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리뷰와 영화 해석 (강스포 포함) : 당신 자신의 의심에 현혹되지 마소
어제 심야로 '곡성'을 보고 왔습니다. 정말 오금이 저리는 영화더군요.
오랜만에 이렇게 치열한 생각이 필요한 영화를 보고 온 것 같습니다.
이번 후기는 저 스스로 영화를 정리해보기 위해 쓴 것이라 대놓고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깁니다;
영화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GV나 인터뷰, 다른 분들 의견도 많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직 영화를 관람하지 않으신 분들은 절대 보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정말 기묘한 영화였습니다. 한국 영화에서 이런 녀석을 본 적이 있었나 싶게 말이죠.
이런 것이 '소름돋다'라는 느낌이라는 걸 영화를 보면서 정말 오랜만에 체험하고 왔습니다.
사실, 영화의 중반까지는 평범한 스릴러로 생각했습니다.
긴장감 넘치고 가끔 코믹한 요소들도 있고,
어쩌면 생각보다 가볍게 볼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지요.
하지만 영화의 후반으로 가면서 이런 생각은 산산히 부서집니다.
마치 멱살을 잡힌 채로 곡성 구석구석을 질질 끌려다니다가
마지막에는 비 오는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패대기쳐진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클라이막스 부분에서는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사 하나, 몸짓 하나에
숨이 턱턱 막히고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기가 힘들 정도로 불안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려니 진이 다 빠지더군요.
나홍진 감독님은 어쩜 이런 영화를 만들었을까요?
만드는 작품마다 칸에서 불러들이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다만, 이전의 두 작품인 <추격자>와 <황해>가
숨막히는 추격전과 속도감 있는 스릴을 추구했다면
이번 작품 <곡성>은 마치 심리스릴러와 같은 분위기를 가미해서
가볍게 시작해서 서서히 옥죄어오다가 종국에는 바닥까지 거꾸러뜨려버리는,
느린 템포를 가지면서도 차분하고 기묘한 스릴러라는 점입니다.
# 곡성의 '공간'
이 영화에서 '공간'이라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영화는 보고 나면 인물 중심의 사건이나 대사만 기억에 남는 반면,
어떤 영화는 장소와 영화 자체의 분위기, 배경 등이 함께 기억에 남기도 합니다.
'곡성'은 후자에 속하는 영화입니다.
감독은 공간을 마치 제3의 인물처럼 공들여 스크린에 비춰내기 때문이죠.
이 영화에서는 클로즈업이나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는 핸드헬드 대신
공간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부감과 고정 촬영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풍경씬의 경우 화각 또한 인물의 시야와 흡사하다는 아나모픽 렌즈를 택해 촬영했다고 하고,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한 씬을 6일에 걸쳐 완성했다고도 하지요.
그 때문인지 '곡성'에서는 각 장소들이 풍기는 아우라가 있는 듯 느껴집니다.
독특한 구조를 가진 종구의 집, 외지인이 머무는 산 속 폐가,
영화 초반에 나오는 불탄 집이나 숲 속 폭포 등
모든 것들이 영화의 분위기와 너무나도 어울리는 장소였던 것 같습니다.
# '의심'과 '현혹'
영화 내내 나오는 것이 바로 이 '의심'과 '현혹'이라는 키워드입니다.
저는 이 영화가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의심에 물드는지,
또 '자신이 만든' 의심에 어디까지 현혹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종구가 외지인을 의심하게 된 계기는 그가 딱히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을 보아서가 아닙니다.
그가 먼저 접한 것은 그에 대한 무수한 소문들이었죠.
어느 집 부녀자를 겁탈했다더라, 산 채로 고라니를 뜯어먹는다더라,
아무튼 그 외지인이 온 이후에 마을에 기묘한 사건들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
아무 이유도 없이 이런 소문들이 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이미 종구는 어떠한 재단된 의견과 소문의 토대 위에서 외지인을 접합니다.
심지어 그 외지인은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불편한 감정을 쏟아내기 쉬운 일본인이죠.
말도 통하지 않고, 덤덤하고 다소 차가워보이는 그의 인상은 더더욱 의심만 가중시킵니다.
