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리뷰] <플로우(Flow, 2024)> : 섬세함으로 돌파해낸 무언극의 한계
요새 무언극이 다시 유행인가요? 작년에 <로봇 드림>도 무언극 애니메이션으로 나와 평가도 흥행도 쏠쏠히 챙겼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플로우>도 꽤 괜찮네요.
이 영화를 홍보할 때, '반드시 봐야 할 영화'라거나, '명작-걸작'이라거나... 하는 강렬하고 화려하지만 자극적인 수사들은 오히려 필요없을 것 같아요. 실제로 이 영화에 어울리지도 않고요. 오히려 '누구나 흐뭇할 영화'는 어떨까요? 오늘의 영화, <플로우>는 심지어 졸면서 본 사람조차 별로라고는 안 할 것 같아서요.
이미지 출처: 영화 <플로우>
플로우(Flow, 2024)
감독 긴츠 질발로디스
개봉 2025. 03. 19.(대한민국)
어떤 영화는 지나치게 복잡합니다. 세계관이든, 설정이든, 인물관계든, 메시지든. 실타래처럼 엉킨 장치들을 명쾌하고 파격적으로 풀어내어 성공한 몇 몇 위대한 영화가 있었고, 많은 다른 영화들이 그를 어설프게 따라하려다 오히려 자충수를 두는 경우도 생겼죠. 많은 걸 쑤셔넣으려다 보니 영상언어보다는 대사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어 영화 자체가 스피드 왜건(...)이 되 버리는 경우도 잦았습니다.
<플로우>의 매력은 정반댑니다. 오로지 영상 연출의 힘으로 모든 것을 끌어나가죠. 복잡한 대사에 의미부여하느라 고양이가 크게 입을 벌려 하품을 하고 식빵을 굽는 명장면을 놓칠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설정이나 세계관이 허술하냐? 그렇지 않죠. 깜냥이, 카피바라, 뱀잡이수리, 비비원숭이, 리트리버가 벌이는 귀여운 투닥투닥의 배경에 자리한 것은 암울한 미래의 지구입니다. 해수면 상승과 그로인한 인류의 종언은 섬뜩하게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한편, 대조적으로 귀요미 5총사의 차고넘치는 생명력에 경탄을 불러일으키는 장치가 되어줍니다.
영화는 생태계의 물고 물리는 사슬, 서로가 있어야만 생존할 수 있는 관계성도 쉽게, 아주 쉽게 보여줍니다. 물에 빠져 죽을 뻔한 깜냥이를 처음 구한 건 마침 배를 타고 지나가던 맘씨좋은 카피바라, 카피바라가 또 반짝이는 물건에 대한 집착으로 죽을 뻔한 원숭이를 구하고, 우연히 깜냥이를 살려준 뱀잡이수리에, 깜냥이는 수영을 습득하여 모두에게 물고기를 물어다주죠. 게다가 뱀잡이수리는 결국 자신을 희생하여 이 세계를 구해내고(연출상 이렇게 이해했습니다), 마지막엔 나머지 모두가 합심하여 처음 자신들을 구했던 카피바라를 구해내는 모습은 서로가 서로를 살려내는 구원서사이자 생태계의 구조를 효과적으로 표현합니다.
영상미에, 푸근한 음악에, 동물들을 너무 아끼는 것 같은 제작진의 인심좋은 고양이 심쿵샷 3종세트(식빵, 하품, 수영) 선물까지. 영화와 동물, 환경담론을 사랑하는 사람들부터 매일 쏟아지는 과한 정보량으로부터 힐링하고 싶은 모든 현대인까지 모든 사람들의 심장을 저격할 멋진 영화 <플로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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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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