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O) 영화 초보의 <콘클라베> - 신과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
에드워드 버거 감독의 <콘클라베>를 봤습니다.
영화를 보자마자 들었던 생각은...
너무나도 영국(?)스럽달까요...? (다양성 문제 때문에 그런건지... 랄프 파인즈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정말 콘클라베를 영국답게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 bbc 드라마 보는 것 같기도...)
너무나도 재밌게 보았는데, 기억에 남는 지점들만 정리해보았습니다.
결국엔 '인간'의 이야기
다양한 종교 영화들이 이런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듯이,
<콘클라베>도 종교적 성인이 아닌, 인간 그 자체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면에서 다른 영화들보다 <콘클라베>는 좀 더 인간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 같네요.
영화를 보면서 두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첫째는, 오프닝에서 교황이 실려가는 모습을 30초 정도 가만히 응시하는 연출이었고,
둘째로는 사운드에 있어서 캐릭터들의 숨소리가 너무나도 극대화되어 들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운드는 정말 현장감을 살리는 동시에 추기경들의 감정을 잘 보여주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러한 연출들을 통해 보여주는 것은 결국 인간을 뽑는 일, '콘클라베'에 대한 재해석에서 출발한 것처럼 보입니다.
'콘클라베'가 신의 대리인을 뽑는 것이긴 하지만,
한명의 사람을 뽑는 것이라는 컨셉을 잡아두고
사운드와 화면 연출을 상호작용 시키는 게 참 탁월하다고 느꼈습니다.
왜 로렌스 신부인가?
또 하나 궁금했던 점은 로렌스 추기경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점인데요.
영화 중반에 그가 교황 선거에서 득세하는 장면이 나오긴 합니다만,
콘클라베 선거에 있어 로렌스 추기경은 영향력이 행사하는 인물은 아닙니다.
영화는 선거에 있어서 '승자가 될 사람'에 집중하기보다는 그 관계자를 주목합니다.
이 지점도 너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로렌스 신부가 '관리자'였기에 그를 주목했다고 생각합니다.
콘클라베는 종교계를 대표하는 지도자를 뽑는 것이며, 어쩌면 '신'을 뽑는 행위인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로렌스 신부는 콘클라베 기간에 그 역할을 대리하는 단장이죠.
신을 뽑기위해 임명된 사람입니다.
그 과정에 있어서 로렌스는 누구보다 말씀에 가까워야하는 사람입니다. 누구보다 중립적이고, 청렴해야하고요.
동시에 그는 자신의 기도를 의심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바티칸에서 물러날 생각인 다층적인 면을 가진
종교인이자, 사람입니다.
신의 대리인으로서, 부족한 면을 가진 인물입니다.
그러한 지점에서 로렌스 신부가 의지하는 사람은 선대 교황입니다.
로렌스 신부가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정보가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선대 교황은 로렌스 신부에게 잃어버린 신 같은 존재입니다.
로렌스 신부는 자신의 사의를 교황이 왜 받아들이지 않는지 의문을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자신의 믿음이 흔들리는 것을 교황도 알고 있었을텐데 말이죠.
하지만 교황도 하나의 사람으로 묘사됩니다.
교황도 로렌스가 콘클라베에 개입해주길 바라는 한명의 사람이었고,
로렌스가 한명의 사람인 것을 알고 있는 인물이죠.
로렌스는 그런 의도에서 자신의 사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로렌스는 적정한 인물을 찾기 위해 콘클라베에 개입하게 되며, 성장하게 되죠.
마지막 갈등을 남긴채로요.
암투를 그리는 법
콘클라베의 형식을 하나의 정치 스릴러로, 암투로 표현하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연출도 너무 뛰어났다고 생각합니다.
대화를 풀어내는 방식도 좋았던 것 같고요.
하나 아쉬운 점은, 캐릭터의 쓰임이었는데요.
아무래도 로렌스의 고민을 표현하기 위해서 그런 것 같네요.
아데예미 추기경의 서사라던가, 테데스코 추기경의 묘사라던가,
후반부의 베니테스 캐릭터의 활용은 제 취향에는 살짝 급진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의문을 던지려다 구성을 놓친 것 같다는 느낌도 아주 살짝 있는 것 같습니다.
뭔가 더 은밀하고 인간적인 암투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것 같네요.
그럼에도 너무 뛰어난 작품을 본 것 같습니다.
랄프 파인스의 연기는 항상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스펙트럼이 정말 말도 안되는 것 같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인 3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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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 격변기에 "난가병"이라는 말이 유행이라던데..
그 난가병을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해서 유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