무명이라는 여인 또한 의심스러운 것 투성이입니다.
크지도 않은 마을인데도, 종구는 사건 이후 '처음으로' 무명을 마주칩니다.
'너 이 동네 살어?' 라고 묻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는데요.
느닷없이 나타나 불탄 집의 가족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상세히 말하는 그녀,
하지만 잠시 한눈을 판 사이 바람처럼 사라지고 없습니다.
의문스러운 한 가시 단서만을 남기고요. '일본인을 절대 만나면 안돼야.'
다시 만난 그녀는 어떻나요.
술집 여인의 옷을 걸치고, 효진이의 머리핀을 가지고, 춘배의 옷을 걸쳤다는 걸 깨달은 순간
의심은 걷잡을 수 없이 부풀고, 등골을 오싹하게 만듭니다.
종구는 일광이라는 도사 역시 전적으로 믿지 못합니다.
처음에 장모가 용한 도사를 알아보라고 했다는 말을 듣고서는
냉큼 대답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생각하다가 '...그러셔유'라고 하죠.
딸을 살리기 위해 일단 그의 말을 듣지만 살을 날리던 굿판에서 아이가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이내 그의 굿이 딸을 살리지 못할 것이라 의심하고 굿판을 엎어버립니다.
사건이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하던 찰나, 그의 전화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 여자, 무명이 귀신이라고. 그녀를 믿지 말라고.
여기서 종구와 그를 바라보는 관객 모두 의심에 빠지면서 생각하게 됩니다.
'내가 누구를 의심해야 하지? 내가 무엇에게 현혹되어 버린 거지?'
사실 나홍진 감독 스스로 관객을 현혹시키기 위해
일부러 의심스러운 편집점을 만들고, 애매모호한 표현을 하고
엔딩조차 쉽게 끝맺지 않는 방식으로 만든 영화이기 때문에
곡성에 대한 관객의 반응과 해석이 엇갈리는 것은 어쩌면 다양한 결과 같습니다.
# 외지인과 일광의 정체, 그리고 굿판
감독은 인터뷰와 GV를 통해, '외지인과 일광은 처음부터 한 패가 맞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로부터 추론해 본 외지인과 일광의 정체, 그리고 굿판이 가진 의미를 생각해 봤습니다.
저는 외지인은 처음에는 무당, 나중에는 인간을 초월한 무엇인가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우선, 그가 방에 모종의 제단을 꾸며 놓고 의식을 치르는 장면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의식은 악마 숭배와 관련이 깊습니다.
제단에는 염소의 머리뼈들이 놓여 있는데, 염소는 악함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죠.
(기독교에서 양은 오른편에, 염소는 왼편에 둔다는 것 처럼 염소를 양에 대비되는 악한 대상으로 보고 있고,
염소에게 인간의 죄를 떠맡기고 속죄의 제물로 바치기도 합니다. 즉, '악'과 '죄'의 상징이라고 보입니다)
영화 중반, 외지인의 굿판이 목표로 하는 대상은 춘배의 시신입니다.
외지인이 굿판의 종반에 의식을 잃고 나서 깨어났을 때
바로 찾아가는 대상이 바로 춘배의 시신이 있던 곳이죠.
외지인은 춘배의 시신을 매개채로 해 악마 소환 혹은 마을에 더 큰 해를 끼치는 무언가를 시도하려 했지만,
굿판 중간에 무명의 등장으로 의식은 성공하지 못하고,
불완전한 의식의 결과로 춘배는 좀비화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불완전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4명 장정의 공격에도 끄덕 없던 그가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동작을 멈추고 죽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나홍진 감독도 GV에서 '좀비는 외지인의 의도는 '아니었'다.'고 했는데,
이는 외지인이 의도했던 것이 실패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하신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른 인터뷰를 보니 외지인이 춘배를 '위로'하려고 했다는 뉘앙스도 있었는데
더 혼란스러워서 그 방향으로는 생각을 전개하지 않았습니다;)
일광은 처음부터 외지인과 한패였다는 감독님 말씀의 의미를 곰곰히 생각해 보았는데-
즉 일광과 외지인의 관계는 이런 것 같습니다.
