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정년이, 이 정도면 만족.
드라마마다 최소 한 세번 정도는
유리가면의 대사와 설정을 그대로 가져다쓴 드라마 정년이.
창작과 모방의 경계를 아슬아슬 걷더니,
그래도 창작쪽에 더 치우친 채 드라마를 마무리짓는 것같아 안도의 숨을 쉬게 한다.
결국 역사 그대로,
그들의 마지막 공연은 성공하였지만
국극은 망하는 쟝르ㅡ 침몰하는 배였다.
그것도 무리가 아니다.
당시 연극계에서는
따끈다끈한 연극 - 세일즈맨의 죽음같은 것 각본을 가져다가
공연을 강행하는 등 예술적인 투쟁을 하였다.
대중들이 안 알아주어도, 관객들이 들지 않아도,
꾸준히 예술적 투쟁을 한 것은 이들이었다.
산업화도 안 된 국가에서 인간소외, 인간본질에 대한 연극을 하고 고민하였다는 것이다.
여성국극에서 공연했던
호동왕자와 낙랑공주, 무영탑의 전설같은 것이 당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이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없어질 것이 없어진 것이다.
이 드라마 엔딩이 정확히 이를 그려낸다.
여성국극은 사라지고, 국극종사자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정년이는 시골장터를 떠돌며 소리를 하여 먹고 살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눈부신 기억의 편린을 안고서 살아간다.
이 엔딩때문에 이 드라마가 살았다.
천재 정년이의 실제인물판이라고 할 수 있는 임방울이라는 명창이 생각난다.
보통명사 천재하면 떠올릴 정도로 대단한 명창이었는데,
지금은 기억조차 안되는 것 같다.
말년의 그는
시골장터를 노래하며 떠돌다가,
어느 시골장터에서 목놓아 노래를 부르다가 쓰러져 죽었다고 했다.
정년이를 그릴 때, 임방울을 모델로 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쩐지 정년이의 최후도 그랬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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