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캐리 온 - 간단 후기
1988년이었던가요.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았던 때로 기억하는데, 한 친구가 학교를 째고 개봉일에 보고 온 영화를 자랑합니다. 그러면서 저녁에 자율학습 빼먹고 보러 가자고 친구들을 종용했지요.
그날 보았던 영화가 <다이 하드>였습니다. <블루문 특급>으로 익히 알던 배우이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영화로 처음 접했습니다. 영화가 진행하면 할수록 재미에도 놀라고 브루스 윌리스라는 배우에도 놀랐습니다. 이토록 잔소리쟁이 형사의 위기일발 탈출기라니요! 아마도 제가 영화를 보기 시작한 이후로 재미라면 그 당시까지 최고에 들어갈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가 가진 자잘한 재미 중 미덕 하나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펼쳐지는 난장판이라는 거였죠.
한국에서도 대단한 흥행세를 보인 뒤 끝날 줄 알았던 영화가 크리스마스라는 부차적 설정을 절묘하게 살리며 크리스마스 시즌 영화로 자리매김하려던 후속 시리즈는 그래서 다른 의미로 재미있었습니다.
브루스 윌리스가 슈퍼스타 정도의 수식어로는 형용하기 힘들 만큼 대성공하며 이 시리즈가 평탄하게 만들어지는 게 어려워졌지만! 그때, 친구들과 야간자율학습을 빼먹고 갔던 그날과 그 정취, 그 감정과 감동은 아마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겁니다.
이후로.
수많은 액션 영화가 크리스마스 시즈너리 무비 자리를 차지하려고, 무엇보다 <다이 하드>의 아성을 무너뜨리려 도전했지만 여전히 굳건합니다. 최근 보았던 <레드 원>만 해도 함량 미달이었고, 수없이 시도했으나 그래서 분명히 보았으나 제목조차 기억 나지 않는다는 건 모두가 실패로 돌아갔다는 의미이겠습니다.
그 수많은 실패들 사이에 명함을 내미는 영화가 넷플릭스에서 나타났네요. 테런 에저튼을 내세운 <캐리 온>입니다. 요즘 시책인지, 최근 넷플릭스 개봉 영화 줄거리는 간단하네요.
크리스마스이브, 항공기에 위험한 물건을 실으라는 강요를 받은 공항 보안 요원. 이 위협에서 벗어나려면, 의문의 여행자보다 한 수 앞서 움직여야 한다.
누가 보아도 영화를 보면 영화만큼 먼저 드는 생각이 <다이 하드> 아닐까 싶었답니다. 브루스 윌리스도, 또 <다이 하드>도 이제는 그만큼 그리움의 대상이 된 것 같아요. 언제든 리부트 되어도 이상할 것 없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공항 검색 요원인 코펙에게 다가온 정체불명의 폭력과 어떻게든 이에 맞서려는 대결이 실제로 <다이 하드> 2편을 많이 떠올리게 합니다.
영화를 전체적으로 보자면, 실패한 주인공이 자신을 극복하고 악의 세력과 맞선다는 점에서 늘 먹히고 마는 성장소설 트루기를 담았습니다. 거기에 <다이 하드>를 빼다박은 설정이 적지않은 향수를 불러 일으킵니다. 그러나 이를 뒤집으면 판에 박힌 설정이라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즉 캐릭터 개발에는 조금 안일하다, 로.
전체적인 집중도 역시 매우 훌륭합니다.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 아마도 많은 분들이 그대로 끝까지 보실 듯합니다.
개인적으로 하나 아쉽다면, 영화의 폭발력이랄까, 그게 터질 듯 말 듯하며 크게 폭발하지 못한다는 거였어요. 퐉 터지는... 뭐 그런...
넷플릭스에서 올해 개봉한 액션 영화 중에서 상당히 좋은 평을 받을 것 같습니다. <다이 하드>가 그리울 즈음에 등장한 영화라 많은 분들이 싫다기보다 좋아하실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영화 전체적으로 집중도의 안배가 좋습니다. 반면 영화 마지막에 다다라 폭발력은 조금 덜합니다. 그래도 충분히 재미있네요. 넷플릭스 용으로는 합격입니다.
추천인 3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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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 하드는 정말 기대 없이 봤다가 깜짝 놀랐던 몇 안 되는 영화입니다. 지금도 생각이 나네요.
이런 문구는 태어나서 처음 봤습니다.
지역이기는 했는데. 당시 절친이 극장을 6-7개쯤 가지고 있던 소위 극장 재벌 집안이었습니다.
그래서 시간 맞으면 가서 영화를 보고는 했거든요.
볼거 없을때 보면 나쁘지 않을 정도 인 것 같습니다.
여러 면에서 장단점이 확연한 영화였습니다.
다이하드는 저는 비디오로 접했는데...
그때까지 그렇게나 사람을 들었다놨다 하는 영화는 처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