외지인은 처음부터 불경하고 부정한 존재였고,
일광은 '허주'(헛된 주인)에 이끌려 외지인에게 조력하게 된 형태인 것 같은데요.
(즉, '악마의 하수인'이라는 느낌과 비슷한)
외지인이 한 마을에서 의심과 모종의 증세(두드러기, 경미한 발작 등)를 일으키면
일광이 그를 없앤다며 가짜 굿판을 벌이고,
그 굿판을 통해 사실은 희생양에게 살을 날려 진정한 제물로 변화시키는 것이죠.
일광이 벌였던 첫 번째 굿판은 사실 효진이를 완화시키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효진이의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는 데 있었다고 보입니다.
첫 번째 굿 이전과 이후의 효진이의 반응을 보면 더욱 심해진 것을 알 수 있죠.
두 번째 굿판은 실제로 희생양을 악마화하기 위한, 혹은 주술을 완성하기 위한 것이고요.
영화에서 보면 효진의 굿판 이전에도 굿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 힌트가 있는데,
첫번째 흥국의 살인과 관련해 그의 집에서 제단 형태의 물건들이 발견됩니다.
춘배의 가족들이 살해당해 우물에 버려진 장면에서도
굿을 벌였음을 짐작할 수 있는 몇 가지 물건들이 보여집니다.
특히 첫 번째 흥국의 집에 있던 둥지 형태의 물건을 보면,
효진이의 두 번째 굿판(살을 날리는)에서 효진이를 둘러싸고 나뭇가지들이 둥지처럼 비슷하게 놓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일광과 외지인의 굿판 장면을 비교해 보면,
색깔은 흑과 백으로 선명하게 대비되지만
각종 아이템들이 상당히 유사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북을 치고 닭의 목을 치는 것 등이 그것이지요.
일광이 살을 날리는 굿판을 잘 생각해 보면 이상한 점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장승을 도끼로 찍어 넘어뜨리고 쇠못을 박는 장면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왜 하필 장승이지?'라고 생각했는데
영화 후반의 내용과 무명의 역할을 생각하면 맞아떨어집니다.
보통 장승은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마을의 입구에 세우는 것인데,
이러한 장승을 쓰러뜨리고 못을 박는 행위는
마을 수호신의 힘을 약화시키고 악의 힘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죠.
일광이 무명을 만난 후 도망을 치고 서울로 올라가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곡성으로 돌아오는 장면을 생각해 보면,
일광은 외지인의 사망과 함께 자신들의 계획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만
외지인이 나방을 그의 차에 부딪히게 함으로써
자신은 아직 건재하며, 돌아와서 의식을 마무리하라고 협박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나방은 변질과 부패를 상징한다고 하며, 성경에서도 부정적 상징으로 이용되지요.
일광과 외지인을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은 중반에 나오는 '훈도시'(일본의 옛날식 팬티)입니다.
일본인이 폭포수를 맞고 있을 때 훈도시를 입고 잇는 모습이 나오는데,
중간에 일광이 옷을 갈아입는 씬에서 그도 훈도시를 입고 있음이 나옵니다.
또한 일광의 첫 등장에서, 그가 구불구불한 산길을 운전하는 것이 나오는데요.
공중에서 멀리 찍은 이 장면을 자세히 보면,
일본식인 좌측 운전을 하는 것을 알 수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외지인과 일광을 잇는 결정적인 증거는 카메라이지요.
영화 종반부에 일광이 카메라를 들고 종구의 집을 찾은 장면..
아마 소름이 돋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가 트렁크를 정리하다가 떨어뜨린 상자...
그 안에 들어 있던 것은 외지인이 태워버렸다던 사진들입니다.
# 무명의 정체
여기서 무명은 곡성의 주민들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마을의 수호신,
혹은 희생자들의 원한이나 가족들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모여 만들어낸 초월적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의 삭제된 엔딩 중 하나는,
외지인과 일광의 얼굴이 겹쳐지면서 운전하는 일광의 모습이 나타나는데,
길 중간에 갑자기 무명이 나타나고,
일광의 차가 무명을 그대로 통과해 전복되는 모습이라고 합니다.
