 생각보다 더 심각한 상황인가보네요.
잘 읽었어요 정독했습니다!!
잘 봤습니다.
결국은 시스템의 문제군요....
하긴 시스템 자체가 문제면, 그 외의 것들이 제대로 되기가 힘들긴 하죠.
고레에다라는 사람의 그릇을 가늠케 해주는 인터뷰네요. 이 사람은 정말 영화가 감독의 인품에서 나온다는 느낌이 듭니다.
일본이 한국보다 수입으로 들어오기 전에 때가는게 훨씬 더 많군요... 이건 또 몰랐네요
일본 영화계의 수익배분 문제가 우리보다 더 심각했군요. 아주 흥미로운 기사 잘 읽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다른 커뮤니티에서도 이 글을 보았는데 출처의 익무와 golgo라는 닉네임 보고 괜히 반가웠네요 ㅎㅎ
일본은 한국보다 소소한 영화가 많고, 비교적 아시아 다른 국가들이나 서양 국가들에도 많이 진출하는 편이라 이런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자금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상당히 선방하고들 계신듯.
수익 배분문제는 그렇다 쳐도
한국영화계에도 성차별적인 문제나, 권력적폭력질서 같은 고질병 같은 개선점들이 수두룩 합니다.
우리 영화계에도 자아성찰의 목소리가 높아졌으면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일본은 애니쪽 빼고는 거의 다 내수로 가는거같아요. 내수로도 돌아가니까..
우리도 부율 문제로 한동안 시끌했었는데,일본은 절반이나 가져가네요.
일본은 자국 영화가 잘되는건 좋은데,죄 애니,만화 원작인게 문젠 것 같아요.
영화화 돼도 코스프레 수준이라 세계엔 안먹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