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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 드렁크 러브> : 난 당신 얼굴을 한 대 치고 싶어요.

해변의캎흐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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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1.jpeg.jpg

 

한 차량이 가드레일을 박으며 전복되고, 또 다른 차량이 등장하며 도로에 오르간을 버려두고 떠난다. 첫 장면치고 매우 뜬금없다. 타란티노 <저수지의 개들> 초반에 나오는 대화 장면들처럼 무슨 의미인지, 무슨 맥락에서 연출한 장면인지, 그 뜬금없음에 한대 펀치를 맞고 시작한다. 글을 적는 지금에야 떠올랐다. 첫 장면 차량 전복 사건과 오르간은 주인공의 일상이 이전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복선 장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봤던 사람이라면 납득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초반부터 스포일러 아닌 스포일러를 해버린 것 같은데. 간단하게 주인공 서사를 다루고 영화 특징을 언급해 보려고 한다. 이 영화를 감상하는 시발점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끄적여본다.
 

차량 전복 사고와 오르간의 등장 이후 어느 여성이 등장한다. 그녀는 자동차가 고장 났다며 잠시 주인공 사무실 앞에 두겠다고, 도로에 웬 오르간이 있다고 말한 뒤 주인공과 그윽한 아이 컨택 후 사라진다. 그러고 나서 주인공은 오르간을 번쩍 들어 자신의 사무실 책상에 올려둔다. 이 장면도 독특하다. 누가 사무실 책상에 오르간을 올려놓는가. 그윽한 아이컨택 때문이었을까. 주인공이 이렇게까지 하는 건 모종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도 자연스레 생기는 장면이다.

 

펀치2.jpeg

 

주인공에게는 7명의 누나가 있다. 누나들은 주인공에게 생일파티에 늦지 말라는 전화를 번갈아 가며 한다. 주인공을 바보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면 그 정도 전화는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영화에서 누나들은 동생을 바보처럼 대한다. 누나들은 과거의 일을 들먹이며 파티에 참석한 주인공을 조리 놀림 한다. 주인공의 참았던 인내심이 폭발하며, 그는 유리창을 발로 차서 깬다. 누나들의 조리 놀림도 어이없지만 주인공이 시원한 싸커킥으로 유리창을 깨는 것도 너무 뜬금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플래시백이나 구구절절한 설명을 하지 않고 몇 마디 대사를 통해 주인공과 누나들의 관계 설정 및 특징을 보여준 연출은 깔끔하고 담백했다.
 

주인공은 자신의 속내를 파티에 같이 온 누나의 배우자에게 털어놓는다. 가끔씩 우울하다면서 말이다. 누나들도 이 사실을 알게 된다. 너~~~했다고 ~~한테 말했다며?라고 주인공 속을 또 긁는다. 주인공은 파란 남색 정장을 입는다. 누나들은 이것까지 트집 잡으며 놀린다. 왜 정장을 갑자기 입었냐면서. 주인공은 멋있어 보이고 싶다는 식으로 말하지만, 누나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주인공은 늘 이런 식으로 가장 가까운 가족으로부터도 이해받지 못한다.

 

슬프지만 현실에도 이러한 가족의 형태가 있다. 그때만큼은 가족만큼 최악의 존재가 없다. 해결하지 못한 욕구는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려 하는 게 사람이다. 주인공은 신문 광고에 나온 폰섹스 업체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이러 저런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오죽 답답했으면 그럴까. 주인공은 이 전화 한 통을 계기로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일들을 만나게 된다.

 

펀치 3.jpeg.jpg

 

여기까지가 초중반부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영화 시작부터 나오는 뜬금없는 장면들과 독특한 주인공 설정. 이를 보다 보면 "영화가 뭐 하자는 걸까"라는 질문이 생기기도 한다. 이 영화를 처음 보는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 후반부터는 더 다이나믹한 분위기로 흘러간다. 일어나는 사건들도 동적이다. 때론 낭만적이기도 하다. 이러한 톡톡 튀는 분위기에 맞는 음악이 적절하게 사용된다.

 

예전 영화라서 그런지 필름 감성도 느껴진다. 색감과 미장센 그리고 촬영 구도의 센스가 돋보인다. 투박하지만 요즘 영화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다. 오히려, 이 영화가 2003년 작품이라니...라면서 감탄할 확률이 높다. 이 영화는 거룩한 의미를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매면서 봐야 하는 예술영화는 아니다. 대신, 영화의 줄거리가 중요하다. 그래서 후반부 스토리와 중요한 내용들은 언급하지 않았다.

 

펀치 4.jpeg.jpg

 

전편에서 다룬 <꽃같사>는 2030세대가 이입하기 좋은 내용으로 구성된 영화다. 미세한 심리 표현과 갈등을 체감하게 잘 연출했고, 현재 시대에 걸맞은 로맨스다. 꽃같사가 사랑의 시작과 끝을 다뤘다면. 펀치 드렁크 러브는 사랑의 시작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아이고, 적다보니 어느정도 스포아닌 스포를 해버렸다. 정리하자면, 자동차 전복 사고와 오르간 그리고 펀치 드렁크를 생각하면서 영화를 감상하면 좋을 듯싶다. 아쉬운 건 요즘 이런 스타일의 영화가 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마음껏 즐기길 바란다.

* 네이버, 쿠팡, 왓챠, 웨이브, 티빙에 있으니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보면 좋을 영화다. 추천!

* 사진은 imdb 와 로튼토마토 출처.

해변의캎흐카
5 Lv. 2441/3240P

해변의캎흐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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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진짜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예전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출연작 몰아볼 때 다시 봤는데... 영화가 뜬금없이 막 사방으로 튀는데도 그게 너무 재밌고 사랑스럽더라구요. 심지어 중반이후 악역을 자처하는 호프만의 캐릭터도 뜬금없는데... 볼수록 재미나요^^

16:48
10시간 전
profile image 2등
PTA 영화들 중에서 가장 짧지만 그 짧은 러닝타임에
자신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한 것 같은 영화였습니다
17:32
9시간 전
profile image 3등
PTA 영화중에 가장 애정하는 영화입니다
최근작 리코리쉬 피자도 그렇고..
앤더슨 감독이 의외로 로코물에 진심이더라구요

일반적인 달달한 로코물에 질리신분들이 보시면 꽤나 파격적인 감성을 느끼실수 있는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17:40
9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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