즉 무명 또한 실제로 존재하는 인간이 아닌 그 이상의 존재라는 것인데요.
영화 초반에 종구에게 목격자처럼 증언을 하다가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것이나,
산 속에서 외지인과 추격전을 벌이다가
가녀린 여자의 몸으로 그를 도로 위로 던진 것 등을 보면 보통의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정적인 것은 영화 후반에 종구의 집에 찾아간 일광이 무명과 마주치는 씬이겠지요.
이 때 일광은 피를 분수처럼 뿜으며 도망치게 됩니다.
그녀의 존재를 감당할 수 없었던 일광은 도망치지만,
나방의 계시를 보고 어쩔 수 없이 곡성으로 돌아오게 되었던 것이지요.
무명이 춘배의 점퍼, 술집 여자의 가디건, 효진의 머리핀을 가지고 있던 것은
그것을 가짐으로써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힘을 얻는 장치였거나
혹은 그 물건의 주인들이 가족 혹은 자신을 살려달라고 외친 혼 같은 것이 모인 존재가 무명이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이것이 반대로 종구를 의심시키는 장치가 되기도 하지만요.
무명은 효진 이전에도 마을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그녀는 귀신을 잡기 위해 종구의 집 문에 '덫'을 쳤다고 했는데,
나중에 종구가 무명의 말을 의심하고 집으로 들어갈 때 보이는 것이
바로 문에 달아둔 금어초가 시들어 해골 모양으로 변하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살인을 일으켰던 흥국의 집 장면을 다시 생각해 보면,
종구가 흥국의 집 기둥에서 해골 모양으로 시든 금어초를 발견하는 장면이 나오죠.
무명은 흥국의 집도 구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했던 것 같아요.
# 종구, 그리고 베드로
종구는 그저 순박하고 평범한 마을 순경입니다.
하지만 그가 의심을 시작하고서부터 상황은 급격하게 변화하죠.
아직 아무런 확실한 증거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외지인을 찾아가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개를 죽이는 장면을 보면서
아슬아슬하다고 생각한 건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종구의 '의심'은 영화 종반에서도 큰 역할을 합니다.
바로 무명이 말했던 '닭이 세 번 울기 전엔 집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라는 것인데요.
(암탉 -> 닭으로 수정했습니다!)
성경에서 그 유명한 베드로의 부인을 생각해 보면 연상이 쉬울 것 같습니다.
예수는 베드로에게 '아침이 오기 전에 너는 나를 세 번 부정할 것이다'라고 하는데요,
종구가 무명의 경고를 무시하고 집에 들어서는 순간,
금어초는 시들고 마지막 세 번째 닭울음이 들립니다.
종구가 무명의 경고를 어기면서 비극이 완성되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무명은 종구에게 말하죠, 자신의 경고를 무시하면 너희 집안 사람들이 '다 죽을'것이라고.
모두가 산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비추어 볼 때, 무명은 종구만이라도 살리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이미 위험에 처한 아내와 장모는 어쩔 수 없더라도,
악이 덫에 걸리기만 한다면 아이의 몸에 씌인 것을 없애고
그 현장에 가지 않은 종구를 살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 엔딩에 대하여
엔딩에서 종구의 집과 무명, 동굴을 교차편집하는 장면을 보고
이걸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스크린과 싸움을 벌였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해 보면,
'믿는 것만큼 보인다'가 가장 적절한 답이 아닐까 싶은데요.
좀 더 풀어 쓰자면 '믿는 것만큼 보이며, 믿음만큼 힘이 생긴다'인 것 같습니다.
감독의 GV에 따르면
마지막에서 동굴을 찾아간 것이 이삼(부제)이 아니라 종구였다면
'성흔'에 대한 언급은 없었을 것이라고 한 바 있습니다.
