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 넥스트 도어>를 보고 나서 (스포 O) -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작품
오랜만에 만난 한 친구가 암에 걸렸고,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그 친구는 자신의 죽음은 자신이 선택한다고 했고, 이 죽음을 위해서 자기와 같이 떠나 옆 방에서 나의 죽음을 지켜봐 달라고 부탁한다.
그렇게 해서 한 달 정도 빌린 집에서 같이 살다가 죽음을 맞이한 친구.
줄리안 무어나 틸다 스윈튼이나 연기가 출중한 배우들이 호흡을 맞추다 보니 계속해서 몰입해서 볼 수 있었고, 존 터투로라는 베테랑 배우가 더해지면서 더욱 몰입해서 영화를 봤다.
내 죽음은 스스로 선택하는 모습을 보고, 장 뤽 고다르 감독이 생각났다. 이 감독도 몇 년 전에 죽었고, 어떤 존엄한 죽음을 위해서 안락사를 통해 조력자살을 했다고 들었다.
사실, 이러한 죽음에 이르는 과정, 죽음을 보고서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중간에 펜데믹도 나오고 기후 변화에 대한 내용도 있고 지구의 암울한 미래를 말하는 장면도 크게 다가오는 건 없었다.
계속 성관계를 언급하는 것도 과거에 어땠었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다. 나이를 먹으니 젊었을 때와 많은 것들이 변했다는 걸 의미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옛 작품에서처럼 뭔가 화끈하고 폭발적인 무언가가 나오나 싶었지만 그런 건 없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휴먼 보이스'에서 감독이 말했던 것처럼 틸다 스윈튼과 함께 언어가 스페인어가 아닌 영어로 하는 영화를 작업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 장편 영화가 드디어 이 작품으로 이뤄진 것 같았다.
최근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작품은 거의 잔잔하고 정적으로 흘러간다. 자전적인 이야기도 많이 하고, 사회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비판하기도 하고, 이번 영화도 그렇다. 이게 흥미롭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렇게 재밌지도 않다. 다시는 옛 모습을 볼 수 없어서 약간의 아쉬움만 늘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