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빌 워' 현실처럼 다가오는 충격적인 영화

미국 기준으로 도발적인 상상력의 영홥니다.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3선째인 독재자 미국 대통령이 있는데, 무솔리니, 카다피, 차우셰스쿠와 비교될 정도의 끔찍한 인물이고, 캘리포니아-텍사스 연합군이 반기를 들면서 미국에서 내전이 발생한 상황이에요. 비교적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은 대부분 반군 연합군 편이고, 그중 종군 기자들이 곧 몰락할 예정인 대통령을 취재하러 미 대륙을 횡단하는 로드무비 형식입니다.

산전수전 다겪은 베테랑 종군 기자(커스틴 던스트)가 애송이 신참(케일리 스패니)을 훈계하고 이끄는 캐릭터 구도이며, 결국 관객은 그런 신참 기자의 눈으로 전쟁의 파괴적이면서 때론 시적으로 아름답기까지한 풍경들을 보게 됩니다.

온갖 다양한 인종, 정치색, 그리고 총기 소유 자유로 요지경 같은 미국 사회의 민낯이 전쟁이란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 여기까진 좀 남의 나라 얘기 같지만요. 영화 후반부는 최근 한국에서 벌어진 계엄 사태와도 겹쳐지면서 한국인 입장에서 무시무시한 현실감을 줍니다. 우리 사회도 자칫하면 저럴 수 있겠구나, 아주 아찔합니다. 미국에 비해 개봉이 많이 늦어졌지만 어쩌면 최고의 타이밍에 개봉하게 된 것 같아요. 꼭 극장에서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