이는 즉 마지막에 악마가 성흔을 언급하고 성경을 말한 것은 허수적인 것으로,
결국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은 사람은 믿고 싶은대로 보이게 되어 있다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저는 이렇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영화에서 초월적 존재로 그려지는 (엔딩의)외지인이나 무명의 경우도,
상대하는 이들이 믿는 만큼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고요.
무명을 대적하려고 했던 일광은 역설적으로 그녀의 힘을 믿기 때문에
종구의 집 앞에서 마주쳤을 때 그렇게 무력하게 물러날 수 밖에 없었고,
반대로 종구는 무명의 정체를 의심했기 때문에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봐야 고작 작은 손으로 그를 잠시 붙잡는 것 뿐이었다고 말이죠.
마지막 동굴씬의 경우, 부제가 그를 이미 악마적 존재로 인식했기 때문에
그대로 그에게 악마적 모습과 힘이 부여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곡성'은 답을 제시하고 비밀 너머의 진실을 알려주는 영화가 아니라
관객 스스로를 의심케 하고 현혹시키는, 그러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의심이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보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오랜만에 정말 치열하게 보고 치열하게 생각한 영화였네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는 영화라는 건 알지만,
저는 모처럼 씨름할 수 있는 영화를 만나 오히려 반갑고 좋았습니다.
추천인 102
댓글 51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공감과 댓글 감사합니다. 아직도 머리가 아픕니다 ㅎㅎ
영화의 의문점들을 꽤 명쾌하게 정리해주셨네요.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워낙 많은 분들께서 훌륭한 해석들 내놓고 계셔서 이런저런 생각해보니 재미있더라구요.
정말 생각하는데로 해석이 되는 한편으로 무서운 영화에요
잘 봤습니다
굿판에 대한 해석은 심지어 감독님 말씀을 들어도 헷갈리더라구요 ㅋㅋ
다른분들 해석도 함께 보면서 즐거운 영화 체험 하는 느낌으로 후기 작성했습니다. ^^
정말 정리 잘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영화 이해에 어떤 도움같은 걸 받은 느낌입니다^^
저도 우리 자신의 의심이나 생각이 바로 우리 자신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느꼈습니다!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부족한 리뷰인데 도움이 되었다니 영광이예욥 ㅎㅎ
굿 정리네요~~
감사합니다! :-D
미쳐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언급해주셔서 자세하게 알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해석 잘 보았습니다^^ 곡성은 다양한 해석과 이야기거리가 많아서 보고 난 후에 더 재미있는 영화네요^^
저도 영화를 보고 나니 속시원히 다른 분들 리뷰를 볼 수 있어 좋더라구요 ㅎㅎ
여러 가지 해석 덕분에 정말 재미있는 '영화 뒷풀이'를 하는 느낌입니다.
한번 보시고 이걸 다 캐치해 내신겁니까? 대단하세요 ^^
어제 심야관람하고 집까지 30분 정도 걸어오면서 머리 터지게 고민했습니다 ㅎㅎ
물론 다녀와서 익무 후기글들도 (드디어!) 읽어보고 감독님 GV나 인터뷰를 본 게 도움이 된 거죠.. ^^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ㅡ^
우와~~ GV를 듣고도 혼란스러웠던 부분들이 말끔하게 정리된 느낌이네요.
공감가는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이팔청춘님이 남겨주신 메가토크 글도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감사드려요 ^ㅅ^
잘 정리하셨네요.
잘 읽었습니다.
긴 글인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도 이쪽 방향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정리되지 않은 부분들을 이 글을 보며 많이 정리가 됐네요ㅋㅋㅋㅋ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사실 정리가 너무 안돼서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느라고 오래 걸렸어요 ㅠ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저와 비슷하게 영화를 보셨다니 기쁩니다 :-) 댓글 감사드려요!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닭이 세번 우는 씬에서는 저는 베드로보다는 그리스신화의 오르페우스가 더 떠오르더군요.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복잡한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이네요.^^
그렇게도 볼 수 있겠군요. 의심과 불안에 쌓여 뒤돌아보는 순간...ㅠ
댓글 감사합니다. ^^
맙소사...... 정녕 이걸 단 한번 보시고 정리하신거에요?
