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바다 갈매기는>: 죽을 수는 없잖아요.
(네이버 영화)
<아침바다 갈매기는, 2024>
영화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어렵다. 영화배우인지 어촌 주민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다. 베트남 출연자도 마찬가지다. 배우 윤주상 님과 양희경 님이 마지막까지 작품을 우렁차게 끌고 간다. 영화 세트장으로 느껴지지 않는 현장감은 덤이다. 드라마 같기도, 영화 같기도, 다큐 같기도 하다. 영화를 보다 보면, 전형적인 서사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겠지만 몇 번씩 잽을 날리는 감독의 변주가 돋보였다. 스토리와 연기, 연출 3박자가 완벽한 오랜만의 한국 영화!
죽을 수는 없잖아요.
용수와 영국은 어부다. 동태눈으로 갑판에 앉아있는 용수가 보인다. 그 순간 바다로 던져지는 그물에 발이 묶여 바다에 빠진다. 영국은 용수를 구하기 위해 그물을 잡다가 해병대 문신이 있는 왼쪽 팔에 상처를 입게 된다. 용수가 빨려 들어가 죽진 않을까 긴장감이 부여되는 영화 초반이다. 하지만, 영국의 노력으로 용수는 구조된다. 영화를 다 보고 이 장면을 다시 생각해 보면 단순 사고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이들의 삶이 삶과 죽음의 경계선 그 어딘가에 표류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죽을 수도 없지만, 사람답게 살고 있지도 못한 삶처럼. 영화의 끝에서 흉터가 보이는데, 영화의 서사와 연결 지어 생각해 볼만한 포인트 중 하나다.
용수는 어부일을 그만두겠다고 말하면서 영국에게 큰 절을 하고 마을을 떠난다. 엄마한테는 말했냐?는 영국의 질문에 말하지 않았다고 답하며 사라진다. 영국은 에이 저 미친새끼.라면서 갑자기 해경에 사망 신고를 하러 간다. 여기서부터 영화 후반까지, 영국이 용수의 사망 보험금을 꿰차려고 저지른 단순 보험 사기극으로 생각하게 끔 진행된다. 동시에, 어촌의 다양한 인간 군상도 보여준다. 동네 사람들끼리 모르는 사람이 없는 작은 어촌으로만 그려지지만, 빛 좋은 개살구라고 해야 할까. 소설이나 뉴스 또는 소문으로만 들어왔던 어촌의 폐쇄성과 짠 내 나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채워져 있다.
(네이버 영화)
열심히 살면 바뀔 거라는 희망은 애초부터 신기루였다는 걸 마을 사람 모두가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었던 걸까. 바뀌지 않을 거라는 무의식이 열패감으로, 그리고 돈에 대한 집착으로 그들 내면에 자리하고 있었다. 잡아온 물고기에 적당한 값도 치러주지 않는 갑질이 난무하는 경매장. 개개인의 연대는커녕 남의 사망보험금을 두고 어떻게든 떡고물 하나 뜯어 먹으려고 안달이다. 최근의 대형 참사를 두고 막말하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사람의 생사 여부는 희미해지고, 모든 이야기는 돈으로 귀결된다. 여기서 사람답게 살려면, 누구 하나 죽어서 보험금을 받아야 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누군가의 죽음이 누군가에겐 로또 당첨과 같은 일이 되어버렸다.
한때 해병이었던 영국은 자존심을 버리면서까지 왜 가짜 사망 보험 사기극을 벌인 걸까? 스스로 상처를 만드는 결정을 하게 된 이유는 뭘까. 그리고 이렇게 된 데에 이유가 있었던 걸까, 각자의 사정이 있기 때문일까. 죽을 수 없기에 그들이 선택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이 최선의 방법일 수밖에 없었을까.
“갔냐?”, “갔지 그럼!”, “됐네 그럼!”
마지막 대사가 선명히 귀에 맴돌 뿐이다.
해변의캎흐카
추천인 3
댓글 2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