자려고 로그아웃하고 컴터 끄기 전 잠깐 모 찾아본다고 다시 익무를 열었다가
최다 추천글이나 잠깐 보자고 클릭했다가 아주 한자한자 정독을 하고 말았네요....ㅎㅎㅎ
와..... 물론 직접 보고 고민하신거, 수많은 글 들속 추측과 GV 등을 다 종합하신거라 이 또한 정답이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제가 이제껏 익무에서 본 수많은 의견의 글들 중 단연 가장 논리적이고 설득력있고 최고의 글이네요....ㅎㅎㅎ
정말 추천을 맘껏 줄 수 있다면 백개라도 드리고 싶어지는 글이네요..... 존경합니다 람군님~!!!
우와/// 정성들인 댓글 감사합니다!
긴 글인데 하나하나 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
안그래도 아직 이해가 안 된 부분들도 있어서 재관람 하려고 생각중입니다 ㅠ
와!! 명쾌한느낌이 막 듭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
오 감사합니다!
보는내내 너무 무섭고 힘들었는데 또 보고싶은 마음이 들어서 신기해요 ㅎㅎ
확실히 보기 편한 영화는 아니었어요 ㅠ
심야영화 보고 오는데 집에 걸어오면서 엄청 고민했거든요.
저도 재관람하려구요!
정말 감사합니다. 영화를 보고 가졌던 의문점들이 님의 글을 읽고 정리가 되었습니다. 정말 대단하신것 같아요 ㅜ_ㅠ 영화 보는 내내 정말 긴장을 많이 했었고 끝나고 나서도 혼자서 생각해보느라 멍한 상태였는데 이제 정리가 되었으니 다시한번 영화를 보러가야될것같습니다. 찬찬히 다시 봐야할것같아요.
저도 스스로 정리를 좀 해보려고 쓴 글인데 많이 관심가져주셔서 놀랐어요 ㅎㅎ
재관람하면서 좀 더 깊게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확실히 정말 쉽지 않을 영화인 것 같아요.
정말 꼼꼼하고 상세한 리뷰네요~ 많은부분 공감하고 이해하고가요~ 믿는만큼 보인다.. 콕 와닿네요^^
마침 최근 읽은 다른 책에서도 비슷한 내용은 다루고 있어서 그런 쪽으로 생각해 봤어요.
공감되신다니 반갑네요 :-)
아직 보기전이라 영화 본 뒤에 다시 봐야겠어요.
관람 후에 읽으시면 좀 더 도움이 되실 것 같아요!
와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혼돈의 카오스였는데 리뷰 보니 어느정도 납득이 되네요. 하... 진짜 이 영화..
저도 정리하면서 복잡하던 머리가 어느 정도 정리되는 느낌이었어요.
곱씹을수록 정말 어려운 영화인 것 같습니다 ㅠ
부족한 글인데 부끄럽습니다.. ^^;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 멋진 리뷰 잘 봤습니다^^ 정승과 무명이 그렇게 연결될 수도 있겠네요.
저도 종구의 가족을 지키겠다는 의도보다는 마을을 구하기 위해 외지인을 잡으려는 의도로 느껴졌거든요.
한번 보고 이 정도로 정리하시다니 대단하세요!
다른분들께서 정리해 주신 GV와 메가토크 내용들도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
아직 못 본 부분들도 많은 것 같아서 재관람하려고 해요!
영화보구 나서 고구마 열개먹은 것 같은 답답함이 있었는데
이런 사이다같은 글을.. 감사합니다 ㅎ
고구마 열 개 ㅎㅎㅎ 공감합니다.
저도 영화관 나오면서 이게 대체 무슨 영화인지 막 혼란스럽더라구요ㅠ
와 훌륭한 글 잘 봤습니다.
다 읽고나니 정리가 되는 느낌이네요.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
워낙 다양한 해석이 있는 영화라 다른 분들 리뷰 보는 재미도 많네요.
다들 나홍진 감독님께 잘 낚이신 것 같습니다 ㅎㅎ
제가 감상한 점과 많은 부분 유사합니다. 저 역시 이렇게 치열하게 관람한 영화가 오랜만이라 너무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